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D 나침반 “1천만 원이면 자율 주행 트랙터가 내 것”… 스마트농업 열풍 이유는? 싸고 간편하고 인간보다 더 잘하니까
약 800~900만 원, 사람 없이 혼자서 농사짓는 자율 운행 트랙터로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애그테크(농업기술) 기업 긴트(GINT)는 농기계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GPS 기반 자율 주행 키트[제품명: 플루바 오토(PLUVA auto)]를 개발·판매 중이다. 이는 △고정밀 위치정보(RTK-GPS; Real Time Kinematic-GPS) 모듈을 내장한 메인 컨트롤러 △기존 농기계 스티어링휠을 대체하는 오토 스티어(자동 조향) △자율 주행 실행 및 이동 제어를 위한 원터치 스위치 △농기계와 플루바 오토 부품 간 전원·외부 단자 연결을 위한 인터페이스 박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부속품을 설명서대로 트랙터에 달면, 일반 트랙터가 스스로 밭을 갈고 씨도 뿌리는 자율 주행 트랙터로 탈바꿈한다.
온전한 완성품을 사는 건 금액적 부담이 너무 커 나오게 된 사업 아이템이다. 관련 조립 부품을 구입하여 부착하는 간편한 형태 덕에, 농민들의 자율 주행 기술 활용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트랙터뿐 아니라 이앙기, 관리기 등에도 똑같이 탈부착해 자율 주행 기능을 누릴 수 있다. 긴트 관계자는 “플루바 오토는 정밀 좌표를 기반으로 해 일정 구간의 직진 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라며, “평균 3cm에 불과한 오차범위로, 숙련된 운전자의 작업 오차(약 28cm)보다 90% 더 높은 정확성을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플루바 오토는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농업 생산성을 약 15~20% 높이는 효과도 가져온다.”라고 덧붙였다.
그림 1 긴트의 플루바 오토를 적용해 개조한 트랙터
최근 잦아진 이상기후 속에 물량 수급이 불안정한 채소·과일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인구 고령화 및 대농화(大農化)를 해결할 ‘스마트농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간단히 말해 첨단농기계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토양·작물·환경 센서 등의 계측 장비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농장에서 토양, 물, 광물 등의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위성, 기상 관측소 등 외부 데이터와 결합해 특정 지역에 최적화된 농업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생산 농가의 30%에 스마트농업 장비·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농업 시설 환경제어, 데이터관리 등 즉시 적용이 가능한 기술을 보급하는 데 역점을 둔다. 사실 농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딥테크(첨단기술) 기반 새싹 기업들이 그 변화를 주도하며 스마트농업 발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4)’에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을 만나봤다.
프라모델 만들 듯… 노후 농기계를 최첨단 자율 주행 농기계로 탈바꿈시키는 조립 키트
저렴한 가격에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토록 한 모듈형 조립 키트는 스마트농업 분야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2022년 8월 설립된 아그모(AGMO)는 탈부착식 자율 주행 농기계 조향 키트를 생산한다. 아그모 솔루션 키트는 기존 농기계 천장에 아그모 센서(GPS) 모듈을 부착하고, 기존 핸들을 탈거해 모터가 달린 오토 스티어 핸들로 교체해 장착하는 형태다. 그다음 자율 주행을 조작할 수 있는 산업용 태블릿 PC인 HMI(Human Machine Interface) 모니터와 카메라 2대를 부착하면 설치가 끝난다. 아그모 관계자는 “정교해진 주행 능력으로 수확량을 10% 증대시키고, 효율적인 작업 경로를 생성해 경작 시간도 20%를 단축한다.” 라고 말했다. 이앙기 작업 시엔 최대 50%의 인력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부연이다. 이뿐 아니라 콤바인과 방제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핸들 조작 없이 터치스크린 조작으로 손쉬운 선회가 가능하다. 관계자는 “다각형의 농지 작업에 알맞은 경로를 생성, 그 경로를 완전 자율 주행하게 설계했다. 직진과 선회 성능 테스트에서 나타난 평균오차는 2.6cm 정도”라고 설명했다.
