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기술 Case 폐수를 돈으로 만드는 기술
전환점을 맞고 있는 전기차 시장
초기 사용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던 전기차는 이제 대중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높은 초기 비용,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대안을 고려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캐즘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제프리 무어의 저서 ≪캐즘 마케팅≫에서 언급된 캐즘(Chasm)은 혁신적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정체기를 겪는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지구의 기후 위기를 줄이기 위해 완전 전기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이차전지 산업폐수 문제
전기차의 핵심 요소인 이차전지는 양극재의 소재에 따라 원가와 성능이 크게 좌우된다. 양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전구체는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폐수가 발생한다. 전구체 1톤을 생산하고 나면 약 50톤의 폐수가 발생하며, 이 폐수에는 심각한 생태독성 유발 물질인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의 중금속과 다량의 염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차전지 산업폐수는 염폐수라고 불린다. 니켈은 특히 수중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독성을 지닌 중금속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고농도 염폐수를 규제할 법 조항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그대로 해양에 방류되었으며, 이에 해안 환경오염의 사례가 다수 보고된 상태다.
전통 폐수처리 기술의 한계
지속적으로 우상향해 성장하는 이차전지 산업에는 심각한 염폐수라는 이면이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구체 제조 기업들은 염폐수 처리 기술 중 MVR(Multi-effect Vapor Recompression)이라는 기술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MVR 기술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MVR은 폐수를 증발시켜 물과 부산물을 분리하는 방식인데, 부산물을 산업폐기물로 매립하려면 추가 처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발한 수증기를 모아 공업용수로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증발 후 남는 슬러지 부산물에는 다량의 니켈 등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이 슬러지 부산물은 보통 염폐수량의 약 10%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는 탄소 저감 친환경성을 표방하는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양극재의 전구체 생산공장들은 하루에 평균 1만 톤 전후의 염폐수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하루에 발생하는 부산물은 약 1천 톤가량이다. 이러한 부산물은 매일매일 발생하므로, 우리는 이 산업폐기물이 될 부산물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카리의 특허 기술을 활용한 해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기업 카리(KARI; Korea Aqua Resource Innovation)는 자체 개발한 염폐수 처리 및 부산물 자원화 특허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카리의 기술은 이차전지 염폐수를 단순히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염폐수 속에 포함된 물질과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데 중점을 둔다.
첫째, 카리의 기술은 염폐수 내 중금속과 염을 제거해 생태독성(Toxicity Unit, TU)을 1 이하로 낮춘다. 이를 통해 염폐수는 안전하게 방류되거나 전구체 제조 공정에서 용수로 재사용될 수 있다. 이는 무방류시스템으로 기존의 해양 방류 처리 방식 대비 환경 오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둘째, 염폐수에 포함된 염류(황산염, 나트륨염)를 고순도 물망초(수화 황산나트륨)로 결정화하여 제거하는 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을 생산한다. 물망초는 화학 실험, 종이 제조, 비누 생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카리는 이 물망초를 가공해 다양하게 제품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단순히 염폐수를 정화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성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카리는 폐수의 자원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했다. 물망초 또는 물망초 용액과 기능성 성분을 배합하여 만든 유가금속 추출제는 양극재 제조 공정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수명을 다한 폐기물인 폐도가니에서 니켈과 리튬을 회수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으며, 폐배터리의 리튬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기 위한 공정 중 블랙매스를 수득할 때 사용되는 황산용액을 대체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유가금속 추출제는 유독한 위험물질인 황산을 대체하는 친환경 약산성 제재로서 큰 시장성을 지닌다. 탈염제로는 간척지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적용되어, 염분을 제거하거나 장비의 부식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암모니아 탈취제로는 축사의 악취를 제거하고 새우양식장 등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제거하며, 염색 폐수 처리제로는 색도와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암모니아성 질소 제거제로는 수질 정화에 활용되어 암모니아성 질소를 98% 이상 제거한다.
치명적 생태독성을 유발하던 이차전지 염폐수의 환경오염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낸 카리의 세계 최초 특허 기술은 에코 사이클을 완성해 내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수와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만들어, 이차전지 산업 밸류체인 전체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카리의 기술은 전 세계 최초로 이차전지 공급망 전체의 폐수, 폐기물 자원을 재이용·재활용하는 기술이다.
2025년 초 상용화되는 카리의 특허 기술
이러한 카리의 특허 기술은 경기도 화성에 설치된 카리의 본사 공장에서 하루 30톤 처리 규모의 데모 플랜트를 통해 실증되고 있다. 이 플랜트는 전구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생태독성(TU) 1 이하로 정화하고, 자원화가 가능한 물질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연한다. 이를 통해 카리는 기술이 대규모 제조 공정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입증하여, 향후 국내외 전구체 제조 공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의 창출
카리의 혁신적인 기술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여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카리의 기술은 폐수를 자원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친환경 순환 경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 외에도 간척지 농업, 음식물 쓰레기 처리, 축산업, 염색 산업, 수질 정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환경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넘어 대중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친환경 전기차 차량이 기존 차량의 진정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제조부터 폐기까지 공급망 전 과정에서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카리의 기술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며 환경과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돕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단순히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자원을 순환시키고 재활용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카리의 기술은 전기차 산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어, 친환경 순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선택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전망된다.
- Vol.469
25년 01/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