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R&D NIS 관점에서의 R&D 국제협력 현황 및 시사점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첨단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왔다. OECD 통계(그림 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2012~2021년)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중의 측면에서 4~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이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최근 5%를 돌파한 이스라엘에 이은 2위 규모다. 또한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해당 시점 이후 우리나라는 2023년까지 정부 예산의 약 4.9%를 R&D에 배정하고 있었으나, 2024년에는 R&D 예산의 삭감으로 인해 4.0% 수준까지 그 비중이 축소되었다.
그에 반해,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 관련 예산은 2023년 5,075억 원에서 2024년 약 1.5조 원 규모로 세 배가량 크게 증가하였다.01 이에 따라 2023년 1.6% 수준이었던 국제협력 R&D 비중은 2024년에는 약 5.7%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협력이 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진 만큼, 국제협력 R&D 예산 활용의 전략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국제협력 R&D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과 그 사례를 살펴보고, 국가혁신체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의 관점에서 국내에 수립할 수 있는 전략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는 전 세계 과학기술 혁신 활동의 상호연결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별 과학기술 정책 및 전략을 긴급히 재점검하게 한다고 명시하였다. NIS는 국가의 혁신 역량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구조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NIS는 글로벌 관점에서의 혁신 상호작용까지 다루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UNCTAD는 국제협력에 관한 핵심 요소로 전략적 계획(Strategic Planning), 혁신 선행 조건(STI Prerequisites), R&D 활동, 기술 혁신 등 네 가지를 선정하였다. 그림 2는 해당 개념이 포함된 NIS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먼저 정부는 과학기술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여 프레임워크, 정책, 가이드라인, 표준, 규제 등의 도구를 포함하는 전략적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동향을 살펴보고, 국가의 강점·약점을 명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연구개발 주체의 경우에는 해외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적 지식을 공유한다. 혁신 및 생산의 주체는 무역과 가치 사슬(Value Chain) 등으로 연결되어 기술과 사업적 지식을 학습한다.
2023년 11월, 국내 정부는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 전략(안)」을 발표하였다. 동 전략은 글로벌 R&D의 개념을 과학기술 분야 공동 연구 및 인적 교류, 해외 진출 지원, ODA, 국제협력 기반 조성, 실증 및 표준화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는 경제 및 안보 동맹을 중심으로 국가 간 협력을 구성하되, 민감한 사항일수록 소다자·양자 위주로 협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3은 현시점에서 기술에 대한 글로벌 협력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 미국 등 14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크게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네 가지 pillar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시대에 기술과 경제·안보는 분리될 수 없기에, 여기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 협력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2024년 3월에는 IPEF 장관회의를 통해 에너지 안보 및 탈탄소 분야의 기술 협력에 관해 구체적인 사항들을 합의하였다.
우주 기술 분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국제 달 연구기지(ILRS, 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 계획이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유인 달 착륙 및 글로벌 달 탐사 등 우주 기술에 대한 국제협력을 명시하고 있으며, 2024년 2월 가입한 우루과이를 포함해 총 3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LRS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총 8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2036년부터 본격적인 달 연구 및 탐사를 목표로 한다.
또한 국가들은 대륙 혹은 지역공동체 단위로 국제적인 혁신 어젠다를 설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세안(ASEAN) 국가들은 과학기술혁신장관회의(AMMSTI, ASEAN Ministerial Meeting on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를 통해 10년 단위의 ‘과학기술·혁신에 관한 행동 계획(APASTI, ASEAN Plan of Action on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을 수립한다. 가장 최근의 계획은 2016~2025년으로, 동 계획을 통해 아세안 과학기술 위원회에 속한 다양한 소위원회에 혁신 활동 및 자원 활용에 관한 다양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와 유사하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는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정책 파트너십(PPSTI, Policy Partnership for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을 통해 정책 조정 및 과학기술 협력을 촉진한다. 아프리카 연합 역시 ‘아프리카 혁신 전략 2024(STISA-2024; Science, Tehcnology and Innovation Strategy for Africa 2024)’를 통해 연합의 비전 달성에 필요한 6가지 우선순위를 설정하였다. 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과 같이 전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EU는 동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내 연구 그룹에서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유럽 컨소시엄 내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과는 달리, 민감 기술의 경우 파트너 숫자를 상당히 제한한다.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 쿼드(Quad)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결성되었다. 이후 실무급 및 외무장관 회담을 거쳐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되었으며, 기후변화와 우주, 디지털 경제 등 첨단기술 협력을 수행한다. 또한 미국과 인도는 2023년 양자 간 ‘핵심·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를 출범하며 방위산업 및 첨단기술 협력에 중점을 두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미·일 핵심 기술 공동 연구 및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CET)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양자 등 주요 안보 이슈에 관한 핵심 기술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NIS 및 글로벌 R&D 동향 관점에서 볼 때,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다수의 연구보고서 및 매체에서 분석하는 바와 같이, 국제협력 R&D에 대한 범정부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전략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협력을 기준으로 한 NIS 구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R&D의 중심이 되는 거버넌스는 연구개발 주체들과 소통하고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동 거버넌스는 정책 목표에 따라 국제·지역공동체·다자·양자 간 협약, 산업·경제적 연계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후 부처의 분야별 전략이나 대학·기업 등 연구개발 주체의 방향성이 정리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거버넌스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술 수준별로 협력 방안을 다르게 설정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UNCTAD가 지적하듯 국제적인 과학기술 어젠다는 결국 선진국의 관점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선진국들의 뛰어난 기술 및 관리 역량과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기인한다. 12대 전략기술 내에서도 분야별로 기술 수준이 매우 다른 것을 고려할 때, 정부는 기술 격차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분야별 민간 지원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은 이러한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해외 판로를 확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01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 전략(안)」수치 및 「기술과혁신」 11/12월호의 ‘국제협력R&D 투자 현황과 전략적 추진을 위한 제언’ 전망 수치를 참고
- Vol.465
24년 05/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