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수많은 과학기술 성과가 쏟아져 나오지만, 세간에서 널리 거론되는 것들은 많지 않다. 유독 특출난 기술의 발전, 이에 따른 성과가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근래 특히 기억에 남는 과학기술 성과’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은 ‘이 분야’ 성과들을 떠올릴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바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AI는 몇몇 사건 등을 통해 이목을 끌었는데, 돌이켜보면 이는 AI가 지적 능력에서 우리 인류에게 도달한 사건들이다. 지적 능력은 인류의 최대 장점이다. 인류의 피조물에 불과한 AI가 도리어 지적 능력에 우위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4대 1로 승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세돌 9단이 다섯 번 중 한 번 승리한 것이 오히려 화제가 됐을 정도로 알파고는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최근 ‘챗GPT’ 열풍도 유사하다. 챗GPT는 우리 질문에 마치 사람처럼 대답한다. 동문서답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 등 미진한 점이 있지만, 현재 모습만으로도 온 세계가 챗GPT를 연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AI가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극히 일부 영역에서 사람을 뛰어넘고, 사람의 지능에 가까이 다가선 것만으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성과를 냈다. 이후 더 발전된 AI가 나온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화제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히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AI 완성형 ‘AGI’

이후 AI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범용인공지능·인공일반지능 등으로 불리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될 공산이 크다. AGI가 기존 AI와 다른 점은 ‘범용성’이다. 이를 통해 더 사람에 가까워진다는 점이 포인트다. 범용성은 그동안 AI가 갖지 못한, 사람만의 영역이다. 사람은 일부 영역에 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영역에서 일정 수준의 역량을 보인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예술적 역량이 ‘0’인 것은 아니다. 간단한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집안일도 할 수 있고 면허가 있다면 운전도 가능할 것이다. 사람은 보통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언뜻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AI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례로 알파고의 경우, 바둑 외에는 활용 영역이 제한됐다. 영역을 집중한 데이터 분석과 학습, 연산으로 해당 영역에서만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GI는 이러한 과거의 특성에서 벗어난다. 특정 영역이 아닌 모든  분야에 두루 역량을 발휘하는 AI로 거듭난다. 이는 곧 능력 면에서 사람을 넘보는 경지에 오르는 것을 뜻한다. 이런 AGI는 과연 언제쯤 등장할까. 이에 대해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5년 내 AGI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멀어도 5~6년, 가깝게는 내년”을 말했다. 반면, 절대로 AGI는 등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기존 대형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 이미 AGI 수준에 돌입했다는 의견도 있다.

AGI 평가 기준 등장… 현재는 ‘떡잎’ 수준

여러 의견이 혼재하는 와중에 아직 그 실체, 정의를 단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베일에 가려진 AGI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는 탐구는 있다. 참고할 만한 사항으로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해 11월 논문으로 제시한 AGI 기준이 있다. 이들 연구진도 “하나의 기준으로는 유용하다”며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딥마인드 연구진은 ‘튜링 테스트(대화를 통해 AI에 지능이 있는지 판별하는 시험)’와 같은 기존 방법으로는 AGI의 수준에 올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0~5의 여섯 개 단계로 AGI 레벨을 나눴다.

레벨 0은 아예 AI가 아닌 상태를 뜻한다. 레벨 2부터는 숙련된 성인을 기준으로 백분위 50% 정도의 능력을 내는 것으로 규정했다. 레벨 3은 같은 조건에서 상위 10% 이내, 레벨 4는 1% 이내의 성능을 의미한다. 마지막인 레벨 5는 아예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AGI를 넘어선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으로 분류된다. 이는 특정 업무가 아닌, 일반적인 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성능을 규정한 것이다. 즉 범용성이 기준이다. 아무리 특정 영역에 초인적인 성능을 내도 다른 역량이 약하다면 AGI 레벨은 낮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으로 기존 AI도 평가했다. 챗GPT와 ‘바드’, ‘라마2’ 와 같은 LLM은 AGI 레벨 1 수준이라고 평가되었다. 딥마인드의 AGI 기준에 따르면 숙련되지 않은 사람 수준이지만, 이미 AGI의 싹은 트고 있다.

여러 정보 받아들이고, 스스로 성장해야 AGI 가능해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AGI 성능을 내려면 어떠한 세부 기술들이 필요할까. 이는 우리 사람의 지능이 발현되는 양상을 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오감으로 여러 정보를 얻고, 이를 체화해 지식을 발전시킨다. 주어지는 정보가 적을 때는 추론 능력으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응한다. 창의성을 발휘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몸을 써 표현하기도 한다. 세상과의 상호작용이다. 이를 기술에 대응하면 사람처럼 시각·청각·촉각 등 여러 종류의 정보를 함께 받아들이는 멀티 모달리티,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자율 성장, 표현을 위한 생성형 AI 등을 그 요체로 떠올릴 수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AGI를 주도하는 기술로 △딥러닝 △자연어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컴퓨터 비전 △생성형 AI △로보틱스 등을 꼽은 것도 참고할 사항이다. 딥러닝은 여러 포맷의 데이터들을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NLP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컴퓨터 비전은 공간의 정보를 얻어 이해한다. 생성형 AI는 정보를 학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성한다. 기계 시스템인 로보틱스 기술은 AGI가 물리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들 AWS가 제시한 기술군 역시 사람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과 닮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연구 주체들이 이러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AGI 구현’을 목표로 밝히기도 했다. 올 초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우리의 장기 비전은 AGI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연내 60만 개 AI 칩 확보 계획을 전했다. 이밖에 아마존이 ‘아마존 AGI’를 운영하고 있고, 구글도 딥마인드를 통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GI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시작점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AGI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율 성장, 멀티 모달리티 등 기반이 되는 기술 연구로 AGI에 도달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여러 기업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AGI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 필요해

현재 AGI를 비롯한 AI 발전이 세계에 득이 될지, 혹은 실이 될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부는 너무나 강력한 AI가 자칫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인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른바 ‘두머(Doomer)’ 진영의 의견이다. 반대되는 ‘부머(Boomer)’들은 미래는 예견하기 어려우니, 지금은 개발에 힘을 실을 때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첨예한 갈등은 그만큼 AGI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어쨌건 향후 등장할 AGI는 우리 사회와 산업에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직접적으로는 범용성을 무기로 여러 AI가 나누어 수행하던 일을 하나의 AGI가 홀로 담당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이용자의 뜻을 헤아려 일을 돕는 진정한 의미의 ‘AI 비서’ 출현도 가시화되는 등 AGI가 발전하여, 관련 서비스의 확대도 기대된다. 간접적으로는 AI 활용 확대에 따른 AI 칩, 센서 분야 등 관련 영역의 성장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발전된 AI를 활용한 범죄에 대비한 보안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AGI 관련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