- 특허활용 인공지능(AI) 분야의 특허 창출 전략
인공지능은 매우 오래된 개념이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1980년대에는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투자가 진행되었다. 이때 실용적인 시스템들도 개발되었으나 많은 한계에 직면했기에, 이른바 암흑기라고도 불린다. 물론 상용화는 2000년대에 들어와 머신러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 네트워크 구조인 딥러닝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며 가능해졌다.
현재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특허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은 대부분이 딥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를 이용한다. 우리는 ‘특허’란 신규하고 진보된 기술에만 부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블랙박스 영역의 설명할 수 없는 딥러닝 또는 공개된 기술에 기인하는데, 어떻게 인공지능 관련 특허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활용되는 기술에 불과하고 특허에는 기존의 기술과 차별화되는 독창성(진보성)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의 특허 창출에 관하여 서술한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챗지피티(ChatGPT)를 공개한 지 1년이 지났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ChatGPT의 우수한 능력 때문인지 ChatGPT를 활용한 기술을 특허로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이 상당수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인 동향은 어떠할까? 그림 1은 특허청에서 보도한 초거대 인공지능 특허출원의 동향을 나타낸다. ChatGPT의 공개와는 시기적 차이가 있지만, 최근 10년 동안에, 특히 최근 5년 동안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가파른 성장을 볼 수 있다.
ChatGPT를 활용한 기술은 특허 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단정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에서 특허를 창출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발명 제안서(기술 개요서)를 분석해 보면, 대략 예상해 볼 수는 있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에서 제안한 전체 기술에서 ChatGPT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비중은 몇 %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창작적 기술 요소와 공지적 기술 요소의 적절한 조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창작적 기술 요소가 충분해야 특허를 등록할 수 있다. ChatGPT는 공지적 기술 요소에 해당한다. 따라서 나머지 기술 요소에서 창작적 기술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나머지 기술 요소도 단순히 ChatGPT를 활용하기 위한 수준이라면, 실질적으로 공지적 기술 요소에 해당하여 특허를 등록하기 어렵다. 이를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허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허성
특허성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규성이고, 둘째는 진보성이다. 특허 등록을 위해서는 신규성과 진보성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 신규성은 특허 출원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점이 있어 특허 출원한 발명을 새로운 발명으로 볼 수 있다면 인정된다. 진보성은 특허 출원한 발명이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될 수 없다면 인정된다.
특허 출원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점이 있더라도 특허를 등록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보성에 있다. 진보성은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로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진보성은 ‘통상의 기술자’의 입장에서판단하기 때문이다. 통상의 기술자는 특허 출원한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쉽게 발명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특정 기술 요소에 특허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특허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술 요소는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단순히 설계를 변경하여 도출할 수 있는 사항 정도로 취급된다. 둘째, 진보성은 2개 이상의 선행기술을 조합하여 판단된다. 인공지능에 관한 특허라면, 인공지능 관련 논문이 선행기술로서 제시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논문들이 무수히 공개되고 있으므로 논문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발명의 분류
인공지능에 관한 발명은, 필자의 경험상,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을 큰 숲으로 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작은 숲으로 하는 발명이다(Top-down 방식). 둘째, 인공지능 모델을 큰 숲으로 하는 발명이다. 이의 예로서 그림 2를 들 수 있다. 그림 2는 ChatGPT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구글의 트랜스포머 구조다. 단, 두 번째 유형의 발명이 트랜스포머와 같은 대단한 모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인공지능 모델이 전체 발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자의 발명이 후자의 발명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제외한다.
특허성의 관점에서, 전자의 발명과 후자의 발명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이 역시 단정할 수 없다. 전자의 발명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발명이고, 독특함을 발명의 구성으로써 잘 표현-발명의 독특한 구성을 명확하게 구체화하고 깊이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면, 작은 숲인 인공지능 모델의 특허성과 관계없이 특허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자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면, 작은 숲인 인공지능 모델에 특허성이 있어야 한다. 후자의 발명도 특허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인공지능 모델을 단순히 활용하기 위한 수준인 경우다.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출원 방향
기업 담당자로부터 공유받은 발명 제안서가 전자의 발명으로 작성되었다면, 필자는 후자의 발명으로 특허 출원할 것을 제안할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지 존재하기 마련이고, 진보성 판단의 원칙에 따라 2개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각각 선행기술)을 조합하여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의 제안에 따르면, 한 가지 경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후자의 발명으로 특허 출원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모델에 독특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독특함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다.
독특함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준비할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한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함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개발자는 먼저 논문을 연구해야 한다. 자사 기술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어떠한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연구·개발되고 있는지 꾸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개발자에게 논문 외에도 선행특허를 연구할 것을 추천한다. 선행특허의 연구는 선행특허의 주된 아이디어 또는 인공지능 모델의 작동 방법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확인은 기본적이고, 이에 더해 선행특허가 가질수 있는 한계점을 예상해 보고 그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연구에만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환경임을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단, 한계점의 예상과 그 해결방안에 관한 고민은 기업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이 곧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되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림 3은 인공지능 발명의 개요도인데, 이를 참조하면 ‘학습 모델 정의 영역’과 ‘물리적 구현 영역’을 파악할 수 있다. 특허출원은 기술적 아이디어만으로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특허출원 시에 ‘물리적 구현 영역’의 예인 실험 데이터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험 데이터는 독특함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자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허출원 시에 실험 데이터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험 데이터는 소위 비교 예에 해당하는 기준선(Baseline)과 특허 출원한 인공지능 모델의 정량적 실험 데이터와 정성적 실험 데이터를 말한다.
선행특허의 검색과 조사는 변리사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리사가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 절약’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선행특허를 검색하기 위한 검색식을 설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떠한 용어를 어떠한 필드(특허 문헌의 목차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에서 검색하는지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추가로, 변리사는개발자가 참고한 논문을 분석하여 개발자와 논의하며, 특허성의 도출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의 제안에 따라 전자의 발명을 후자의 발명으로 특허 출원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청구항을 작성하는 데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청구항 1을 ‘X를 위한 인공지능 모델’로 작성하였다면 청구항 2는 ‘청구항 1의 인공지능 모델을 포함하는 X를 위한 시스템’으로 작성할 수 있다(Bottom-up 방식). 청구항 1의 인공지능 모델에 특허성을 인정받으면 청구항 2의 특허성도 인정된다. 즉, 인공지능 모델에 특허성을 인정받아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성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특허 등록을 시도할 수 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독특함을 준비하는 것’은 이상적인 명제다. 실천이 필요하지만, 그 실천을 하기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실천하여 특허를 등록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며 자신들 기술의 우월함과 독창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간단히만 살펴보더라도, 이는 대부분 공개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기대고 있거나 이미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BM) 특허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독창적인 기술이 있다는 회사와 업무를 진행할 경우 그들의 특허 청구항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딥테크 인공지능 회사들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 특허를 보면 그 회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Vol.465
24년 05/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