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특허활용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허 기반 사업화의 성패를 가르는 3가지 전략

글. 황성필
변리사
만성특허법률사무소(E.M. Hwang & Partners IP Law Firm)에서 전 세계 특허 및 상표의 출원, 라이선싱, 소송 등 지식재산권의 관리 전반을 전문으로 20년간 근무해왔다. 특히 다양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전문회사들의 자문으로 활동하며 우수한 스타트업 발굴ㆍ지원에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이자, 투자자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MIT를 나와도 사업에 실패하고, 평범한 기술로도 사업에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다이트 운동 시기처럼 기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절의 기술을, 오늘날 자국의 핵심 첨단 산업으로 삼고 있는 국가는 이제 더 이상 없다. 해당 산업에 집중하느냐와 첨단산업으로 삼느냐는 다른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특허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 국가 특허청들은, 자국에서 얼마나 많은 특허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는지를 주요지표 내지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이는 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기술 트렌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과거의 중심 기술은 미래에는 주변 기술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은 최신 기술동향에 부합하는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화에는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이나 ‘특허 수’만으로는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먼저 철학적인 감성을 배제한 논의를 위하여 중요한 요인을 제거해보자. ‘사업의 성공’은 ‘인생의 성공’과는 다소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후자를 함께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튼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사업적 성공은 요원할 수 있다. 반대로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그 기반이 평범한 기술인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니 여기서는 인생은 잠시 접어두고, 두 가지, “기술”과 “사업”에만 집중해보자. 그리하여 ‘대단한 기술’과 ‘사업적 성공’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를 꾸준히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현대에서 기술에 대한 그나마 객관성을 담보해주는 특허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단한 기술’은 대부분 특허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특허를 함께 염두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기술이 괜찮다고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특허 청구범위의 권리범위나 무효 가능성을 논하기 이전에, 일단 “등록된 특허”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등록 특허 하나만으로도 일단 대화를 시작하며 속된 말로 어디에 좀 ‘비빌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특허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림1 Tesla Science Foundation (Tesla patent illustration, Electric Circuit Controller, US609,251·1898)

기술은 사업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성공의 보증 수표는 아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이 어떻게 보호되고, 어떻게 말해지며,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전기를 개발해 오늘날 전력 시스템의 기반을 만든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기업가가 아니었고, 그의 기술은 당대 시장과 자본에게 외면당했다. 그는 생의 말미, 뉴욕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반면 에디슨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무기를 알고 있었다. 그는 특허를 통해 기술을 보호했고, 그 특허를 통해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했으며, 결국 산업의 “표준”을 장악했다. 오늘날 기업들에게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은 테슬라처럼 기억될 것인가, 에디슨처럼 시장을 움직일 것인가?
기술 기반 창업의 성공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설계하며 권리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이렇게 다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기술이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특허”라는 언어로, “시장”이라는 무대에서 말이다. 기술 기반 사업에서 특허는 단순히 ‘기술 보호 수단’이 아니라, “시장 전략, 자금 조달, 사업모델 설계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본 글에서는 변리사로서 수많은 기업들과 협력하며 목격한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특허 기반 사업화의 성패를 가르는 3가지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특허 분석 전략
기업은 제품·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시장 조사와 기술검토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름대로여서 문제이긴 하다. 아무튼 이때, 특허 데이터(디자인, 그리고 트렌드를 반영하는 상표까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음)를 함께 분석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는 결정적인 정보 격차가 발생한다. 특허는 기술 그 자체에 관한 정보일 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개발 방향·시장 진입 시기·기술 공백지대 등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개된 내부문서’다. 예를 들어, IPC 코드를 기반으로 기술 분야별 출원 트렌드를 살펴보면, 특정 기술이 단순 유행인지 아니면 장기적 성장성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정보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이다. 이러한 정보를 기업이 얻기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고, 큰 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오너” 내지 “회장님”의 성공적 직감을 믿기도 하며 심지어 이것이 통하기도 하기에,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정보의 분석 없는 직감보다는, 분석과 함께 천재적인 직감을 믿어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청구항 분석을 통해 경쟁사가 권리를 확보한 영역과 회피 설계 가능한 범위를 미리 파악하면, 불필요한 소송 위험을 줄이고 기술 차별화의 실마리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자원이 한정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효율적인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이 된다.


그림2 Dreamstime - 특허 중심의 아이디어 연결구조





특허 포트폴리오와 IP 금융의 연결성
돈이 되는 특허를 등록받아야 한다. 기술력은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어렵다. 그러나 특허는 그 기술의 구조, 범위, 권리 상태를 ‘공식 문서’로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며, 이는 곧 기업 가치의외부 표현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정부기관 및 벤처투자사들이 왜 ‘특허 보유 여부’를 투자 결정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꾸준히 공개되는 기술들의 증가로 특허등록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이나 R&D 국책 과제 선정 시에는, ‘권리범위가 명확하고 포트폴리오가 구조화된 특허’의 유무가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하기에, 아무 특허나 등록받아보았자, “권리범위”의 검증을 다시 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유명무실한 특허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특허는 담보나 보증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IP 금융은행 등에서는 특허가치 평가를 통해 담보 대출이나 보증을 실행하며, 특허권을 활용한 자금 조달 구조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단일 특허보다는 연관 기술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보유 여부를 넘어서, 전략적으로 확보된 지식재산권이 투자 유치와 금융 접근성에 직결됨을 의미한다.




사업모델과 정렬된 특허 설계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와 “비즈니스 모델(BM)”에 정렬된 특허는 다르다. 전자는 기술적 완성도에 중점을 두지만, 후자는 수익구조와 고객 경험 흐름에 맞춘 권리범위를 설정한다. 예컨대,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의 경우, 단순한 기능 구현보다도 고객 유입-서비스 사용-과금 흐름의 핵심 노드에 대해 청구항을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유사 BM을 갖는 후발 경쟁자를 효과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 일단 예시를 위한 것이니, BM 자체가 가지는 특허로써의 배타성의 한계는 감안하도록 하자. 또한, 특허 명세서는 궁극적으로 BM의 설계도이자 확장 전략의 수단이다.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국가별 사용 방식 차이와 특허 법제도 고려가 필요하며, 플랫폼이나 AI 기반 서비스라면 알고리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데이터처리 방식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특허 출원 전에 BM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를 기반으로, 수익 지점·고객 접점·핵심 자원 등을 정리한 뒤 그에 맞춰 발명 포인트를 추출하고 명세서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기술-특허-BM의 일체화가 성공의 열쇠
지식재산권의 전략적 활용은 이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모두에게 필수 요건이 되었다. 기술 기반의 경쟁력이 곧 생존력이 되는 시대, 특허는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최소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단, 특허는 그 자체로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자금조달 구조를 고려하며, 사업모델에 최적화된 특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이 R&D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리사, 기술가치평가사, 투자 전문가 등과 함께 IP 전략을 설계해 간다면, 특허는 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가 될 수 있고 생각보다 이런 서비스를 무료(각종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들의 교육 프로그램 내지 정부 프로그램을 활용)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특허는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화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실전 전략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