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5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
체계적인 탄소 관리가 시급한 기업의 고민
자동차 부품회사인 A사의 환경안전팀 B 과장은 영업부 C 과장으로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엄수하라는 고객사의 이메일을 전달받았다. 근래 A사는 여러 고객사로부터 제품의 탄소 발자국과 그 운송 수단 및 경로,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향후 계획 등 환경경영 관련 자료를 빈번히 요청받고 있다. 지금까지 A사도 탄소 관리를 안 해 온 것은 아니다. A사는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으로, 해마다 환경안전팀에서 탄소를 관리해 왔다. 1년에 한 번은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취합하여 온실가스 명세서를 국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보고했다. 이를 검증기관으로부터 검증받았으며, 부족한 배출권은 구입하여 제출했다. 2015년부터 이에 대응해 왔기에 엑셀 툴로 관리 체계가 잡혀있었다.
그러나 EU의 CBAM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내재 배출량과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부품별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려니, 각각의 배출시설 경계를 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일도 걱정스럽다. 생산관리 시스템의 생산량 데이터와 ERP 데이터를 연결하여 잘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각 부서 담당자가 중요한 사안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회성 보고로 받아들여, 제삼자 검증 시 적합성 획득이 불가능한 수준의 어설픈 데이터를 전달해 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담당자인 B 과장이 보기에는, 체계적으로 탄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나 경영진에서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담당자가 엑셀로 관리하며 대응하리라 기대한다면, 프로세스 정비를 위해 경영진을 설득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글로벌 탄소 규제의 법제화, 기업의 도전과 전략
가속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 및 지역에서 탄소 배출 규제의 법제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중 관련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Fit for 5501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배터리 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며 이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를 비롯하여, 현재 전 세계적으로 75개의 탄소 가격 책정 기구(carbon pricing instruments)02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점점 더 중대한 재무적 위험으로 인식되어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에도 포함되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조직에 대한 기후 관련 공시가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규제와 공시 의무는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기후 규제뿐만 아니라 구매자와 투자자, 감시 기관으로부터의 엄격한 환경경영 요구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기에, 많은 조직이 규제 준수와는 별개로 공급망 위험 감소와 브랜드이미지 개선, 인재 유치, 신규 시장 진출 등의 이점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기후 규제 대응을 위해, 또는 자발적인 지속가능성 활동을 위해 어떠한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목표마다 탄소의 관리 범위와 산정 방법, 그리고 공시 범위가 다를 것인데,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탄소 회계의 필요성
목표가 기후 규제든 고객의 요청 대응이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준비든, 탄소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탄소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 체계는 관리 조직과 관리 프로세스를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조직은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정량적인 탄소 배출활동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탄소 배출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조직은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활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탄소 회계다.
탄소 회계는 정의된 범위 내에서 기업이나 기관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체계적으로 산정, 측정하고 보고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탄소 회계는 배출권거래제도(Emission Trade System, ETS) 및 기타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도입한 교토 의정서와 함께 수십 년 동안 실행되어 왔다. 최근 기후변화가 정부와 산업, 기업에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탄소 회계는 기업과 기관의 탄소 배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줄이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기업들은 탄소 회계를 통해 자사의 탄소발자국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감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의 현황과 과제
탄소 회계를 기반으로 하는 탄소 관리는 여러 기후공시 의무와 규제의 확장으로 인해 그 관리 대상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따라서 전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도움이 없이는 체계적인 관리와 규제 대응, 감축 전략 수립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솔루션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성숙한 ERP 시스템과 달리 탄소 회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역이나 산업, 조직 규모에 따라 다양한 탄소 회계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범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
그림 1 기후 규제 시간표에 따른 탄소 회계 솔루션의 형태와 사용 규모
그림 2 디지털 탄소 회계 솔루션으로 간소화되는 탄소 관리 프로세스
디지털을 활용한 탄소 회계 기술은 배출 경계의 설정, 활동 데이터의 수집, 배출량 산정, 결과 분석 및 전략 수립, 보고 및 공시 등의 단계를 포함한다. 디지털 탄소 회계의 예시는 그림 2와 같다. 탄소 회계에서는 AI 기술이 물리적 문서, IoT, 계측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으로부터의 데이터 추출, 이상 탐지, 데이터 일관성 확인, 보고서 생성, 배출계수 추천, 배출 예측 등의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의 출현은 탄소 회계 시스템의 잠재적 응용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의 구현 과정에는 데이터 품질의 문제, 측정과 보고 간의 불일치, 분리된 시스템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비교하거나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탄소 회계 기술의 중요한 과제다. (표 1)
표 1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의 기본 기능 - 기술 및 해결 과제
체계적인 탄소 관리를 통한 경제적 혜택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기초가 되는 도구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직·간접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림 3)
그림 3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을 활용한 기업의 경제적인 혜택
· 기후 규제 준수 : 기후 규제는 준수하며 벌금이나 제재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할 수 있는 장치다.
· 운영 비용 절감 : 에너지 효율성은 높이고 폐기물은 줄여,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공급망 리스크 감소 : 공급망의 탄소 다배출 지점을 파악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공급망이 관련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기업 평판 향상 :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여 소비자와 파트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 인재 유치 및 유지 :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은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직원들의 만족도와 자긍심을 높여 기존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
· 투자자 유치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탄소 회계 기술의 발전 방향
디지털 탄소 회계 솔루션은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솔루션이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며, 신속하고 편리하게 발전해야 더 많은 기업이 이를 채택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의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탄소 회계 기술은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통합하고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 포괄적이고 정확한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또한 기업 배출량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해져,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기가 쉬워지고 탈탄소화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안전하게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서 여러 플랫폼과 기관 간에 공통 프로토콜이 마련될 것이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권 거래와 탄소 저감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높이고,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다. 탄소 감축 사업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은 활동 데이터와 배출계수 등 복잡한 데이터 세트에서 패턴을 식별하여, 배출량 산정과 분석의 정밀도와 편리성을 높일 것이다. 이는 보다 효율적인 탄소 감축 전략을 제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한 AI 기술이 활용된다면, 환경에 더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01 2021년 7월 14일 EU 집행위가 발표한 입법안 패키지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02 https://www.worldbank.org/en/news/press-release/2024/05/21/global-carbon-pricing-revenues-top-a-record-100-billion
참고 문헌
1. Climate Policies with Real-World Results, 2023, World Bank Group
2. Carbon Markets in Latin America, 2024, Latin Lawyer
3.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Dashboard, https://carbonpricingdashboard.worldbank.org/
4. Global Carbon Pricing Revenues Top a Record $100 Billion
- Vol.467
24년 0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