농업의 ‘불편한 지점’을 바꿀 ICT(정보통신기술) 접목 시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수확에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은 일정 기간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해 주어 인기다. 지능형 농업 로봇업체 메타파머스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 그리퍼(로봇 손)를 활용해 작물을 손상 없이 수확한다. 부품 생산공정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AI 비전 검사’ 기술을 농업 분야에 응용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 2 과일을 수확하는 메타파머스의 소프트 그리퍼
그리퍼 아래에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가 작물의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AI가 딥러닝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기반으로 작물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를 판단한다. 주로 딸기와 토마토처럼, 수확 시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은 빠른 속도와 정확한 파지(把持)를 위해 작업자가 수확하는 것을 모사해 설계했다.”라며, “RGBD 카메라와 AI가 작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수확 가능한 위치도 판별한다. 또한 작물을 인식해 숙성도와 병해충을 판별하여, 익은 과일만 선별 수확한다.”라고 말했다. 아그모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실증단지(145평) 온실에서 방울토마토와 오이 등을 대상으로 PoC(Proof of Concept; 기술 검증)를 실시한 결과, 하루 수확량(18시간 가동 기준)이 실제 노동력보다 20% 많았다고 발표했다.
계란 품질검사도 AI가 한다
한밭아이오티가 개발한 AI 계란 품질검사 시스템(꼬꼬봇 AI 비전)은 계란 품질을 자동으로 검사한다. 한밭아이오티 대표는 건강한 소비 트렌드로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계란 소비가 느는 데다, 생산한 계란의 선별규제나 제도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 살충제 계란 파동(2017년)→조류독감 피해(2017년)→식용란 선별· 포장업 신설(2018년)→식용란 선별·포장업 시행(2020년)→닭·오리·계란 이력제(2020년)→양계 질병관리 등급제(2021년)→식용란 선별·포장 확인서 발급제도 시행(2021년)→업소용 달걀까지 선별· 포장 의무 확대(2022년)
그림 3 한밭아이오티의 꼬꼬봇 AI 비전을 활용해 분석한 계란 상태 데이터
기존 계란 외관검사는 ‘툭툭’ 두드리는 방식인데, 이 경우 계란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등 손상 위험이 따른다.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교차오염 발생도 무시할 수 없다. 크랙, 혈반 검사기의 설치·운영에 따른 유지·관리의 어려움도 있다. 한밭아이오티는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 꼬꼬봇 AI 비전은 영상을 촬영해 계란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주로 흰자와 노른자의 위치 및 색상을 보고 판단한다. 신뢰도는 95% 이상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데다 단일장비로 크랙, 혈반, 불량, 이물질 등의 검사가 가능해 편리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아울러 영상데이터를 분석하면 계란뿐 아니라 닭의 상태, 즉 닭의 질병 유무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축사에 ‘미래 식량 곤충’ 키우는 전문 스마트팜도 등장
민들레 스마트팜은 ‘스마트축사 구축’을 주전공으로 하는 회사다. 최근 ‘민들레 이어태그’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가속도 센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딥러닝을 통해 소의 활동량, 발정, 질병, 유산, 분만 등의 헬스케어를 도와주는 이표형 발정 탐지기다. 탐지율은 90%에 가깝다. 관계자는 “기존 만보계 형식의 발정 탐지기와 다르게 반추량과 활동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90%의 높은 발정 탐지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태그는 500원 크기(47×52mm)로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도태·출하 시 이표 고정구만 잘라 재사용이 가능하다.
