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06 [세아베스틸] 철강산업의 변화와 혁신 및 미래의 준비
기원전 우연히 발견된 철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기술적 진보와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왔다. 철강 산업은 산업화의 핵심 동력으로써,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와 기술 및 시장구조의 변화 속에서, 철강산업은 심각한 도전 과제와 더불어 혁신의 필요성을 동시에 맞이하게 되었다.
철강산업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수적인 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철강산업은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하게 되었다. 철강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인 품질 제고, 원가 절감, 납기 충족을 비롯하여 친환경 기술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디지털 전환, 그리고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철강산업은 환경적 및 경제적인 도전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철강이 관련된 다양한 규제는 단순한 환경오염 극복의 영역이 아닌 철강기업의 생존과 연결된 통상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이러한 대표적인 규제로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안(Clean Competition Act, CCA)을 꼽을 수 있다. 고로를 기반으로 한 철강사의 경우,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에, 그 전환기 대응으로써 고효율 전기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이미 고로 대비 약 30%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기로 제강사의 경우에는 획기적인 기술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비를 투자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외부 환경에 의해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본 고에서는 특수강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세아베스틸의 혁신과 도전을 소개한다.
더 이상 3D 업종이 아닌 철강산업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이라는 표현 자체를 이제는 보기 힘들어질 정도로, 산업 전반에서 스마트화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화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AI, 로봇 등 철강산업에서의 스마트화는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신속한 제품개발을 통한 빠른 시장변화 대응, 사람의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데이터의 활용·예측에 기반한 의사결정,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1은 AI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용강의 탕면을 모니터링하고, 출강량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세아베스틸의 딥러닝 기반 출강량 제동 제어 시스템을 보여준다. 기존의 제강 공정은 주로 작업자의 육안에 의존해 용강의 높이를 측정해 왔기에, 작업자의 숙련도와 집중도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제강 공정에서는 열화상, 실화상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하여 탕면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용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이후, 수집된 용강 이미지를 AI로 분석하면,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세아베스틸은 딥러닝 기반 출강량 제동 제어 시스템을 통해 공정의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었다.
그림2 세아베스틸의 머신 비전 기술을 활용한 제품 수량 검수 과정
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기 이전에 내외부 결함 여부를 검사하고 강종, 규격, 중량, 수량 등 주문 내역을 최종 확인하는 단계에도 다양한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그림2는 제품 추적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아베스틸이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의 일부다. 그림은 제품의 라벨 내용과 수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수하기 위한 머신 비전 기술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세아베스틸은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품질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세아베스틸은 품질관리와 공정자동화를 위해 지속적인 개발 및 개선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설계과정에도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설계과정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검토하여 품질계약을 체결하는 과정과 해당 품질기준을 실제 조업에 적용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기존에는 설계과정에서 문서작업과 시스템 입력 작업 등이 모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전 기술과 AI 학습기능을 통해, 기계가 최적 조업 기준을 스스로 판단해 내고 수많은 회의와 전달 과정에서의 오류를 시스템 내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게 되었다. 따라서 세아베스틸을 비롯한 철강업계에 금속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술 역량을 보유한 직원들이 더욱 필요해 지고 있다. 타 분야 기술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융합기술의 필요성은 철강산업 또한 예외로 볼 수 없다.
철강산업은 고온의 환경에서 쇳물을 다루고 무거운 제품을 취급하는 산업으로, 과거 3D 업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점차 첨단 기술과 고급 인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작업환경이 열악하거나 공간 및 기술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철강산업에는 자동화와 스마트화, 고급 인력의 확보, 친환경 기술 개발 등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기업의 혁신과 정책 지원을 통한 탄소중립 대응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산업은 글로벌 자동차사 및 부품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그림3). 완성차의 경우, 2030년 온실가스 30~40% 저감이라는 목표가 더 이상 미래의 경쟁력 영역이 아닌 기업의 생산과 이익에 직결되는 통상의 영역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완성차 산업과 연계된 철강산업에서도, 탄소중립은 생존에 직결하는 통상의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철강산업에서 전기로 제품은 분명 고로 제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달해야 할 목표는 고로 제품과의 비교우위 달성이 아닌,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대적인 감축 달성이다. 그리하여 철강산업에서 탄소중립으로의 과정과 목표 필달(必達)의 숙제를 단순한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로 세아베스틸의 경우, Scope1, 2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 요소는 전력 55%, 가탄제 20%, LNG/LPG 2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기로 기업마다 수치의 차이는 있겠으나, 전력, 가탄제, LNG/LPG라는 구성요소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세아베스틸은 전기로와 가열로 등 구분에 따라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먼저 전기로 전력의 경우, 세아베스틸은 폐열을 활용한 스크랩 예열, 신속한 용해를 위한 EMS(Electro Magnetic Stirring), 배기가스의 실시간 분석 후 자동조업 등 국가 R&D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량의 전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로의 특성상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이지, 전력 사용량을 Zero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PPA(Power Purchase Agreement), 탄소 크레딧 또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거나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여 상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경우 산업계 전반에 걸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CCUS는 상용화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이 기업에 가중되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은 여러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가열로, 열처리로 등 LNG/LPG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향후 친환경 수소에 기인한 수소 가열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기 언급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한 방법이다. 따라서 전기와 LNG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방식 또는 순산소 버너 등의 방법이 전환기의 다양한 변화로써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소괴탄, 분탄 등 화석연료를 원료로 삼는 가탄제의 경우에는 각종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매스로의 대체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전술하였듯이 환경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법규의 완화 또는 신속한 지원 없이는, 기업이 경쟁력과 탄소중립 대응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목적은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이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이 가속화될수록 철스크랩에 대한 순환 경제의 강화와 합리적인 자원확보의 필요성은 증대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기업의 R&D 및 투자를 지원하고 과도한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일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와 국내 철강산업 전반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실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산업의 기술혁신 영속을 위한 인재 양성
다양한 변화와 규제 속에서, 철강산업은 전통적인 철강 기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기술을 접목하여 변화하고 있다. 다만, 미래의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강 기술 본연의 발전과 지속적인 인재 육성을 수반해야 한다.
스마트 자동화, 디지털 전환, 안전 환경 기술 등 사업의 영위를 위한 다양한 응용 기술도 필수 요소로 볼 수 있으나, 철강 기술 그 자체의 견고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철강이 관련된 대학교 학과의 축소·폐지 및 특화 교육의 부족, 첨단 과학 분야에 대한 상대적인 관심 부족 등 미래의 철강 인재 양성은 국내의 인구절벽과 더불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접어든 지 오래다.
따라서 철강기업과 대학 간의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현장 중심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 AI 기반 생산관리, 수소경제, ESG 경영 등 신산업 트렌드를 철강 교육에 접목해야 한다. 전통적인 금속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술변화를 반영한 교육과 연구를 강화하여, 금속공학 및 신소재공학의 미래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도 있다. 각 철강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재 또한 다양하게 채용하여, 기업문화 및 혁신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철강산업이 시대의 흐름과 규제의 벽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길 바란다.
- Vol.469
25년 01/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