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스마트링

스카이랩스의 CART BP는 혈압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반지 형태의 혈압 측정기이다. CART BP는 손가락 혈관에서 광용적맥파(Photoplethysmogram, PPG) 신호를 수집하고, 수집된 신호를 무선통신(Bluetooth)을 통해 전송·저장·분석하여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Blood Pressure, BP), 평균 혈압 및 맥박수 등을 제시한다.

광용적맥파(PPG)란 Photo(빛), Plethysmos(변화), Graphos(기록)의 합성어로, CART BP는 광용적맥파를 손가락 피부에 쏘아 반사 또는 투과된 빛을 확인함으로써 혈관 내의 혈류량 변화와 심박 활동 상태를 추정한다. CART BP는 이를 손목에서 측정하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나 밴드들에 비해 값이 더 정확하다. 손가락은 피부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얇아 혈류량을 감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ART BP는 광용적맥파 센서가 손가락의 혈류량을 감지하여 혈압을 더욱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스카이랩스의 CART BP가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개발한 스마트링이나 스마트워치 및 밴드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단순한 건강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서 병원과 의사들에게 ‘의료기기’로 받아들여지도록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평상시 혈압은 정상이지만 의사 앞에 가면 가슴이 두근거려 혈압이 오르는 백의(白衣) 고혈압 환자, 평상시 혈압은 높지만 병원에 가면 오히려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假面) 고혈압 환자, 또 간헐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환자의 경우 혈압 측정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장시간 혈압 변화를 추적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기존의 혈압 측정 장비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 혈압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위험도가 5배 이상이기에 지속적인 혈압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24시간 혈압 측정을 위해 팔뚝을 압박하는 ‘커프(Cuff)’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속혈압측정기는 커프로 채워진 팔을 주기적으로 압박하여 측정하므로 수면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수면 중 측정된 혈압변동 부분은 불편한 상태에서 측정된 결과이기에 측정값을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게다가 일상 활동 시간에는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크로스백처럼 메고, 팔에 커프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스카이랩스의 CART BP와 같은 커프리스(cuffless) 방식의 혈압 측정기는 스위스, 이스라엘 등에서도 개발에 성공하여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임상적 근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① 혁신 기술의 성공적인 가치제안 – Value Proposition & Iteration

스카이랩스의 CART BP는 의료기기로써 유효성과 안전성의 입증이 필요하였기에 임상 연구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 왔다. 그 결과, 비교적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의료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연구팀과는 함께 임상 검증을 진행하여 기존 혈압 측정 방식과 유사한 결과값을 확인하였다. 서울대병원과는 기존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와의 비교 임상을 진행하여 두 장치 간 측정값의 높은 일치도를 입증하는 결과를 얻었다.

스카이랩스가 유럽심장학회에 발표한 결과에 대해서도 반응이 좋아, 임상시험에 CART BP가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스카이랩스는 현재 일본회사와 B2C 판매를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CART BP의 해외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카이랩스는 만성 심장질환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반지 형태의 의료기기 ‘카트(CART; Cardio Tracker)’와 그 플랫폼을 개발, 운영해 왔다. 그리고 스카이랩스는 CART에 적용한 기술-광학 센서에서 수집된 심장 신호를 이용해 심방세동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역량을 기반으로, 혈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축적된 심장 관련 기술 및 사업역량이 CART BP의 개발과 사업화의 기반이 된 것이다. 