팜에이트는 수직농장 형태의 식물공장 설비를 개발했다. 온도 및 습도와 물의 산성도,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제어해 높은 품질의 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토대로 지하철역 안의 스마트팜인 ‘메트로팜’도 설치했다. 한편 반달소프트는 ‘곤충 스마트팜 시스템’을 개발해 식용 곤충 시장을 정조준했다. 이를테면 유용 곤충인 쌍별귀뚜라미와 풀무치는 식품공전에 등록된 식용 곤충으로, 단백질을 소고기의 3배, 계란의 5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필수아미노산과 칼륨, 인, 글루탐산, 아스파르트산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갖고 있다. 곤충 스마트팜 시스템은 IoT에 기반한 내부 센서, 자동 급수, 온습도 조절 장치 등을 갖추어 사육 및 성장에 최적화된 스마트 곤충 사육대다. 관계자는 “곤충은 미래 식량자원으로, 등애등에 등 다양한 종의 곤충 사육 시설 구축을 통해 생산량 증대 및 인건비 절약 등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커피 찌꺼기가 케이크로, 선인장이 가죽 재킷으로 변신
리사이클링 시장을 겨냥하여 농업 부산물을 재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도 뜨고 있다. 어반랩스의 경우, 식물성 대체 단백질 재료인 ‘커플로어’를 내놨다. 커피박 찌꺼기를 친환경 식품 원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는 빵이나 케이크 등 제과류, 국수나 스파게티 등 면류, 가공육이나 햄 등 대체육류, 치즈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류에 넣어 단백질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기능성 재료다. 또한 어반랩스의 커플로어는 커피 추출 후 발생하는 커피박을 수거해 재자원화하는 측면이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커피 수입량은 2021년 서울시 기준으로 18만 9,502톤에 달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의 양은 약 145톤이고, 커피박 폐기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이러한 커피박을 활용한 어반랩스의 커플로어는 빵 1개 생산할 때마다 107.4g 정도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김선현 어반랩스 대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빵의 5%를 커플로어로 생산하면, 연간 9,918마리 소를 사육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 정도를 감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선인장과 함께 걸린 검은색 가죽 재킷과 가방이 참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옷을 직접 만져보니 여느 소가죽과 촉감이 비슷했다. 부스를 지키던 한 직원은 “식물 원단은 소가죽보다 긁힘에 더 강하다.”라고 하면서, “일반 가죽처럼 고형폐기물과 고농도 화학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개발한 기업인 그린컨티뉴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식물 부산물만을 활용한 원단인 ‘비건 가죽’을 제조하고 있다. 식물성 원단은 농업 부산물인 셀룰로스(섬유질 성분) 추출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관계자는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친환경 제조 공정으로 합성피혁을 생산한다.”라며, “비건 가죽 사용 시 선인장 농장 1만 평당 약 7,0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면 음료 성분 각축전
‘수면 음료’ 경쟁도 관전 포인트였다. 수면 음료는 원하는 물질을 원물에서 추출하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현대인들의 수면시간이 감소하여 생체 리듬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에너지 음료가 각광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코카콜라 등이 출시한 수면 음료가 대중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로맨시브는 대추 씨 중 입면(入眠) 시간 단축에 효과적인 산조인 등을 첨가한 수면 음료 ‘코자아’를 내놨다. 산조인은 한약재로도 쓰이는 고급 원료다. 한편 머스카는 지난 2019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2021년 7월 ‘슬리핑보틀’이라는 수면 음료를 출시했다. 제품의 주원료인 SB 추출물은 특허를 획득했으며, 감태 추출물과 타르체리 등 10가지 천연성분이 수면 리듬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두 제품 모두 시차에 예민한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하여, 100mL 소용량 포장을 통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그림 4 수면 음료인 로맨시브의 코자아(좌)와 머스카의 슬리핑보틀(우)
“산학연 연구 협력 통해 미래 농업 생태계 구현해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최근 발간한 ‘데이터로 여는 농업의 미래, 스마트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농업 기술 수준은 2017년 기준 선진국 대비 약 75%(약 5년)로 그 격차가 차츰 좁혀지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위한 기술이나 제도적 유인책이 아직 부족하다.”라고 국내 농업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스마트농업이 선진국 이상으로 자리 잡으려면 관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저장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기술인 ‘농업 애널리틱스’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농업 애널리틱스는 사용자가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농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다. 이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사용되는 장비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농업 애널리틱스는 수확량 모니터링, 날씨 데이터 분석, 토양 수분 분석, 작물 성장 및 건강 분석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스마트농업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정밀 환경제어 솔루션, 사업화 지원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있다.”라며, “산학연 연구 협력을 통해 미래 농업 생태계를 구현하고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연평균 10.1%가량 성장하여, 오는 2026년에는 207억 달러(2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 Vol.467
24년 0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