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명강연 제76회 산기협 조찬세미나_2025년 통상여건 및 세계경제 전망
1월 16일, 제76회 조찬세미나가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렸다. 대외적으로 통상 여건의 불안요인이 심화되며 중장기적인 대외 경제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시욱 원장으로부터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트럼프주의 강화와 성장 격차 심화
2025년 세계경제 예측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은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 세계경제 관측을 실시하는데, 지난 11월 설정한 2025년의 핵심 키워드는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 격차’이다. 미국의 고용 시장과 소비 시장 냉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올해도 미국 경제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주의 여파로 발생하는 변동성으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 및 무역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격차는 올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이후를 연상시킬 만큼 환율이 높아진 상황이다. 강달러는 이미 예상한 상황이지만,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와 한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가 겹치며 결과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성장률 둔화가 겹친다면, 환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국고채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 WGBI) 편입 등 원화 환율 안정화 요인이 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가의 경우 중동 리스크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나, 완만한 하향세가 예상된다. 단, 중동 분쟁이 악화된다면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주요국 경제진단도 살펴보자. 미국은 양호한 고용시장과 자산 가격의 상승 등으로 소비지출은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적인 금리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소비 신장률은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투자 역시 트럼프 2기 정부의 감세 방침 시행 시기 및 기존 공급망 기조의 수정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지만, 감세 정책이 빠르게 시행된다면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독일은 물가안정과 금리인하에 따른 실질임금 및 금융여건 개선으로, 민간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유로지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독일경제의 특성상 경기 및 구조적 요인으로 저성장세가 예상된다. 일본은 차세대 산업부문의 투자 증가와 새 내각의 경제시책, 2024년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성장세 개선이 전망된다. 그러나 민간소비와 밀접한 실질임금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 고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 2기 교역정책: 영향 및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기조는 ‘포괄적 감세’, ‘규제완화’, ‘보호무역주의’, ‘에너지 독립성 강화’, ‘불법이민 근절 등을 통한 제조업 부흥’, ‘일자리 창출 및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경제방침은 미국 공화당의 황금시대를 연 주역으로 평가받는 제40대 레이건 대통령 2기와 25대 맥킨리 대통령의 제도의 조합이다. 포괄적 감세, 에너지, 의료 등 핵심 경제시책 추진은 대부분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상당수 관세조치는 행정명령만으로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집권 초반부에는 1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재량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편관세 부과 문제는 원칙적으로 WTO 최혜국 대우와 연관되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기존 법령을 활용하여 승인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 병존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 긴급경제권한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FTA체결국에도 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가 한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 중에서는 선박, 원전, 바이오가 수혜업종이 될 것이며, 2026년 미국 의회 중간선거가 트럼프 무역정책 성패의 1차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
2025년 세계경제 예측에서 고려할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중국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다각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으나, 경기를 완전히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규제조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추가 관세 도입 및 대중 제재로 성장기여도가 높은 중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투자수요 의존도’,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함정’, ‘지정학적 갈등’, ‘생산성 정체’, ‘고령화의 빠른 진전’ 등은 중국경제가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 차이나’ 논쟁에 불을 지피는 주요 도전요인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중국의 중장기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낮은 수준의 도시화율’, ‘전 세계 특허출원 1위’, ‘낮은 해외 부채 의존도’, ‘높은 국내 저축’, ‘디지털 전환시대에 유리한 대규모 내수시장’ 등의 잠재적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최근 들어 중국 등 후발 기업의 기술에 시장 지배력을 잠식당하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공급망 불안,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현지 투자가 늘어나며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분업구조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새로운 산업 및 기술 기회를 포착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침을 설계 및 시행해야 한다.
- Vol.470
25년 03/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