이렇게 기술개발을 성공적 사업개발로 이루어낸 대표적 사례로는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들 수 있다. SRI는 Stanford University의 부설 연구소로, 1950년대 초반에 설립된 이후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가까이에 있는 실리콘밸리에 가치제안하여 기술의 사업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② 정확도 & 안전성 확보 - Incubation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데이터 처리 방식의 도입은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CART BP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스카이랩스는 동맥 내에 카테터(catheter)를 삽입하여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A-line 데이터에 인공지능 기반 혈압측정 알고리즘을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총 4,185명의 동맥압 데이터(320,535개 샘플)를 활용해 광혈류 측정(PPG) 신호로 혈압 측정이 가능한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1,000명 미만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에 비해 스카이랩스는 4,185명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일정 비율로 나누고 학습·검증 및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데이터의 신뢰도를 더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다음 기술사업화 단계에 이르면, 통상적으로 개발자들은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한 결과보고서를 사업 부서에 넘기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세계 최초이고 최고 수준이기에, 나머지는 실제로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가 책임지고 완료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발 결과의 완성도이다. 개발 결과의 완성도가 사업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들을 모두 감당할 수준이 되어야, 비로소 사업적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

기술경영체계[MOT(Management of Technology) Framework]에서는 중요한 기술사업화 활동으로 Incubation과 Spin-off를 강조하고 있다. 기술개발이 잘 되었다는 것은 사업화를 수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그 대응 방안을 잘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임상이 뒤따르는 의료 영역에서는 더 많은 점검이 요구된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사업 타당성을 점검한다면, 기술사업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③ Business Model 제안

스카이랩스의 CART BP는 반지형 의료기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의료기기 사업 영역에 엄청난 사업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카이랩스는 단순히 혈압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센서나 스마트 링, 건강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공급하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이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을 기존의 시장으로 전개하지 않고 ‘의료기기 품목허가권을 취득한 반지형 의료기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스카이랩스는 우선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다. 스카이랩스는 반지형 혈압 측정기기 중 세계 최초로 국제표준규격에 맞춘 기존 혈압측정법(표준 청진법,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ABPM) 검사, 침습적 동맥혈압측정법 등)과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CART BP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는 대한심장학회지와 대한의학회 학술지, 네이처 과학기술지 등에 게재되었다. 또한 스카이랩스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 참석하여, 전 세계 최초로 스마트 반지를 폐쇄성 수면무호흡 진단 과정의 선별검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표했다.

CART BP는 2024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아, 현재 전국 병의원에서 처방되고 있다. 또한 스카이랩스는 국내 병의원에서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2023년 6월 대웅제약과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였다. 해외 판매를 위해 미국 FDA와 유럽 CE 인허가 과정도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스카이랩스의 행보는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새로운 건강모니터링 디바이스들과는 차별화된, 의료기기 기업으로서의 행보다. 스카이랩스는 향후 건강모니터링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이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날수록,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의료 전문 분야의 리더로서 더욱 공고히 자리매김 할 것이다.

스카이랩스 최창우 CTO는 CART BP가 현재까지 출시된 스마트 반지 중,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유일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장민수 상무이사와 양원동·박대웅 팀장과 함께 CART BP를 개발했다. 삼성이나 애플 등 IT업계 거인들의 스마트 링은 사용자에게 건강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그 측정값을 진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CART BP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의료기기라는 점에서 웰니스 제품과 차별점이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신뢰하고 사용할 만큼 CARTBP가 안전하고 정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웰니스 제품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기에 의료진은 사용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에 반해, CART BP는 기존의 연속혈압측정기 수준의 정확성을 보인다. 두통 때문에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던 환자가 CART BP의 사용으로 야간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복용약을 바꾸고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는 활용 사례도 있다.

곧 다가올 건강의 고도(Godot)를 기다리며 

의료 목적으로 혈압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필드에서, 디바이스와 시스템적으로 스카이랩스의 CART BP에 대적할 경쟁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랩스는 벌써 다음 단계로 산소포화도, 체온, 호흡수 측정, 혈당 감지 등의 기능 추가를 계획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들에게는 병원 밖에서도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며, 다양한 질환들의 예방을 위해 제품의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스카이랩스의 노력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CART BP는 신경 쓰지 않고 잊고 지내도 내 건강을 모니터링해주며,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길 것 같은 여지는 미리 알려준다. 이러한 솔루션을 통해 스카이랩스가 금방이라도 내게 다가올 고도(Godot)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