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3 유리, 저탄소 스마트 사회의 핵심 소재로 자리매김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 방향
유리 산업은 고온 공정의 에너지 다소비 분야로, 2017년 국내 기준 약 4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전체 배출량의 1.2%를 점유하고 있다. 유리 생산 과정 중 원료에서 배출되는 CO₂의 비중은 20~30%이며, 용융을 위한 연료에서 배출되는 CO₂는 50~70% 수준이다. 나머지는 각종 기계를 가동하기 위한 전기 사용에 따른 배출이다.
유리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으로 연료 소비량을 줄여주는 재생 파유리 사용량 증대,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저탄산 원료 사용, 바이오 연료 적용, 순산소 연소 및 전기용융 확대 등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유리 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한 장기적인 방안으로는 탄산염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비탄산염 원료 적용 및 CO₂ 배출이 없는 수소 용융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1) 탄산염 유리 원료 대체
유리 생산 시 사용되고 있는 탄산염 원료로는 소다회(Na₂CO₃), 석회석(CaCO₃), 백운석(MgCO₃-CaCO₃)이 있다. 이 원료들의 용융공정에서 CO₂가 분리되어 배출되며 이는 생산 공정 내 탄소 배출량의 약 20~30% 수준을 차지한다.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탄산염 원료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는 연료 소비량을 줄여주는 재생 파유리 사용량 증대,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저탄산 원료 사용 등이 있다. 재생 파유리의 경우 이미 원료들이 녹아 균질하게 분포되어 있으므로 저온에서 용융된다. 또한 파유리가 잘 녹지 않는 원료들과 반응하여 용융 시간을 단축해 주므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저탄산 원료는 광산에서 채굴된 원료가 아닌 재활용 원료다. 예를 들어 석회석을 대체할 수 있는 굴, 조개 등 패각을 처리한 원료, CO₂ 포집 부산물 등을 꼽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원료에서 기인한 탄소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탄산염을 대체할 수 있는 비탄산염 원료의 적용이 필요하다. 다만, 비탄산염 원료의 경우 부존 광산이 풍부하지 않으므로 탄산염을 비탄산염으로 변환하여 사용해야 한다. 또는 현재와 같이 탄산염을 일정량 사용하되 용융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포집하여 유리 원료로 재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2) 화석연료 대체
현재 유리 원료들을 1,600℃ 이상의 온도에서 용융하기 위해 주로 LNG, B-C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0~70% 수준을 차지한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순산소 연소, 전기용융 기술 확대 및 탄소 발자국이 적은 바이오 연료 적용이 연구되고 있다. 순산소 연소의 경우 100% 순산소만을 사용하여 연료를 연소할 수 있기에 에너지 전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공기를 사용한 연소와 대비하여 적은 양인 기체의 온도를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순산소 연소의 경우 용융로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약 10~30% 절감할 수 있다. 연소에 의한 용융은 주로 복사 방식에 의한 간접 용융 방식인 반면, 전기용융의 경우는 유리 원료를 직접적으로 가열해 용융할 수 있어 효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순산소 연소 및 전기용융은 소형 용융로에는 쉽게 구현할 수 있지만 대형 용융로에는 구현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적용이 제한적이다. 바이오 연료의 경우에는 탄소 발자국이 적은 원료로 불순물도 적어, 연소 시 황산화물 및 먼지 등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는 연소 특성이 달라 별도의 버너 시스템 및 용융공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용량이 적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연료 부문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탄소를 포함하지 않아 연소 시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용융으로 변환해야 한다. 수소 용융 기술의 경우에는 수소 버너 개발뿐만 아니라 용융로 분위기에 수분이 증가하는 데 대한 내식성이 좋은 내화물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내화물 재료 변경에 따른 융융로 디자인 개발도 필요하다.
