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스케치 02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세계로의 몰입, CES 2025 참관기
우리나라는 CES 2025에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1,031개 기업이 참가하였다. 특히 Venetian Expo의 Eureka Park에 전시된 스타트업 1,300개사 중 K-스타트업 존에만 600개(48%) 부스가 전시되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력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 연구기관이나 대학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혁신적인 제품들을 전시하여,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CES 2025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도화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세계로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산업 분야에 실제로 적용된 인공지능 제품들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CES의 별미 중 하나는 IT 업계의 리더들이 발표하는 기조연설이다. 따라서 금년도 연설자인 NVIDIA 창업자 Jensen Huang의 기조연설을 직관하고자 했지만, 너무 많은 대기 인원으로 인하여 아쉽게 호텔에서 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고도화된 일상 속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CES에서 AI는 보편화된 단어처럼 보일 정도였다. 더 나아가, 올해 CES에서 AI의 핵심은 ‘고도화된 AI 기술의 일상 속 진화’였다. AI는 단순한 기능이나 텍스트보다는, 각 제품의 컨텐츠 또는 서비스 등과 통합·융합하여 우리의 삶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전시관 입구는 작년과 동일하게 ‘AI For All’이라는 슬로건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한층 진화된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연결된, 일상의 가전제품들을 원격으로 통합 제어하는 AI Home Solution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 주었다. 제품 간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캄 온보딩(Calm On-Boarding),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제어하는 퀵 리모트(Quick Remote), 한눈에 실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맵 뷰(Map view) 등은 일상에 스며든 AI 기술들을 보여 주었다.
SK의 전시관은 그룹 통합으로 운영되었으며, AI 반도체와 AI 데이터 센터(AI DC), AI 서비스, AI 생태계(Eco system) 등 그룹 AI 정책을 전략적으로 공개한 듯 보였다. 특히, 작년 11월에 발표한 5세대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의 16단 샘플을 직접 전시하여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국내 중견기업인 Solum과 AI Edge Device 전문 개발 기업인 DEEPX가 대형 전시관 통해 선보인 최신 AI 기술도 흥미로웠다.
첨단 모빌리티(Advanced Mobility)
CES 2025의 첨단 모빌리티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기능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조와 자율주행의 발전을 통한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 전장 부품의 첨단화가 특징적이었다.
한국 완성차 기업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은 아쉬웠지만, 삼성전자 부스에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9’이 전시되어 있어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아이오닉9는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연결된 Home to Car, Car to Home, Find 기능 등 다양한 편의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편, LG전자는 AI MX(Mobility eXperience) 플랫폼을 차량으로 확장하였고, 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인캐빈 센싱(In Cabin Sensing) 기술 등을 적용하여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에 변화하는 기술의 방향을 엿보게 해주었다. 현대모비스는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를 기아 EV9에 탑재하여, 운전석이나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차량 유리로 대신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부품 기술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림1 Sony·Honda Mobility의 5인승 세단 AFEELA1
농기계 기업들의 AI를 결합한 자율주행 기술도 눈에 띄었다. 존디어(John Deere)는 16개의 카메라를 장착하여 경작지의 360도를 볼 수 있는 자율주행 첨단 트랙터 9RX, 과수원의 작물 생산성을 개선하는 과수 자율 트랙터, 복잡한 환경을 고려한 채석자용 자율 덤프트럭 등을 전시하였다.
로봇과 휴머노이드(Humanoid)
CES 2025에서는 인간과 한층 유사해진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산업 및 실생활 로봇 등 AI를 결합한 다양한 로봇들도 전시되어 흥미를 끌었다. 미국의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Realbotix)가 전시한 ‘아리아(Aria)’는 눈을 움직이며 LLM을 기반으로 관객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어 주목받았다. 중국의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로봇 개 G01을 전시하였는데, 특히 G1은 악수를 나눌 수 있어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로봇 기술은 단순한 공장 작업이나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전자 기기 형태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디지털 헬스 분야는 AI 기반 의료 진단 시스템, AI 헬스케어 로봇 및 웨어러블 건강기기, 원격 의료 진단 플랫폼 등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네덜란드의 의료기업 플로빔스(Flowbeams)가 전시한 Boldjet은 주삿바늘 대신 레이저를 고속 분사하여 피부에 약물을 주입하는 기기였다. 국내의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엠비트로(MVITRO)가 전시한 ORTIV는 무통 혈당 측정기로, 전시장에는 전통적인 의료기기의 개념을 전환하는 신선한 제품들이 많았다.
AI와 로봇을 결합한 혁신적인 기술들도 다수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의료기기 스타트업 바이오닉엠(BionicM)이 전시한 로봇 의족 Bio Leg는 전기 동력을 이용하여 무릎 관절을 사용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국내기업 바디프랜드(BODYFRIEND)는 AI와 헬스케어 로봇 기술을 결합한 로봇 안마의자 733을 전시했다.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 온메드(OnMed)는 원격 의료 장치인 Virtual CareStation을 전시했다. 이는 원격 의료 상담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여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준다. 처방전도 약국에 보내주는 시스템을 갖추어, 새로운 의료 진단 시스템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
K-스타트업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 파크(Eureka Park)는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전초 기지 같았다. K-스타트업의 AI, IoT, 디지털 헬스,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600여 개 전시품은 단순한 기술 전시회와는 격이 달랐다.
K-스타트업은 CES 혁신상 총 461개 중 125개를 수상하였고, 3개 기업은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Suprema AI는 AI 보안 솔루션 기업인데, 얼굴인식과 행동 분석을 통해 독립된 공간(예. ATM기기)의 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 ‘Q-Vision Pro’를 전시했다.
CES 2025를 참관한 지난 1월의 나흘 동안은 4,500여 개 전시기업의 혁신 제품과 140,000명 관람객의 질문 및 대답 속에서, 보다 나은 인류로의 성장 메아리가 들리는 듯 숨 가쁜 시간이었다. 또한 CES 2025는 AI 기술의 미래가 무엇이며,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뜻깊은 장이었다. CES 참관을 도와주신 산기협 임직원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Vol.470
25년 03/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