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경영 혁신의 체계적 접근과 혁신경영: 혁신경영 표준의 등장과 관련하여
전통적 경영과 혁신경영의 차이점
전통적 경영은 ‘혁신’을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하며,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거나 예측 가능성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한다.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강조하고 조직의 성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 경영에서도 혁신을 추구하지만, 조직 성과와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반면, 혁신경영을 전개하는 기업은 ‘가치 있는 혁신 결과물’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조직의 성과와 효율성도 고려하지만, 혁신 결과물의 제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혁신경영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경영과 달리, 불확실성에의 대응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관리한다. 불확실성의 관리는 혁신경영이 전통적 경영과 가장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불확실성의 예시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공하지 못할 위험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제품·서비스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별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의 혁신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혁신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관리함으로써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이러한 관리를 추진하는 데 있어 문화·조직·자원 등 지원 환경이나 리더십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기업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혁신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혁신경영은 기업을 ‘혁신 DNA’가 내재한 혁신 체질의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혁신 결과물을 창출하여, 조직 성장을 이루는 혁신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과 기술의 환경 변화가 적어 안정적이고 혁신 빈도가 낮은 산업에서는 전통적 경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환경 변화가 크고 혁신 빈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혁신경영 방식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대두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혁신경영의 도입은 혁신 경쟁에서 생존하는 방안으로써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혁신이 필요한 환경에 직면하였으나 혁신경영 방식으로 선회하지 못하고 전통적 경영 방식을 고집한다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스티브 잡스 복귀 이전 애플의 위기가 바로 전통적 경영 방식을 고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당시 애플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지나치게 방대하였고, 혁신보다는 기존 제품군을 기반으로 한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잡스의 복귀 이후, 애플은 혁신경영을 적용하는 기업으로 전환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전통적 경영과 다른 새로운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내 대학을 설립하였으며, 혁신경영을 실천하였다.
혁신경영 표준의 등장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혁신경영 모범 사례에 대한 지식이 확산함에 따라, 체계적인 프레임워크와 방법론이 정립되었다. 기업 내에서도 혁신을 전담하는 중역과 실무자가 증가하며, 체계적인 혁신경영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9년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표준화기구)가 혁신경영 시스템 표준을 제정하고 2024년에는 이를 인증 표준으로 발전시키면서, 혁신경영이 더욱 대중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은 ‘변화’와 같은 의미로 종종 쓰이곤 하지만, ISO 혁신경영 표준에서 논하는 ‘혁신’은 다른 뜻을 지닌다. 제품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서비스 혁신의 예시에서와 같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혁신’을 의미한다. 즉, ISO 표준에서는 혁신을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혹은 변경된 실체’라고 정의한다.
ISO 56000 혁신경영 표준은 혁신을 지속적으로 일으켜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혁신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표준은 불확실성 관리, 가치 실현, 통찰력 활용, 미래지향적 리더십, 전략적 방향, 문화, 시스템적 접근, 적응성의 8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그림1). 전체적인 틀에 대해서는 그림2의 ‘ISO 56001 혁신경영시스템 프레임워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프레임워크는 기회 식별에서 솔루션 전개까지의 혁신 프로세스를 핵심으로 삼으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십, 기획, 지원 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그림에서는 혁신 프로세스를 ‘운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회 식별에서 솔루션 전개까지의 혁신 프로세스를 예로 들어 쉽게 표현하자면, 이는 니즈 발견부터 제품·서비스 출시까지의 과정을 의미한다.

혁신경영 표준의 시사점
끝으로 혁신경영의 부상과 혁신경영 표준의 등장이 연구개발 관리에 주는 시사점을 언급하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불확실성 수용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전통적 연구개발 관리는 예측 가능성과 위험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지만, 혁신경영은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실패 위험을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둔다. 혁신경영 접근을 적용하면, 연구개발 조직은 더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의 기회도 포착할 수 있다.
2) 고객 중심의 혁신
혁신경영은 고객의 니즈와 기대에 부합하는 가치있는 혁신 결과물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프레임워크나 도구 및 방법론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실제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 및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3) 위험과 기회의 균형적 관리
혁신경영은 위험과 기회를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구조화된 혁신경영 포트폴리오 관리를 제공한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CTO나 연구개발 매니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하나 위험이 큰 프로젝트를 회피하여 유망한 기회를 놓치는 일을 줄여 준다.
4) 혁신 프로세스의 최적화
혁신 프로세스를 구조화하면, 아이디어를 체계적인 혁신 결과물로 전환할 수 있다. 결과물 중심의 총체적인 프로세스 관리가 가능하고, 기존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점검하지 못했던 부분도 보완할 수 있다.
5) 소통 원활화
기존에는 혁신에 대한 용어와 프레임워크, 접근 및 방법론이 통일되지 않아 내·외부 관계자와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혁신경영 표준을 활용하면, 팀 내부는 물론 외부의 관계자들과 동일한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게 되어 소통이 더욱 원활해진다.
이상의 시사점을 고려할 때, 전통적 연구개발 관리 방식에 혁신경영을 결합하여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혁신경영은 업무 개선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경영은 혁신 역량 제고를 통한 기업 및 국가적 차원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혁신경영 표준과 혁신경영 지식의 보급을 서두르는 국가들이 등장하며,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도 혁신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기업은, 혁신 활동이 점차 중요해지는 환경임에도 혁신경영을 더디게 적용하여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원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를 필두로, 혁신경영을 보다 활발히 적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 Vol.470
25년 03/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