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1 중국 WRC 2024 리뷰: 중국의 로봇 굴기 재확인
2024년 8월 21일, 베이징의 세계 로봇 박람회 WRC(World Robot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떠났다. 이번 행사는 600여 개의 로봇 기업이 참가하고 약 80만 명이 참관한 대규모 행사였다. 지난 WRC 관련해서는 특히 2017년 뉴로메카(Neuromeka)가 협동 로봇을 처음 선보인 순간이 떠오른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과 참관객들은 한국의 로봇 기술에 크게 감탄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2017년 WRC 베이징에서 한국 로봇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순간은 기술을 넘어 국가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이번 WRC 2024에서는 로봇 굴기(崛起)를 목표로 오랜 시간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한 중국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참관한 한국의 로봇 관계자들은 중국의 빠른 발전에 놀라움과 우려를 느끼며, 도전과 재도약의 필요성을 다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을 통해 궁극의 로봇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궁극의 로봇은 각 공정에 특화된 로봇보다,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량 생산되면, 다양한 산업은 물론 가정까지도 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과거 DRC(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KAIST의 휴보(HUBO)가 우승하였을 정도로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지금도 한국의 로봇 기업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혁신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반드시 그 노력이 결실을 맺으리라 믿는다.
중국의 WRC 2024 출품 제품 동향
2024년 WRC에서 160개 이상의 참가 기업 정보를 파악하려 노력했지만, 중국의 정치적 특성으로 충분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조회되지 않는 회사들이 참가하여 그들의 로봇에 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예상 밖으로 중국의 감속기 기업이나 기계 부품 제조 및 제어 기업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이러한 중국 로봇 기업들의 기술력과 혁신 수준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글로벌 로봇 산업에서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정부 주도의 기술 공유가 중국 내부에서 이루어진 것이리라 짐작한다. WRC의 전시장은 입구, 산업 로봇관, 휴머노이드 로봇관으로 구분되었다. 입구에는 EX ROBOTS의 안드로이드 로봇이 전시되어 인간의 얼굴과 매우 흡사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로봇을 비롯하여 중국의 로봇 개발은 분업화된 구조라고 한다. EX ROBOTS는 얼굴을, UNITREE와 UBTECH는 생성형 AI와 결합한 보행과 손동작을, 손과 발 등 세부 기술은 소규모 업체들이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림 1 EX ROBOTS의 안드로이드 로봇
A관에는 용접, 조립, 페인팅 등 단순 반복 작업을 높은 정밀도와 속도로 수행하는 산업 로봇들이 전시되었다. 테슬라의 전시도 이곳에 배치되어 사이버트럭의 실물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참관객들이 기대한 OPTIMUS GEN 2가 동작 없이 전시되어 아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관은 UBTECH, UNITREE 등 혁신적인 중국 로봇 기업들이 참여한 B관의 '전연창신전구(前沿创新展区; Frontier Innovation Zone)'였다. 특히 UBTECH는 인간형 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UNITREE는 강력한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하여 차세대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한국관에는 협동 로봇을 사용한 커피 머신과 감속기 개발 부품 및 자동화 설비 등이 소량 전시되었다. 한국은 더 이상 협동 로봇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생성형 AI 등 고급 로봇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림 2 WRC 2024에 전시된 산업용 로봇
중국의 로봇 기술 특성 분석
중국 정부는 미래 산업의 강화를 위해 첨단 기술 주도의 성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24년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해당 시장의 규모는 약 27억 6,000만 위안에 이를 전망이며, WRC 2024에서는 27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되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서예, 연주, 체스 등 18가지 기술을 수행하고, 높은 곳에 오르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 다양한 작업도 수행한다.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몇 초 만에 전문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점차 보행 로봇이 일상생활에 도입되고 있다.
로봇이 사전 모델링이나 프로그래밍 없이 다양한 지형에서 스스로 안정적으로 걷는 기술은 자율적 환경 적응의 핵심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에는 현실을 인식하는 손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등 핵심 구성 요소의 혁신이 포함된다. EX ROBOTS의 샤오후(Xiao Hu)는 실시간 시각 분석과 모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의 표정을 정확히 재현한다.
전문가들은 AI의 다음 트렌드로 ‘구체화 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강조한다. 이는 AI를 로봇에 통합하여, 로봇이 환경을 인지하고 학습하며 동작을 실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정밀 결합해 곧 자율 학습과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중국은 ChatGPT 사용이 금지되어 독자적인 AI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두(Baidu)의 어니봇(Ernie Bot)은 중국 언어와 문화에 맞추어 개발한 GPT로, 로봇이 환경을 깊이 이해하며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동향
1) 중국의 미래 산업 10대 상품 중 첫 번째: 휴머노이드 로봇
중국의 7개 부처는 2024년 미래 산업 대표 상품의 첫 번째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정했다. 국가 및 지역 차원에서 자원을 통합하여 로봇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광둥-홍콩-마카오의 그레이터 베이 지역(Greater Bay Area)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망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베이징 이좡(亦庄)에는 20개 이상의 로봇 산업 단지가 조성되었고, 100억 위안 규모의 로봇 산업 개발 기금이 설립되었다. 또한 여러 지역에 지능형 로봇 혁신 센터를 설립해 핵심기술 개발과 공공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 3 UBTECH의 인간형 로봇
2)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품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UNITREE는 2016년 설립되었고, 알리바바(Alibaba)에서 로봇을 판매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UNITREE는 이전에 사족보행 로봇으로 주목받았는데, 이번에는 안정적인 움직임과 스테빌라이저(stabilizer)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해 냈다. 그들의 G1 로봇은 세 개의 손가락으로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며, 키 130cm에 무게 35kg의 소형 로봇이다. 8코어 CPU와 23개의 자유도를 갖추어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며, 3D LiDAR와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를 탑재해 공간 인식 능력을 향상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약 두 시간이며 가격은 약 2천만 원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UNITREE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를 목표로, 저렴한 가격과 실용성을 앞세워 교육기관부터 일반 소비자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림 4 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
3) 만리장성을 등반한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ROBOTERA 사의 로봇은 WRC에서 500미터를 사람의 간섭없이 걸으며 안정적인 보행을 선보였다. ROBOTERA는 최근에 이 로봇이 울퉁불퉁한 만리장성 벽돌 위를 자율 보행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그 기술적 성과를 입증했다. 자율 보행은 다양한 표면과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에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다. 이 로봇에 탑재된 AI는 샤오싱(Xiaoxing)으로, XBot-L은 AI 기반 비프로그래밍 알고리즘을 구현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림 5 ROBOTERA의 XBot-L
사전 모델링이나 프로그래밍 없이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보행을 훈련했고, 가상 세계에서도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안정성을 유지했다. 또한 독자 개발한 조인트 모터를 탑재하여 높은 출력이 가능하며, 100kg에서 200kg 이상의 하중을 버티는 딥 스쿼트가 가능하다. 고속 움직임도 가능하여, 간섭이나 미끄러짐이 있어도 다리가 빠르게 조정되며 안정적인 보행을 유지한다.
- Vol.468
24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