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1 태양전지 신기술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장의 현황 및 개발의 필요성
기후변화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전 세계 각국에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적, 기술적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보급·확대되는 추세다. 여러 재생에너지 기술 중에서도 태양전지는 우수한 경제성과 다양한 활용처로 인해 보급률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이다. 유럽 통계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하여 약 2,500억 달러 규모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그림 1, 연간 617GW 규모에 대해 0.4USD/W로 산정).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1/3 수준에 근접한다.
그림 1 전 세계 태양광 시장 성장 규모 예측(2023~2027)
<SOLARPOWER EUROPE 2023> *0.4 USD/W로 산정
태양전지는 태양 빛을 반도체 소재로 흡수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된 태양전지 제품의 90% 이상은 실리콘 소재를 활용한다. 실리콘 소재에 기반한 현재의 태양전지 시장은, 중국이 정부 주도의 공격적인 저가화 전략으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전략 기술 내재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주요국에서는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태양전지상용화 기술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동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 빛을 흡수하는 소재로 기존 실리콘 소재를 대신하여 금속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기존 실리콘 소재 대비 비교적 저온에서 낮은 공정 단가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우수한 광학적, 전기적 특성이 있어 다양한 광전자소자에 대한 적용이 연구되고 있다.
2012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가 최초로 개발된 이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에너지변환(빛에너지→전기 에너지) 효율은 빠르게 개선되었다. 최근에는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27.1%)와 유사한 수준인 26.7%에 도달하였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최근 에너지변환 효율이 33.9%로 보고되었다. 탠덤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기존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적층하여 두 태양전지를 모두 활용하는 태양전지다.
그림 2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결정 구조(좌) 및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우)
<성균관대학교>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상용화된 실리콘 산업 기술을 활용하면서 태양전지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그림 2). 두 개 이상의 태양전지를 적층하는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단일 태양전지 대비 제작 단가가 높지만, 동일한 면적에서 25% 이상 많은 전력을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 및 활용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향상이 기대된다. 일례로, 한화큐셀은 실리콘 태양전지 제품 효율이 1~2% 개선되면 생산단가가 약 1,000억 원 절감되리라 추산하고 있다.
그림 3 태양전지 기술별 태양광 시장 점유율 예측
* IBC, SHJ, TOPCon, PERC는 모두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
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Photovoltaic에 따르면, 탠덤 태양전지는 2027년경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화되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그림 3).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 및 학계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그림 4).
그림 4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태양전지 상용화 기술 개발 관련 주요국 현황(PSC: Perovskite Solar Cell)
<성균관대학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활용 사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의 단일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생산 단가가 높지만, 최소 10% 이상의 경제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기존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의 활용처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아 동일 면적에서 최대 25%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에, 도심이나 건물 외벽과 같이 설치 면적이 제한적인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항공기, 무인기, 선박 등과 같이 제한된 면적을 활용하여 높은 무게당 출력이 필요한 모빌리티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높은 발전효율을 지닌 탠덤 태양전지를 전기차에 장착할 경우, 일 평균 20km가량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국내 연평균 일조량 4시간, 전비 5km/kWh 기준) 제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만을 활용한 단일/탠덤 태양전지 또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활용처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초경량 유연 태양전지로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이 가능하다. 낮은 조도의 빛에 대한 에너지 변환효율도 우수하여 IoT 등과 같은 전자제품에 적용하여 실내 광 발전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태양전지 소재 대비 우주 방사선에 우수한 내구성을 지니고 있어 우주 태양 전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일본(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JAXA), 유럽 등 우주기술 선도국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한 우주 태양전지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만큼, 주요 에너지원인 우주 태양전지 산업 또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활용을 위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용화 핵심 기술 및 한계 극복 방안
차세대 기술로서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극복되어야 할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로, 우수한 에너지 변환효율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은 현재 5-10년 수준이다. 25년 이상의 수명을 보증하는 상용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크게 떨어진다. 최근 수명개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이 집중되면서 점차적인 개선이 있었으나, 여전히 상용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탠덤 태양전지의 에너지 생산 단가를 상용 실리콘 태양전지와 동등한 정도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지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IoT, 모빌리티, 소형 큐브 위성 등 요구되는 수명이 비교적 짧은 활용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광범위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명개선 기술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로, 대면적화 태양전지 제품의 대량 양산화를 위한 소재/공정/장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소면적 셀 제작을 위해 활용되는 소재/공정/장비는 대면적화 용이성 및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는 용액공정은 대면적 박막을 제작하기에 용이하지 않고 공정 재현성이 떨어지므로, 대량 양산화에 활용할 수 있는 대체공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소자 수명개선과 대면적화 양산성 측면에서, 최근 건식 공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건식 공정에서는 용액공정에서와 달리 독성 용매를 활용하지 않고, 대면적화 박막의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공정 재현성도 우수하다. 따라서 양산화가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잔존 용매가 태양전지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도 없어 대면적 모듈의 수명개선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기존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 기술이 용액공정을 활용하여 개발되었기에, 건식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제작을 위한 소재/공정/장비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개발의 초기부터 최근까지, 수년간 선도적인 기술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해 왔다. 현재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차세대 태양전지 산업의 주도권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이므로, 상용화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 Vol.467
24년 0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