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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01








한국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p씩 하락하는 등 명백한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엔진이 멈춘 것을 지목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15대 기업 중 새로 진입한 기업이 단 두 곳에 불과한 현실은, 절반 가까이 물갈이되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단순한 성장 둔화를 넘어 국가의 혁신 동력이 심각하게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부적 위기는 반도체 과학법을 통해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는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다.
과거 한국의 성공 공식이었던 ‘추격형(Catch-up)’ 혁신 구조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정부 R&D의 성공률이 98%에 달하는 기이한 현실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도전적인 과제를 기피하는 보수적인 연구 문화가 고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연구 성과가 해외 기업에 넘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최고의 인재들은 더 나은 연구 환경과 자율성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해법으로, 총장은 국가와 함께 발전해온 서울대학교가 선도적으로 수행해야 할 5대 미션을 제시했다. 첫째, ‘프론티어를 여는 도전적 연구’를 수행한다. 이는 단순히 논문을 쓰는 것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대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mRNA 백신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둘째, ‘미래를 개척할 창의 인재’를 양성한다. 지식의 총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더 이상 지식 전달 교육은 유효하지 않다. 이에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이라는 4대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의 틀을 바꾸고 있다. 모든 신입생이 공통 핵심 역량을 기르는 ‘학부대학’과 다학제 융합 교육을 위한 ‘첨단융합학부’ 설립이 그 구체적인 실천이다.
셋째, ‘국가 임무 중심의 연구’를 선도한다. AI, 양자, 바이오, 2차 전지 등 국가 전략 기술 분야의 대형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여 국가적 임무를 직접 수행한다. 넷째, ‘국가적 스케일업 허브’를 구축한다. 3조 7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시흥 캠퍼스를 바이오 및 무인이동체 클러스터로, 평창과 수원 캠퍼스를 각각 그린 바이오와 벤처 창업의 거점으로 삼아 대학의 인프라가 곧 국가의 산업 인프라가 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AI 반도체 유니콘 ‘리벨리온’과 같은 고난도 기술 기반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며, 기초과학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도전이 대학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학은 상아탑에서 벗어나 산업계와 지식을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산업계 또한 교육에 직접 참여하며 인재를 함께 길러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대학과 기업이 함께 혁신 생태계를 책임지는 강력한 ‘연대’에 달려있다.






먼저 현 정부가 노동 시간 단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해법으로 ‘AX(AI Transformation)’를 제시한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현재 기업들에게는 AI를 통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과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AX는 1990년대의 ‘경영 프로세스 재설계(BPR)’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재무, 생산, 마케팅 등 기능별로 나뉜 부서의 사일로 효과 때문에 엄청난 조정 비용을 낭비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ERP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성공은 흔히 전략의 승리로 평가받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ERP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연한 생산 체계를 만든 것이 성공의 진정한 핵심이다. 오늘날의 AX는 이러한 BPR의 정신 위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컴퓨팅 파워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결합된 형태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혁신 제안을 듣고 실행 여부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플랫폼 기업의 파괴력을 목격하며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방법을 묻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기존 산업의 법칙을 파괴하는 플랫폼 기업이 존재한다. 플랫폼의 힘이 소비자의 선택을 사실상 지배하고(검색 결과 상위 3개가 구매의 80%를 결정), 공급자를 종속시키며, 다른 산업으로 손쉽게 확장하는 ‘일방향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미완성 상태의 차를 출시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아마존이 신규 서비스의 50% 실패를 감수하며 시장에서 실험하는 방식, 그리고 네이버가 3일만에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속도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문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의 핵심은 IT 기능을 비용으로 보고 외주를 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하여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


