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명강연 제73회 산기협 조찬세미나_ 초불확실성 시대의 미래전략
5월 9일,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제73회 산기협 조찬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서용석 교수가 연사로 나서 <초불확실성 시대의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방안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미래전략과 변화에 대한 이해
미래연구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전제로 한다. 질문을 던져보자. 미래는 다가오는 것일까,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사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다가오는 미래는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고령화나 기후변화 등 객관적인 미래 상황이 있다. 만들어 가는 미래는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다. 예를 들면 비전 같은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대항해시대의 선장이라면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 파도의 높낮이 등을 관찰하면서 목적지로 가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미래는 다가오기도 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컴퓨팅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풍부한 데이터나 자료, 방법론 등이 있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 생각은 오래지 않아 무너졌다. 미래 예측에는 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Y2K’를 기억하는가.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 컴퓨터가 날짜를 1900년으로 인식해 큰 혼란이 발생할 거라는 경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비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확한 예측이라고 해도 외부로 공개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 예측은 틀린 이야기가 된다. 이를 ‘미래 예측의 역설’이라고 한다.
미래 예측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가?’, ‘변화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는가?’, ‘무엇이 세상을 바꾸는가? 변화의 주요 동인은?’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3대 동인으로는 ‘인구’, ‘기후’, ‘기술’이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선제적 인지와 대응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졌다. 이는 과거 경험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건을 뜻한다. 일단 발생하면 그 파장과 여파도 크다. 다른 표현으로는 ‘엑스이벤트(X-event)’가 있다. 한국이 향후 직면할 수 있는 엑스이벤트는 무엇이 있을까. 남북통일, 원전 사고, 백두산 폭발, 강진 발생 등 다양하다. ‘블랙 엘리펀트(Black Elephant)’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 파장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코끼리가 온 집안을 박살낼 때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일례로 국제적으로 탄소중립 2050이 선언되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 충돌로 실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미래에는 ‘효율성’보다는 ‘에질리언스(agile+resilience)‘가 중요하다. 에질리언스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나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기업이 비즈니스 위기를 극복하려면 위기 감지력을 극대화하면서 예방과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 피해가 생기더라도 시스템 전체를 향상시키는 전환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과 기정학 시대의 도래
패권은 정치학적인 용어다. ‘지정학’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한국만 봐도 아프리카나 남미에 위치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은 없었을지 모른다. 현재 한국을 논할 때 글로벌 패권 국가인 미국을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기정학’은 이광형 KAIST 총장이 제시한 용어로, 첨단기술과 산업 보유 여부가 한 나라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은 물론 국방 안보 동맹까지 좌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정학의 시대에서 기정학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미국은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신(新)애치슨라인 사수에 나섰다. 반면 일본은 반도체 기술 회복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외국으로 떠났는데, 젊은 인력을 양성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일본의 공대에는 대학원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거의 없다. 숙련된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은퇴하면서 후속 세대에게 기술력이 전달되지 않은 세대 간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은퇴인력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로의 기술 전달도 중요하다.
미래에 필요한 역량과 인재상
그렇다면 미래가 요구하는 역량과 인재상은 무엇일까. 앞으로는 ‘기술 문해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평생의 과업이 될 것이다. 또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변화에 개방적이며 학습자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자기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적응력의 핵심이다. 직업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고, 산업의 재구조화도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에질리언스’는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실패로부터 배우며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혁신과 발전의 핵심 요인인 ‘창의성’이 필수 능력으로 부상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감수성’을 언급하고 싶다. 특정 기술이 사회의 니즈에 부합하며 상업성이 있는지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해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었다. 이러한 능력은 AI 시대에도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확산할 때, 긍정적인 미래 역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Vol.466
24년 07/0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