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1 수소환원제철로 구현되는 미래 친환경 제철소
탄소중립 시대, 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위기 속에 시장과 고객의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가 매년 높아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철강사의 ‘생존’이 달린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는 대형 고로 생산 체계에 기반하고 있는 아시아 철강사 중 처음으로, 2021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공식 발표하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했다. 포스코는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저탄소 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
넷제로 달성을 위한 궁극적 해법, 수소환원제철
철강 제품 생산 시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되는 이유는 철광석(Fe2O3)을 철(Fe)로 환원할 때(산소를 떼어낸다는 의미)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정확히 말하자면 화석연료에 포함된 일산화탄소(CO)-를 환원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 제품 생산에 따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환원제가 필요한데, 수소(H2)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는 철광석과 반응하면 물(H2O)이 발생하기 때문에 철강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100% 수소만을 사용하여 철을 직접 환원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 혹은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를 일부 활용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파이넥스(FINEX) 공정에서 환원제의 25%를 수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고유의 유동 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활용 비율을 100%로 늘리는 기술인 HyREX(Hydrogen Reduction)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데모 플랜트 설계에 착수했으며, 지난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개소한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에서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톤 규모의 HyREX 시험설비를 준공하고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전환기를 위한 저탄소 브릿지(Bridge) 기술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의 개발은 2030년 전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나, 기술 상용화 검증이 끝나더라도 생산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설비 대체 및 전환과 신규 설비 건설, 그린수소의 경제적 공급 인프라 확보 등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전환기의 기술로서 고로(BF, Blast Furnace; 용광로), 전로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하여 저탄소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기술인 ‘브릿지’ 기술이 중요하다. 브릿지 기술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기존 고로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두 번째는 파이넥스에 사용되는 수소 투입량을 늘리는 기술, 세 번째는 전로에 사용되는 고로 용선(쇳물, Iron)의 비중을 줄이는 기술이다.
1) 고로 기반 브릿지 기술: 저탄소 연·원료 사용
고로 조업 시 사용되는 원료와 연료를 대체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기존 투입 원료인 소결광 대신 펠렛(Pellet, 철광석을 파쇄 선별한 후 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원료)을 투입하는 방법이다. 이는 소결광 생산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줄일 뿐 아니라 소결광을 사용할 때보다 환원 성능이 우수해, 환원제인 석탄의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쇳물 1톤 생산 시 펠렛 100kg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30~40kg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이미 환원 처리된 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를 투입하는 방법이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어느 정도 미리 제거한 원료이므로 고로에 환원제로 투입해야 하는 석탄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쇳물 1톤 생산 시 HBI를 100kg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약 100kg 가량 저감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천연가스에 함유된 수소를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펠렛이나 HBI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대체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고로에 투입되는 원료의 형상과 성질이 달라지면 고로 내부의 용융 작용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 원단위를 기대만큼 줄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고로 조업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포스코는 펠렛과 HBI 투입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가장 효율적 형태로 장입물 분포를 제어함으로써, 저탄소 고로 조업 체제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 2023년 상반기에는 고로 천연가스 취입 관련 기술 정립 계획을 수립하였고, 2025년까지 고로 천연가스 취입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향후 이러한 3가지 고로 기반 브릿지 기술을 패키지화하여 저탄소 특화 고로의 운영 모델을 정립하고자 한다.
2) 파이넥스 기반 브릿지 기술: 수소 증폭과 CCUS
파이넥스 기술은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여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 고유의 기술이다. 현재 파이넥스 유동 환원로에서는 철광석 환원에 수소가 약 25% 사용되고 있다. 포스코는 유동 환원로에 수소를 추가 공급하여 수소 환원을 증대하는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수소 증폭기술을 활용하여 DRI(Direct Reduced Iron; 직접환원철)를 생산하면 환원을 위해 필요한 석탄 소요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거나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CCUS는 산업시설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90% 이상의 고농도로 압축하여 화학적 전환 또는 광물 탄산화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하거나, 육상 또는 해양의 지하저장소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 또는 기술을 말한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는 이미 70% 이상의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포집 및 압축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어 CCUS 적용이 용이하다.
3) 전로 기반 브릿지 기술: 전기로 합탕과 상저취전로
전로(Converter)는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인 ‘용선(Iron)’을 담는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설비를 말한다. 용선이 담긴 전로에 산소를 불어 넣어 인, 황, 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원하는 온도와 성분으로 정제하면, 비로소 진짜 쇳물인 ‘용강(Steel)’이 된다. 용강 1톤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중 80~90%는 용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전로 기반 브릿지 기술은 전로에 사용되는 용선의 양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즉 전로에 고로 용선 대신 철 스크랩을 다량 사용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러한 기술을 통칭하여 저HMR(低 Hot Metal Ratio) 조업 기술이라고 부른다.
저HMR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고로 용선과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용강을 혼합하여 전로에 투입하는 ‘전기로 합탕’ 기술이 있다. 전기로에서는 철광석이 아니라 사용하고 남은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여 용강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로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기로는 철 스크랩의 잔류 원소 함유량에 따라 고급 자동차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 등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데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포스코는 대형 전기로를 신설하여 전로에 고로 용선과 전기로 용강을 합탕하고, 탄소배출 저감과 고급강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했으며, 약 6천억 원을 투자해 2025년 말에 준공하고 2026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대 연간 35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합탕 배합비의 유연한 조정을 통해 고객사별 요구에 따라 다양한 탄소 저감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저HMR 기술은 전로 상하부에서 산소를 불어 넣어 추가 열원을 확보하는 ‘상저취전로’ 기술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용선을 줄이는 대신 철 스크랩 투입을 늘리면 용선의 온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상저취전로 기술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 되었다. 상저취전로는 상부는 물론 전로 하부에도 산소를 불어 넣어 추가 열원을 공급하고 전로 내부의 2차 연소를 극대화한다.
그린 에너지 공급 확충이 관건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포스코는 HyREX와 다양한 브릿지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그린 에너지 공급의 확충이다. 2021년 기준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에서 약 25TWh의 전력을 사용했다. 다만 이 중 대부분은 부생가스와 폐열을 활용하여 자가발전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실제 한전을 통해 구매한 전력은 3.8TWh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제철 공정이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되면 부생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가발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생가스는 제철 공정 중 석탄을 활용하는 공정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철소의 전체 전력 사용량은 수소환원제철용 유동 환원로 등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이 많은 설비가 늘어남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저탄소 생산 체제를 위해서는 그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발전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제철 공법을 설비부터 기술, 원료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체제로 대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는 지속가능경영 기반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Vol.466
24년 07/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