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에너지 전환 시대
(대한민국 지속 성장을 위한 한강의 기적 시대 주역들과 미래 주역들의 도전과 기회)

글.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도시공학전공)에서 환경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코닝 중앙연구소, 일본 문부과학성 외국인 연구원(북해도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그리고 한국연구재단(NRF) 에너지·환경 단장을 거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도 물 처리이고, 현재는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법·제도, 국제협력 전략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
성장과 탄소 중립, 피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딜레마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성장과 환경(탄소 중립, 기후변화 대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하여 국제적인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등의 국제적 감축 약속을 설정하여 국가별로 많은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석탄과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사용의 점진적 감소이다. 반대로 자연에서 유래하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비화석 연료, 즉 신재생 에너지의 급격한 부상이다. 전 세계가 신재생 에너지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대에서 비화석 연료 에너지 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면서 이런 에너지 전환 시대 효율적인 적응을 위하여 많이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GDP 기준 15위의 경제 대국이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약 1.5%)이다. 따라서 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하여 대한민국은 다양한 국제 감축 관련 공여금 제공, 국제 협력 사업 지원 등 활동을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산업계의 비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에 최적의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다배출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강의 기적’ 유산과 탄소 경제의 딜레마
1962년에 시작되어 1996년까지 34년간 진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평균 약 9.5%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한국은 단숨에 빈곤 국가에서 개발도상국이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경제 기적을 달성한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한강의 기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는 강력한 추진력의 지도자 존재, 우수하면서 근면 성실한 국민성의 뒷받침, 호의적인 한반도 주변의 국제 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런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 최우선의 조건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런 생태계 구성 성분인 공장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구성 요인은 ‘산업의 혈액’, ‘산업의 핏줄’이라고 불리는 에너지 공급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 1979년 석유 파동 시기를 제외하고 석탄과 석유를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주된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산업 측면에서는 철강산업, 석유화학산업, 시멘트 산업을 중심으로 가내 수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빠른 전환이 진행되었다. 즉,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공급 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하는 중화학공업이 ‘한강의 기적’ 주인공이었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수출을 진행하기 위한 물류 시스템도 구축되었다. 최대 수출항인 부산항으로 효과적인 물류 공급을 위하여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공급 생태계, 중화학공업 중심 산업 생태계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중심의 물류 생태계 세 개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 드라마를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고속 성장을 달성하는 한국 경제가 1992년 지구의 기후변화 우려가 시작된 브라질 리우협약 시점부터 조금씩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1997년 쿄토 의정서, 2015년 파리 협약을 계기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 생태계인 대한민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달성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기후변화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 생태계,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 화석연료 기반 물류 생태계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초고속 성장을 달성한 대한민국은 이산화탄소 다배출 국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구성비는 산업 부문 37.6%, 에너지 전환 32.7%, 수송 부문 15.0%, 건물 부문 7.4%, 농·축수산 3.9% 그리고 폐기물 등 기타 3.4%이다. 이 가운데 한강의 기적 주역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3개 업종이 산업 전체 부문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3개 업종은 전체 수출의 약 16.0% 기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20.8%, 자동차 산업 10.4%의 수출 기여도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세 산업은 국가의 기반을 구성하는 산업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하여 희생될 수 없는 위치이다.
대한민국의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에서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철강산업은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석유화학 산업은 원료·공정 대체 및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 확보에, 시멘트 산업은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활용한 역발상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의 수소 환원 제철 공법의 경우, 그린 수소의 안정적 대량 확보 여부에, 석유화학 산업의 CCU 기술에서 신재생 전기 에너지 확보 여부, 마지막으로 시멘트 산업의 그린에너지 확보 여부 등 전환된 에너지 확보와 적응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출발점이 탄소에서 출발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쉽게 해결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뼈대, 근간인 세 개 산업에서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살펴보고 극복해야 할 도전과 이런 도전의 성공을 통해 획득할 기회의 열매는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에너지 전환의 길목에서 마주한 현실적 도전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여러 현실적 장벽에 직면 하면서 속도에 제약을 받고 있다.
첫째, 다행스럽게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산업은 선택지를 조금 더 넓게 가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은 무탄소 에너지(Carbon-Free Energy)로서 긍정적인 면이 많으나,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로 아직 신재생에너지로 확실하게 분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가 현재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발전은 비화석 에너지 여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분야의 미래 기술인 SMR 등을 포함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논란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도전과 이를 통해 쟁취할 기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최근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이 10.6%까지 상승하였다. 아직 세계 기구에서는 대한민국이 신재생 에너지 확대 보급이 더딘 국가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지리적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보유 기술도 다양하면서 기술력 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리적 단점 (좁은 국토 면적 등)이 가장 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보급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요인인 전력망의 확충 및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적인 전력망 내 수용이다. 기존 전력망에서 수용할 수 없어 재생 에너지 발전 중단 등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과 고도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하나하나 모두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이다. 그러나 에너지는 산업의 핏줄이라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기술적으로도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로 대규모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시스템에서 소규모 분산식 에너지 공급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과거 전력 공급망 시스템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과거 전력 공급망 시스템을 총괄했던 한국전력공사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물론 전력망 시스템 전환으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전력공사의 막대한 적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재생 에너지의 점진적 증가, 그리고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전환에서 효율적인 전기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력망 관련 분야에서 하는 일, 해야 할 일에 대한 현실을 체크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도전해야 할 분야가 무엇이고, 이런 도전을 통해 대한민국 전력망 기술 분야에서 확보할 수 있는 미래 기회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미래 성장 동력 AI, ‘전기 덜 먹고 잘 먹는 하마’의 적극적인 확보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분야이다. 마치 미래 산업은 인공지능과 HBM 산업만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될 정도이다. 미래 사회, 산업의 핵심 분야이고 국가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기술인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인공지능에서 피지컬 인공지능까지 그 발전 범위가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인공지능 산업은 국가 최고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학기술 최고 결정 공무원도 인공지능 전문가로 지명한 것을 보면 국가에서도 그 중요성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소버린 AI 구축 등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미래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AI를 ‘전기를 먹는 하마’라고 부를 정도다. 수많은 반복 작업이 수행되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 운용에도 전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 기술 확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위한 전기 에너지 확보에 인공지능 기술 확보와 동등한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이는 물이 없는 하마의 생존 환경을 상상하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동시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많은 걱정도 이야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비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를 확보하기에는 지리적 환경, 기후·기상학적, 정치외교학적으로 유리한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보다 유리한 환경의 국가에서도 에너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발표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AI의 미래 방향을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AI 기술 자체의 진화, 둘째, 그린 에너지의 충분한 확보, 셋째 양질의 데이터 확보, 넷째, 초전력 소비 GPU 개발이다.
비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함께 갈 수 있는 AI 3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은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취사선택의 지혜를 살펴보고 이때 필요한 도전 분야와 이를 통해 AI 3대 강국 달성과 기회에 대하여 살펴본다.




또 한 번의 기적을 향한 도전과 기회
기후변화 대응, 탄소 중립 달성은 당분간 인류 전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존재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비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전환은 인류 전체가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이다. 기적을 이룬 과거의 대한민국, 그리고 맞이해야 할 미래 사회에서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이 해야 할 도전과 이를 통해 가질 기회에 대하여, 해당 분야의 숲 전체를 보는 시각을 함께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