세탁 산업으로 본 AI
이러한 플랫폼의 힘과 AI 기술이 결합하여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의류 산업을 예로 들어 살펴볼 수 있다. 미래의 AI 세탁기는 옷의 재질을 파악해 세탁법을 결정하고, 세제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하며, 옷에 내장된 RFID 칩을 통해 세탁 횟수와 착용 빈도를 추적한다. 이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통해 제조사와 리테일 기업에 전달되어, 고객이 새 옷을 구매할 시점에 맞춰 최적의 광고를 제공하는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것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중국과 독일의 밀레 등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현실적인 목표이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뿐,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을 놓치고 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명백한 전략의 부재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 점유율 상실과 도태는 정해진 수순이다. 따라서 이제 모든 기업은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고객을 어떻게 우리 생태계에 묶어둘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을 시급히 재정립을 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의 변화이며, 이를 제대로 관찰하는 것이 비즈니스와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하다. 가장 주목할 거대한 흐름은 ‘조용함’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여러 차원에서 나타난다. 과거의 요란한 단체 관광은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조용한 여행으로 대체되었고,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는 ‘조용한 사직’과 수시 채용이 당연해졌다. 공동 주거 환경의 소음 공해에 지친 현대인들은 이제 돈을 내고 ‘침묵 카페’나 ‘침묵 식당’에 가서 고요함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부의 과시법 역시 ‘뉴머니(신흥 부자)’의 과시적 소비에서 ‘올드머니(전통 부자)’의 미학으로 바뀌었다.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 대신,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조용한 럭셔리’가 각광받으며 복제품이 아닌 ‘원본’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IT 산업을 내향적 리더들이 주도하면서 ‘내향성 경제’가 부상했고, 젊은 세대는 단체 술자리보다 혼자 즐기는 활동을 선호하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고 있다.


런닝과 욕망의 전환
운동과 집은 새로운 시대의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이제 운동은 건강을 넘어, 얼마나 세련되게 자신을 관리하는지를 보여주는 미적 활동이 되었다. 특히 ‘달리기’는 기록 경쟁이 아니라 SNS에 올리는 멋진 스타일과 ‘러닝 챌린지’ 같은 특별한 경험을 위한 행위로 소비되며 관련 패션 및 용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의 등장은 다이어트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일상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부의 과시 역시 자동차나 명품 가방에서 집 내부로 옮겨왔다. 수천만 원짜리 디자이너 의자와 고급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는,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자신의 공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욕망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시대가 만든 사회적 가치관
기술 발전은 우리 삶의 근간인 음식과 일의 미래를 재편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코코아, 커피 같은 식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세포 배양 기술이나 대체 원료로 이를 만드는 ‘푸드테크’가 현실적인 대안이자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은 일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도구를 활용해 혼자서도 거대 사업을 운영하는 ‘솔로프레너’가 등장했으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기계가 대체 못 하는 창의력이나 소통 능력 같은 ‘소프트 스킬’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핸디캡으로 여겨졌던 신경다양성(ADHD 등)마저도 AI의 보조를 통해 그들만의 독창성을 발휘할 기회로 재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창업을 꿈꾸는 Z세대의 성향과도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들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외적인 과시에서 내면의 만족으로, 획일화된 성공에서 개인의 고유한 가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다운 삶과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가 온 것이며,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이 곧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리더란 본질적으로 외롭고 힘든 자리라고 정의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거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Let It Be’를 ‘흐르는 대로’라고 해석할 수 있듯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좌절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리더는 자신의 역할을 무거운 짐으로 여길지,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로 여길지 선택할 수 있다.
소규모 팀의 ‘셀장’ 시절에는 단 3명의 팀원이 자신과 일하는 것을 즐겁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팀장’이 되어서는 비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개선하고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와 같은 원칙을 세워 불필요한 야근을 없앴고, 그의 팀은 ‘사립학교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더 높은 리더가 되어서는 팀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 상사와 부딪히는 ‘싸움닭’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는 팀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 제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조직문화 연구소’의 핵심 철학은 ‘모든 직원은 고객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직원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퍼뜨려야 할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는 것이다. SNS 시대에는 직원이 내부에서 겪는 부정적 경험 하나가 100억 원짜리 광고 효과를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문화의 목표는 구성원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향해야 하며, 규칙이 아닌 분위기를 바꿔 그들이 회사의 진정한 팬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령 LG전자 디자인 센터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하청업체 직원처럼 느끼며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가치를 부여하여 일의 의미를 되찾아 주었다. 또한, LG전자의 딱딱한 행동 강령은 “꽉 막힌 소통은 LG전자 손상의 원인이 됩니다”와 같이 재치 있는 카피로 ‘문학화’하여 구성원들의 마음에 와닿게 만들었다. SK디스커버리의 경직된 분기 포럼은, 직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TED 강연 형식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딱딱하던 행사는 동료애와 신뢰를 확인하는 축제가 되었다.
리더의 역할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결과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그는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은 강물과 같아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리더는 사람 자체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들이 긍정적인 상태에 머물 수 있도록 ‘분위기’와 ‘물살’을 바꿔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식은 AI를 이길 수 없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나누는 것이 이 시대 리더의 진정한 소임일 것이다.






