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경영 효율적 연구개발을 위한 R&D 기법
모든 기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바라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올바른 R&D 전략의 수립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R&D 실행이 필수적일 것이다. 결국 무엇을 할 것인가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R&D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로 진화하면서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와 같은 R&D 문화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훨씬 더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R&D의 효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당면과제가 되었다.
이미 많은 기업의 연구소들은 소위 말하는 ‘연구방법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스마트’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더 명확하게 해 주고, 연구개발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준다. 이로써 조금 더 빨리, 적은 비용으로 R&D에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과거에 경쟁이 그다지 치열하지 않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느릴 때는, 그저 수많은 시행착오를 열심히 반복하다 보면 성공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방식으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아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R&D 혁신을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기업들이 채택해 활용하고 있는, 연구방법론 중 대표적인 기법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품질기능전개[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
QFD는 1960년대 일본 미쓰비시사의 고베 조선소에서 개발된 방법론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조사· 분석하여 제품의 ‘핵심 품질특성’을 설정하고, 이것을 다시 각 ‘기능 부품의 품질’과 ‘핵심 공정변수’로 연결해 체계적으로 연관관계를 파악해 나가는 도구다. 이는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의 중심을 명확히 잡아준다. 또한 각 개발단계 중 어느 단계에 자원을 더 투입하여야 할지를 쉽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제품 개발이 실패하는 원인 중 많은 경우가,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개발 방향 설정에 반영하지 못한 경우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QFD는 고객의 요구가 불명확하거나 어느 특성을 중점으로 개발의 방향성을 잡아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 상당히 유용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2. TRIZ(트리즈)
TRIZ(트리즈)는 러시아어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이론(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의 약어다. 구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Saulovich Altshuller, 1924~1988)에 의해 개발되었다. TRIZ는 현재 전 세계의 주요 기업에서 아이디어 생성기법과 문제해결 기법으로 활용되면서, 많은 기술자에게 검증받은 연구개발 도구다. 겐리히 알츠슐러는 수많은 특허를 분석하고 이를 발명의 수준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공통적인 원리가 반복 적용되는 걸 발견하였다. 곧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발명 원리들을 연구하였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 기술의 진화 유형은 산업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반복된다.
• 문제와 그 해결안은 산업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반복된다.
• 혁신은 다른 분야의 과학 효과를 이용하여 일어난다.
그가 조사한 특허 중 2%만이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인 발명이었고, 98%는 이미 알려진 아이디어와 개념을 활용한 결과였다. 따라서 그는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도, 창의적인 방법론을 익힘으로써 얼마든지 훌륭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TRIZ의 경우 시스템/문제 분석과 아이디어 도출 과정에 강점이 있기에,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모든 과제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과제 기획이나 초기 과제 수행과 같이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는 단계에 가장 효과적이다.
3. 실험계획법[DoE(Design of Experiments)]
연구개발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만큼, 설계나 공정 조건의 최적화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설계나 공정 내에는 수많은 인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것이 성능이나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들의 조건 조합이 어떻게 되었을 때 가장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지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인자가 많아지고 이들의 조합은 엄청난 수가 되는데, 이 조합을 모두 실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실험계획법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적은 수의 인자 조합만을 실험해 보고, 실험하지 않은 조합들의 결과는 통계적 예측을 통해 보다 쉽게 최적의 조건 조합을 찾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제품의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정 인자가 7개라고 하자. 인자별 높은 것과 낮은 것 2가지 조건에 대해서만 실험한다고 해도, 27=128가지의 조건 조합이 나온다. 그러나 실험계획법을 활용한다면 128가지의 1/8인 16가지의 실험만 수행해도 나머지 조합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부분요인설계, 완전요인설계, 반응표면설계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발된 최적 설계나 확정선별 설계 등을 통해, 더 적은 실험으로 핵심 인자를 파악하고 최적의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 이렇듯 실험계획법을 활용하면 개발에 필요한 실험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연구방법론 도구가 존재하나,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상 가장 핵심적인 연구방법론 3가지만 우선 소개하였다. 연구개발을 수행할 때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연구개발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Vol.465
24년 05/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