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활용 K 콘텐츠 산업육성을 위해 해야 할 일: 디지털 불법복제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한류’라는 용어는 2000년 2월 중국 언론이 중국에서의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류보다는 ‘K 콘텐츠’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영화나 드라마, 가요, 음식 등 문화 전반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단순한 한류라는 표현보다는K 콘텐츠라는 용어가 더 적합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의 콘텐츠 시장은 2조 6,865억 달러 규모다. 국가별 콘텐츠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미국은 1조 974억 달러 규모이고 그다음으로 중국 콘텐츠 시장이 4,725억 달러, 일본의 시장이 1,898억 달러 규모다. 뒤이어 영국이 1,298억 달러, 독일이 1,208억 달러, 프랑스가 759억 달러이고, 한국은 679억 달러로 7위 수준이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의 고성장을 기록하였으나, 2022년부터 2027년까지는 4.5%의 완만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의 측면에서 볼 때, 올해 상반기 콘텐츠를 포함한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억 4천만 달러(1,860억) 흑자로 집계되었다. 수출에서 특허 등 산업재산권은 36.5억 달러(수입 47.7억 달러)에 그쳤으나 저작권은 105억 달러(수입 91.6억 달러)에 달해, 저작권의 흑자에 힘입어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포함한 저작권이 무역수지 흑자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2024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현황
(한국은행, 단위: 억 달러)
2023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출액은 약 53억 8,597만 달러였다. 여기에서 게임의 수출액이 약 34억 4,600만 달러(6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다음으로 지식정보가 약 4억 3,470만 달러(8.1%), 음악이 약 3억 8,782만 달러(7.2%), 방송이 약 2억 9,397억 달러(5.5%) 순으로 많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본다면 성장률이 가장 높은 분야는 만화로 71.3%의 성장률을 보였다. 출판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31.7%, 음악은 29.2%인 것과 비교하면 만화의 성장세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2024년 5월에 동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웹툰 시장에서 웹툰 불법복제 침해율이 53.81%에 이르러 그 피해액만 8,427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디지털 불법복제는 전 세계 인터넷 대역폭 사용량의 24%를 차지할 정도다. 특히 영화 및 TV 산업은 불법복제의 영향을 많이 받아, 미국경제는 디지털 불법복제로 인해 매년 292억 달러에서 71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추산된다. 음악산업은 오랜 기간 디지털 불법복제로 손실을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출판산업까지 디지털 불법복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전자책 이용이 급증하면서 불법복제도 함께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비중으로 볼 때, 전자책 불법복제로 인한 출판사의 피해 손실이 영화나 TV, 음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해외사무소를 통해 모니터링을 하는 등 저작권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과거와 같은 유통 환경(방송권, DVD 등)에 적합한 것으로, 현재 인터넷을 통한 불법 침해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는 미흡하다. 또한 국내 기업이 콘텐츠를 수출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 협상 시 발생하는 헐값 계약 문제, 또 정산 시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불법복제와 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등 통합된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에, 미국 할리우드 등의 경우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s Association of America, MPAA)에서 자국의 콘텐츠 보호와 저작권 기술 확산에 힘쓰고 있다. MPAA는 협회에서 인증한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에만 회원사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세계 주요국의 콘텐츠 기업들이 미국의 콘텐츠를 수입할 때 미국의 콘텐츠 기술을 탑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MPAA가 적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은 수신제한시스템(Conditional Access System, CAS)과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DRM) 기술 등 저작권보호 기술이다. 협회는 MovieLabs와 일부 기술평가업체를 통해 인증을 수행하고, 콘텐츠 판매 시 콘텐츠 유통회사가 협회에서 인증하는 기술을 탑재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의 불법복제 행위는 유형별로 불법 스트리밍, 사이버 로커(Cyber locker), 피어투피어(P2P) 공유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불법 스트리밍은 사용자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시청하는 것으로, 불법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이버 로커는 사용자 간에 파일을 저장하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로, 업로드 및 다운로드 기능을 통하여 불법 콘텐츠를 배포한다. 피어투피어 공유 방식은 사용자의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여 파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배포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러한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디지털콘텐츠의 사용 및 배포 방식을 제어하여 무단 복사 및 공유를 방지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 디지털콘텐츠에 보이지 않는 고유한 마커를 삽입하는 워터마킹 기술, 사용자가 온라인서버를 통해 인증하도록 요구하는 온라인인증 기술, 콘텐츠를 암호화하여 적절한 암호 해독키가 없으면 읽을 수 없는 암호화 기술, DVD나 블루레이와 같이 물리적인 형식의 미디어 복사를 방지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영화나 TV 프로그램과 같은 동영상 콘텐츠의 불법유통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웹툰, 웹소설, 오디오북 등 출판 분야 콘텐츠의 불법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콘텐츠 불법유통에 사용하는 기기도 TV나 PC에서 주로 모바일기기로 변경되어, 불법유통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콘텐츠 유형이 동영상에서 이미지로 바뀌었다. 콘텐츠 보호 기술 개발도 모바일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K 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불법복제 방지 기술 업체를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K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법복제 방지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선진국 대비 미흡한 저작권보호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R&D 예산을 확대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콘텐츠 유통관리에 활용 되는 대표적인 기술은 DRM 기술인데, 이는 콘텐츠의 출처를 추적하고 무단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NFT 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잠재적인 위협을 예측하여 콘텐츠에 대한 부적절한 엑세스를 차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DRM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안에 관해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Apple, Google, Microsoft, Adobe 등 글로벌 기업들이 DRM 솔루션(FairPlay, PlayReady, Primetime 등)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데 반하여, 국내에서는 관련 솔루션을 가진 업체의 숫자나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둘째,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활동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2016년 저작권위원회가 지방으로 이전됨에 따라, 정부는 콘텐츠 시장에서 저작권보호 업무를 밀접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저작권보호원을 설립하였다. 하지만 한국저작권보호원의 설립 목적에 따르면 보호원은 적극적인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호원의 설립 목적은 저작권보호를 위한 시책 수립 및 집행과 저작권보호와 관련된 사항의 심의, 저작권보호에 필요한 사업의 수행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저작물 추적관리시스템의 기능을 확대하여 온라인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을 추적·검색하는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불법 저작물이 삭제되도록 조치하는 등 법적 대응 기능을 확대하여 콘텐츠 시장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3.5% 성장하여 2027년에는 805억 6,2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타 산업군에 비하여 높은 성장률이다. 이러한 국내 K 콘텐츠 산업의 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불법유통을 방지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Vol.468
24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