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탄소중립 시대, AI의 도전과 기회: ‘전기 먹는 하마’에서 ‘신재생 전기 쓰는 하마’로

글. 전혜정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위원으로 차별화된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의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 미래 전망, On-Device 학습, 지속 학습, Code LLM, 로봇 Embodied AI, Energy Optimization AI 등이다.
AI, ‘전기 먹는 하마’의 도전과 혁신의 기회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연산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 소비를 야기하며, 심각한 환경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AI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력 문제 해결은 필수적이며, 이는 동시에 미래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연산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역설적으로 AI를 ‘신재생으로 전기 적게 쓰는 하마’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개발의 기회로 작용한다.
실제로 AI의 폭발적인 성장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열 관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미래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더 큰 규모의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특별 보고서 「에너지와 AI(Energy and AI)」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2년 기준 글로벌 전력 수요의 약 1%를 차지했으며, AI의 급성장으로 인해 2030년에는 945TWh에 달해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 전체를 넘어서고,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가 에너지 전환과 충돌하는 핵심적인 지점은 다음과 같다.


그림1 국가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추이, IEA(2025)


1) 고밀도, 24/7 전력 수요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AI 데이터센터는 랙당 수십 kW에 달하는 고밀도 전력을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단 몇 초의 전력 중단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발전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간헐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화창한 낮에는 전력이 넘치지만, 구름 낀 오후나 바람 없는 밤에는 전력 생산량이 급감한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지 않고서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
2) 전력망 불안정성 가중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막대한 부하를 준다. 여기에 간헐성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불규칙하게 더해지면,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져 전력망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IEA는 선진국에서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분의 2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많은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3) 지리적 불일치 문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일사량과 풍량이 풍부한 지역(사막, 해안 등)에 주로 건설되지만,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망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 근교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발전과 소비의 지리적 불일치는 고전압 직류(HVDC)와 같은 새로운 장거리 송전 기술을 요구하며, 막대한 추가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도전 과제를 기회로 전환하는 산업적 통찰
1) AI 기반의 지능형 에너지 관리 솔루션
AI는 전력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분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하와 비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하여 에너지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로 비핵심 연산 작업을 옮기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시간대에 컴퓨팅 자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동적 부하 조절(Dynamic Load Shifting)이 가능해진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디지털 트윈시스템과 Physical AI 기술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서버의 발열과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하고, 최적의 제어 방안을 도출하는 기술 역시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적인 방향이다.
이 분야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기술 경쟁을 벌이는 핵심 영역이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는 2016년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반의 AI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을 최적화하여 에너지 효율을 40% 이상 개선하는데 성공했다는 글을 발표했는데, AI가 스스로 전력 사용 패턴을 학습하고 냉각 장비의 다양한 변수(온도, 습도, 펌프 속도 등)를 실시간으로 제어해 가장 효율적인 냉각 방식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2022년에는 상업용 Cooling System에도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머신러닝을 활용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서버의 작업량을 분산시키는 등 데이터센터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IEA는 AI가 전력 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연간 최대 1,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175GW의 전송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하며, AI가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LG전자의 AI 기반 실시간 에너지 분석 시스템인 BECON(Building Energy Control Optimized Network)은 건물 내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시스템을 자동 제어하여 에너지 소모량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이는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형 건물의 통합 에너지 관리에 활용되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LG전자의 북미 이노베이션 센터인 LG NOVA가 육성하는 클린테크 스타트업 ‘파도 AI 오케스트레이션(PADO AI Orchestration Inc.)’은 AI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활용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과 부하를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이러한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그림2 LG전자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DCW 2025(데이터 센터 월드) 전시부스

2) 직류(DC) 기반의 에너지 효율 인프라
태양광, ESS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은 본래 직류(DC) 전력을 생산한다. 그러나 기존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교류(AC)를 사용하기 때문에 AC-DC 변환 과정에서 약 10%의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DC 기반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면 이러한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LG전자는 한국전력, 한화 건설 부문과의 협약을 통해 국내 기업 최초로 직류 방식의 초대형 칠러를 개발하고, DC 기반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3) 초고율 냉각 기술의 보편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중 약 40%는 냉각에 사용될 정도로, 열 관리는 에너지 효율의 핵심이다. 따라서 냉각 효율을 높이는 것은 전력 소비 절감의 핵심이다. 산업계는 기존의 공기 냉각 방식에서 벗어나 액체 냉각(Liquid Cooling)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액체 냉각은 공기 냉각 대비 훨씬 높은 열 전달 효율을 제공하며, 서버 랙당 전력 밀도를 5배 이상 높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의 공간 효율성까지 개선한다. LG전자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다양한 액체 냉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CPU와 GPU를 직접 냉각하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 Coolant Distribution Unit)는 공기 냉각 대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며,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서버 전체를 냉각유에 담그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방식에 대한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선두 주자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액체 냉각 솔루션과 함께 무급유 자기 베어링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칠러 등을 선보이며 이러한 산업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4)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ESS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나 발전량이 부족할 때 사용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운영 안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력망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지속 가능한 AI 시대를 향한 비전
탄소중립 시대에 AI는 더 이상 단순히 ‘전기 먹는 하마’로 머무를 수 없다. AI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해결해야 한다. 고효율 냉각 기술,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직류 기반의 전력 인프라,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연계 솔루션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핵심 요소들이다.


그림3 LG전자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

선도 기업들의 혁신은 이러한 보편적인 산업적 도전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미래 기업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HVAC 사업을 2030년까지 연간 매출 20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연구 개발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엔드투엔드 가치 사슬’을 구축하며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AI는 더 이상 ‘전기 먹는 하마’가 아닌,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 소비를 이끄는 똑똑한 조력자’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 솔루션개발에 집중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01 LG전자, 데이터 센터 및 에너지 관리 솔루션 관련 기사, 2025, https://live.lge.co.kr/
02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Energy and AI” report, 2025, https://www.iea.org/reports/energyand-ai
03 The Verge, “DeepMind AI reduces Google data centre cooling bill by 40%,” 2016, https://deepmind.google/discover/blog/deepmind-ai-reduces-google-datacentre-cooling-bill-by-40/
04 Microsoft, “3 ways AI is helping the planet,” 2024, https://news.microsoft.com/source/features/sustainability/3-ways-ai-is-helping-the-planet/
05 Azura Consultancy, “Direct Current For Data Centers,” 2025, https://www.azuraconsultancy.com/directcurrent-for-data-cen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