로봇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수많은 로봇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식당처럼 예측 불가능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베어로보틱스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중앙 서버 없이 로봇끼리 직접 통신하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분산형 멀티 로봇 제어 기술’이다. 이는 네트워크가 끊겨도 로봇 전체가 멈추는 서버 기반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하지 못하는 핵심 역량이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관제 시스템을 통해 30분 만에 로봇 세팅을 마치고 전 세계의 로봇을 관리하며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대응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고품질의 하드웨어를 양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 모델인 ‘RaaS(Robot as a Service)’는 단순히 로봇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고장 수리, 원격 지원, 계약이 끝난 중고 로봇의 재활용까지 포함하는 ‘전주기적 관리’ 역량을 요구한다. 소니의 ‘아이보(AIBO)’가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단종된 사례처럼, 서비스 운영의 효율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업의 지속이 불가능하다.


로봇 도입 환경과 향후 미래
로봇 도입 시 가장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문제로 ‘충전 공간’을 꼽을 수 있다. 로봇 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을 효율적으로 충전하고 보관할 물리적 공간 설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사람의 ‘일하는 방식(워크플로우)’과 공간 역시 로봇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로봇 동선에 맞춰 설계한 한 식당은, 직원들의 하루 보행 거리를 10km에서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여 근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로봇의 보안 문제도 꼽을 수 있다. 이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보안 규제가 향후 로봇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모든 기술과 경험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구현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전 맵핑 없이도 테이블 배치가 매일 바뀌는 결혼식장처럼 복잡한 환경을 로봇이 스스로 인지하고 맥락을 파악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단계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데이터가 될 것이다.






75세의 나이에 이르러 ‘10년이 1년처럼’ 흘러간 시간의 속도에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에 이어, 인생의 본질은 결국 ‘시간’이며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부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일화를 통해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물었던 한 대학생의 사례를 예로 들며, 두 사람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들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규정하는 부와 지위라는 객관적 성공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는가 하는 ‘주관적 성공’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이다.


인생의 두 가지 본질
사랑의 본질에 대한 답으로는 ‘모성(母性)’이다. 어머니의 사랑 속에는 희생, 영원성, 절대성, 무조건성, 그리고 존중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용서’다. 자신의 어머니가 늘 “괜찮다, 다시 해봐라”라며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셨던 회고가 이어졌고, 이와 대조적으로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남을 용서하지 않는 것은 내가 독약을 마시고 남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격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기에, 용서란 결국 과거라는 감옥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 ‘현재’를 살기로 선택하는 의지적인 결단임이 필요하다.
또한 인생에서 고통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본질 그 자체임을 깨달야 한다.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처럼, 사랑하기에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며 이 둘은 동의어와 같다. 그리고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고통이야말로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의 이론을 빌려, 그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는 고통이 아니게 되며, 자신에게 고통은 ‘시를 쓰게 해주는 그 무엇’이었다는 깊은 고백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700년 만에 꽃을 피운 ‘아라홍련’ 연꽃 씨앗의 이야기는, 어둡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는 ‘인내’의 가치를 상징한다. 그리고 자작시 ‘산산조각’의 낭독을 통해, 인생이 부서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중요한 것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는 구절처럼 그 조각난 상태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기억해야 한다. 결국 우리 인생이라는 빵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필수 재료는 ‘사랑과 고통’이며, 이 두 가지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곧 인생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