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4 기후·경제 이슈를 해결하는 혁신 화학 기술, 무탄소 에너지 기반 CCU
화학산업과 온실가스
석유화학산업은 ‘화석원료’ 및 이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화석연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탄소제품’을 제조하는 산업이다. 출하액 기준 세계 5위와 국내 제조업 5위를 차지(2021년 기준)하는 국가 주력사업이지만,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이변, 인명피해,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기후플레이션, 탄소세로 인한 국가 GDP 둔화 등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화학산업 역시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구적 노력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방안은 지하에 매장된 탄소원(석유, 천연가스 등)을 지상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UAE 두바이에서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열렸다. 참석한 국가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라는 내용에 합의하였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보다 완화된 표현으로 아쉬움이 있으나, 화석연료의 감축을 공식화했다는데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 정부는 무탄소 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를 새로운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제안하고 원전, 수소,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 이산화탄소 포집 · 활용 · 저장) 등 무탄소 에너지를 도입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사회 충격을 완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유럽, 미국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 탄소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Fit-for-55 법안, 청정경쟁법안 등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현황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원유에서 유래한 나프타(naphtha)를 분해하는 업스트림 생산공정을 활용하여 올레핀(olefin)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를 원료로 다운스트림에서는 3대 유도품(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및 정밀화학 등 기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나프타를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메탄 등)을 나프타스팀크래커(NCC)의 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약 4,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직접 배출되고, 기초유분을 중합·분리·압축하는 공정에서는 외부 전기·스팀 사용으로 2,400만 톤이 간접 배출된다(2018년 기준). 탄소 감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30년경에는 매년 6천억 원 이상의 탄소세가 부과되어(그린피스, 2021) 화학산업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는 약 20%, 2050년까지는 약 73% 감축하기로 정했다. 이를 위해 탄소 연료 전환(전기가열로 등), 탄소원료 전환(바이오 및 수소 기반 나프타 활용), 자원 순환(폐플라스틱 활용)을 주요 감축 수단으로 제시했다. CCUS는 별도 부문으로 감축목표를 두어 DAC(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 및 e-fuel(재생 합성연료) 등을 통해 각 산업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에 우리나라 석유화학기업들도 ‘Low Carbon’과 ‘Green Growth’를 핵심 방향으로 선정했다. 이미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Low Carbon 분야(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활용 등)에서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고, Green Growth 분야(Biofuel, e-fuel, CCUS, 청정 발전 등)에서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청정 화학산업의 길, 그린 리파이너리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기본이 되는 것은 화석연료 기반 선형 경제 시스템에서 순환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기반 선형 경제 시스템은 광합성과 지각 활동으로 생성된 화석연료를 채굴하여 연·원료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폐기물로 배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 그린 리파이너리 기술은 대기 또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식물 등 바이오매스,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여 재생 연·원료를 만들어 사용한다.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 전환을 이루는 대표적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The refinery of the future>에서도 역시, 2050년에는 폐플라스틱, 바이오매스, CO2가 석유 등 화석 연·원료를 완전히 대체하리라 예상했다. 운송 전기화 및 연료전지 차량 사용에 따라 가솔린 수요는 소멸하고, 청정 연료 사용에 따라 디젤과 항공유는 대폭 사용이 감소하겠지만, 플라스틱과 기초화학 원료 사용은 대폭 증가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탄소 에너지(CFE) 기반 CCU 기술
세계 5대 화학제품(에틸렌, 프로필렌, BTX, 암모니아, 메탄올)의 생산 규모는 2050년까지 선형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40년 이후에는 전기화를 통한 화학제품(e-메탄올 등)이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 2023)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전기화는 약 58%(2023~2050 누적), CCUS는 약 18%(2023~2050 누적)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 리파이너리 기술 중 하나인 CCU 기술은 CO2를 원료로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휘발유 등 합성연료와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대기 중 CO2를 직접 저감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전기화 기술을 활용하면, 낮은 온도 및 압력 조건에서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선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부반응을 억제하고 반응기 부피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온 합성, 열분해, 가스화, 분리, 정제, 냉각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해결한다면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따라온다. 따라서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와 CCU 기술을 결합하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CFE 활용 CCU 전기화 기술은 기존 공정 대비 50% 이상의 에너지 저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은 CFE 기반 CCU 기술 개념도의 예시다. 산업, 대기, 바다에서 포집한 CO2를 활용하여 전기화 기반 화학 전환, 생물 전환, 광물 탄산화를 거쳐 청정 연·원료 및 제품을 생산하는 미래 화학산업의 모습을 나타낸다.
CCU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 여건 조성
2024년 2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도 개정되어, 재생 합성연료가 석유 대체연료에 포함되었다. 이들은 CCU에 관한 법과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산업에 대한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CCU 사업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CCU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인증제도와 연계하여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및 인증을 위한 기준이 연계되어야 한다.
미국은 IRA를 통해 CCUS에 관한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고, EU도 CCUS 산업에 대한 인허가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CCU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대출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세액공제나 보조금 등의 정책적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와 연구소 간의 긴밀한 협력은 탄소중립 기술개발의 핵심 요소다. 산업계와 탄소중립 필요성 및 현안 과제를 공유하고 그린 성장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면,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Vol.466
24년 07/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