탄소 중립 사회에 이바지하는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전략
유리는 투명성으로 인해 건축 및 자동차 산업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리는 이 투명성 때문에 에너지가 과소비되는 단점도 있다. 여름철 태양 열선에 해당하는 근적외선과 겨울철 난방열에 해당하는 원적외선에도 투명하여, 냉방 및 난방을 위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은 판유리 표면에 전도성을 갖는 투명 코팅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저방사로이(Low Emissivity) 코팅유리로 알려진 에너지 절약 코팅유리는, 전도성이 가장 좋은 은(silver)을 단열 물질로 사용하여 복사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한다. 그런데 코팅 후에도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 박막의 두께를 15nm 이하로 유지하여야 한다.
또,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15nm 이하의 은 박막층을 2층, 3층으로 적층해야 한다. 따라서 광학적 성능 및 내구성 향상 등을 위해 보조 층 포함 약 20~30층의 다층 박막을 적용한 코팅유리들이 개발·출시되고 있다. 더불어 건축물의 난방 부하를 저감하기 위하여 전도와 대류에 의한 열 손실을 줄이고자, 일반적인 2중 복층유리에 유리 1장을 더 추가한 3중 복층유리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4중 복층유리도 개발되어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복층유리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전도와 대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진공유리의 대량 양산 기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유리의 경우, 고강도 박판유리를 적용한 경량화로 연비와 전비를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태양 열선 차폐 성능이 뛰어난 색유리 및 코팅유리를 적용하여 냉방 부하를 감소시키고 연비와 전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여 엔진 폐열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유리에 투명 전도성 코팅을 적용한 직접 가열 방식의 발열 유리는 전기차의 전비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유리 표면에 높은 발열량을 구현하여 성에 및 김 서림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교통사고 위험성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는 프리미엄 유리들이 건축 및 자동차 유리에 적용되고 있다. 전기를 인가하여 투명도와 색상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유리도 개발되어 적용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투명도를 조절하여 개방감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태양 열선을 더 많이 차단함으로써 냉방 부하 감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태양광 모듈의 경우 색상이 일률적이고 전선이 보이는 등 디자인 관점에서 건축물 외벽에 사용하기가 부적절하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 Voltaics)가 개발되었는데, BIPV는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커버 유리에 태양광선 투과율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부여할 수 있다. 또 건축물에 직접 태양광 모듈을 부착할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타 스타트업 투자 등 Open Innovation, 혹은 타 소재와의 협업 전략 소개
유리 업계는 용융로 연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협업을 통해 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를 도입하고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 용융로 운전 기술의 개발을 계획 중이다. 한편, 현재 대기로 배출되는 연소 가스의 고온을 활용하여 폐열 발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에너지 효율이 높지 못하다. 따라서 폐열 발전 가동에 부족한 성형 및 서냉 공정의 폐열을 활용한 스팀 생산, 열전 발전, 유기물 저온 유체 발전(Organic Rankine Cycle, ORC), 각종 전기설비 등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유리 산업의 향후 과제와 발전 방향
유리 소재는 투명성, 평활성, 높은 강도, 내부식성 등 많은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산업의 필수 기초 소재로 사용되어, 유리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자동차, 가전, 전자 등 수출 산업의 경우 RE100, 탄소 국경세 등 탄소 중립이 더욱 요구되고 있으므로, 기초 소재인 유리 분야의 탄소 중립은 수출 경쟁력 강화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리 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많은 기술 개발과 기반 여건의 성숙이 필요한 상황이다. 완전한 탄소 중립에 도달하기 전부터 한 걸음씩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 및 전기 사용량 감소를 위한 다양한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재생 파유리 사용량 확대, 저탄산 원료 발굴, 바이오 연료 적용, 순산소 연소 및 전기용융 기술 확대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탄산염을 완전히 대체하는 비탄산염 원료의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용융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유리 용융 전반의 용융기술 및 내화물, 용융로 디자인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여러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형 프리미엄 유리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여, 탄소 중립 사회 구축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 Vol.466
24년 07/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