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기술 Trend HCI 관점에서의 지속가능 기술에 대한 조망

지속가능 기술의 필요성은 인류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마주치게 되는 복잡한 문제의 대부분이 인류와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기술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후 변화,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 여러 가지 위기가 우리의 눈앞에 다가오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 HCI는 그중에서도 핵심으로 고려된다. HCI는 사용자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기술 개발의 결과물이 실제 사용자에게 활용되는 형태, 효과, 방식을 연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속가능한 기술을 설계하고 개발하더라도 사용자가 활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산업적·사회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경험과 요구를 고려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본 글에서는 HCI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기술의 트렌드 및 사례를 특정 분야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대표적인 분야인 에너지 효율성, 자원 관리 및 재활용, 지속가능 교통수단 관점에서 지속가능 기술을 조망하고자 한다.

에너지 효율성 분야

에너지 효율성은 지속가능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HCI 관점에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를 통해 사용자가 에너지 사용을 능동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홈 기술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홈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온도와 환경을 설정하여 소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HCI는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스마트 홈 인터페이스를 통해 쉽게 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직관성을 부여하고,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에너지 소비를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조절할 기회를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협력하여 개발한 래미안의 A.IoT 플랫폼이 있다. A.IoT 플랫폼은 스마트 홈 시스템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하여 사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이는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스마트 기기 및 서비스와의 연동성을 제공한다. 단순한 스마트 홈 시스템 이외에도 차량, 학교, 보안 전문회사 등의 시스템과 통합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A.IoT 플랫폼은 개방성을 확보함으로써, 사용자가 개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에 적응하지 않고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재활용 및 자원 관리 분야

재활용 및 자원 관리 분야는 HCI에 기반한 사용자 경험 연구가 가장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먼 분야이다. 기본적으로 자원을 관리하거나 다시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즉, 재활용 및 자원 관리 분야에서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제거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도모해야 한다.

HCI는 사용자가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쉽게 인식하고 분류하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과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안내 앱은 사용자가 특정 물건이 재활용 가능한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실제 사용자가 재활용할 때의 심리적 장벽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HCI 기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그림1 재활용 활동 지원 조감도의 예

대표적인 사례로 캐나다의 Recycle Coach 앱이 있다. 사용자는 이 앱을 통해 복잡한 재활용 규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물품의 처리 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앱의 물품 카테고리와 검색 기능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물품의 재활용 및 처리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앱에서 사용자가 물품을 검색하면 해당 물품이 재활용 가능하다는 메시지나 추가 정보가 뜬다. 이러한 피드백은 사용자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어 재활용 참여를 촉진한다. 이뿐만 아니라, HCI 연구에서 주로 활용하는 게임화(Gamification) 요소를 통해 사용자가 앱에서 포인트나 배지를 얻을 수 있게 한 점도 재활용 참여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분야

현대 도시에서는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HCI는 사용자 친화적인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중교통의 이용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실시간 교통 정보와 대중교통 시간표를 제공하는 앱은 사람들이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기존의 교통수단과 비교하여 얼마나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지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앱들은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때 정보의 가독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앱이 사용자의 이동과 행위를 근거로 하기에, 사용자가 쉽게 경로를 이해하고 결정하는 것을 돕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용자는 대중교통이 아닌 기존의 교통수단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의 활용에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Citymapper 앱이 있다. 이 앱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로와 다양한 교통수단을 안내한다. 사용자가 대중교통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CO₂ 감축에 기여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Citymapper가 활용되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는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Citymapper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비교하여 사용자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사용자는 자가용, 버스, 지하철, 도보 등 여러 옵션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며, 각 옵션의 예상 CO₂ 배출량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보다 지속가능한 옵션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CO₂ 배출량이 절대 기존의 효율적인 경로보다 우선하여 제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앱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앱의 특장점이다.

재활용 분야의 Recycle Coach 앱에서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배지를 부여하여 사용자가 손쉽게 환경 보호에 기여할 기회를 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더하여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중교통 이용 패턴과 CO₂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의 개선과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의 확산을 위한 방향성도 동시에 제시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림2 Citymapper 애플리케이션의 주요 인터페이스 4종 및 사용자에게 환경 기여 사항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페이지(최우측)

HCI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사용자들이 쉽고 원활하게 지속가능한 기술의 발전과 서비스 활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가 더 쉽게 지속가능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HCI 기반의 접근은 지속가능한 기술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지속가능한 행동을 유도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해결책을 넘어,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수 기반이 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좋은 사례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지속가능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지속가능 기술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깊게는 시각적, 청각적, 또는 인지적 장애가 있는 사용자부터 넓게는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사용자까지 고려하여, 모든 사용자가 손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HCI 기반 기술의 특성상, 사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즉,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사용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 기술에 대한 참여를 더욱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5년 03/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