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1

지속가능한 저탄소 철강산업을 향한 도전과 기회

글. 김기수
포스코 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철강, 친환경소재, 미래 에너지 및 Digital혁신 기술개발에 헌신해 왔으며, 영국 쉐필드 대학에서 철강제조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전 세계 산업화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은 오랜 기간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 위에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산업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이자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 탄소 감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기존 생산방식을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가 큰 철강산업은 현재 저탄소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다.




국내 철강산업의 현재
산업혁명 이후 철강은 현대 문명의 뼈대라 불릴 만큼 우리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필수불가결한 소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자동차, 선박, 건설, 조선, 기계, 플랜트 산업 등 거의 모든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산업은 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간산업이자 문명의 기초 산업으로서 사회 인프라 구축과 도시화의 중심 소재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철강산업은 조선, 자동차, 건설 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가 전략산업으로 성장해 왔으며, 자원 빈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6위의 조강 생산국이자 철강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철강산업은 약 15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과 50만 명 이상의 간접 고용을 창출하는 등, 일자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성과 연결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표1 국가별 인당 철강 소비량 (kg/인), (2023년)

철강 소비는 한 국가의 산업화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2023년 기준 약 1,050kg으로, 글로벌 평균(219kg)의 약 5배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는 국내에서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현실을 반영하며, 이러한 산업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 수치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철강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산업이며, 1970년대 이후 쇠퇴해온 미국의 철강산업을 국가안보 확보 차원에서 재건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하면서 철강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석탄을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하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Blast Furnace) 기반 생산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철강산업은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아 탄소중립 실현이 어려운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약 25%, 탄소배출의 약 30%를 차지하며,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이 높은 이유는 석탄이 철광석 환원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은 철강은 200년 이상 지속된 석탄 기반의 고로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조강 1톤당 1.8~2.2톤의 CO2가 배출된다 (Fe-O + C = Fe + CO2). 한편, 이미 환원되어 거의 순철에 가까운 고철 (스크랩)을 사용한 전기로 공정에서는 (Fe(고철) + 전기저항열 = Fe(액체)) 조강 1톤당 0.4~0.7톤의 CO2가 배출된다. 고로 공정 대비 4배 이상의 적은 양의 CO2가 발생되나 우리나라 철강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아직 낮은 편이다.
철강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실수율을 고려하면 80% 이상 재활용되어 그 어느 소재보다 재활용 비율이 높다. 그러나 고철 재활용 (전기로)의 경우 불순물의 유입이 많아 고품질 철강재의 안정적 수급이 곤란하여 국내에서는 여전히 약 70%의 철강이 고로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전기로 전환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개발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환 속도는 제한적이며 높은 전기 비용과 원료인 고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2 국내 철강산업 에너지 사용 특성 및 온실가스 배출 비중




철강산업과 에너지 (철강산업의 전력 사용 현황)
철광석으로부터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공정에서는 철광석(원료)과 석탄(코크스, 연료)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석탄으로부터 가스형태의 열이 발생하고, 이러한 고열의 부생가스를 이용해 자가발전을 하게 된다. 통상 제철소내 자가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는 전체 제철소 전기 사용량의 60~90% 정도를 담당하며, 부족한 전기는 외부로부터 도입하게 된다. 전기로 방식은 고철 (스크랩)을 전기 저항열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가발전이 불가능하여 전력 사용량이 높다. 실제로 1톤의 조강을 생산할 때 고로 방식은 약 300kwh, 전기로 방식은 약 400~600kWh의 전력이 소요된다. 제철소내 자가발전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철강업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 553TWh의 약 4.9%에 해당하는 많은 양이다.




한·미 철강사 비교 ; 생산 구조와 탈탄소 전략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연간 조강생산량 약 8천만톤 중전기로에서 생산된 제품이 약 70%이다. 고철의 수급이 용이하고 풍부한 전기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전기로 공정이 많이 채택되었다. 미국 철강산업의 총 전력사용량은 38TWh수준으로, 국가 전체 전력수요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기로 설비의 증설,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커지는 전기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은 2040년까지 20GW 규모의 가스발전을 추가하고 2050년까지 현재 원전 용량을 3배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가동, 증설 등).




탄소감축 기술개발 현황
철강산업의 탄소감축은 단기적으로 전기로 방식의 확대와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신기술 개발로 가능하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방식으로(Fe-O + H2 = Fe + H2O)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를 배출하게 된다. 그린 에너지가 사용될 경우 이상적인 무탄소 철강공정이 될 것이다.


그림1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공법 HyREX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
철강산업의 궁극적인 탈탄소화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수소 환원제철 기술이다. 이는 철광석 환원에 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를 배출 (Fe-O + H2 = Fe + H2O)하는 무탄소 제철공정이다. 포스코의 하이렉스(HyREX) 공정은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수소로 직접 환원하고,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직접 사용할 수 있어 가장 경제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국책과제로 착수되어 30만톤 규모의 파일롯 설비의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에는 막대한 전력과 수소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철강 1톤을 수소환원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약 80~90kg의 수소가 소요된다. 만약 30만 톤 규모의 HyREX 파일럿 공장을 운영한다면, 연간 약 3만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 수소를 생산하는 데 드는 전력까지 고려하면 전체 에너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되며 기존 고로 방식(약 300kWh/톤) 대비 약 20배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수소환원 제철로의 대규모 전환을 실현하려면, 경제적이고 대규모로 공급 가능한 무탄소 전력과 청정수소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림2 철강 1톤당 전력사용량 및 CO2 배출




대용량 청정수소
수소환원제철의 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대용량 청정수소 공급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개질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CCUS(Carbon Capture, Utilizaiton and Storage) 기술로 포집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제성과 기술성숙도 면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청록수소 또한 천연가스로부터 열분해를 통해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고체탄소를 부산물로 생성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철소 인근에 공급 인프라가 마련된 천연가스를 활용해 블루 및 청록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고로-전로 기반의 기존 공정이나 수소환원제철-전기로 공정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면 기술적 전환기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림3 대용량 청정수소 공급 인프라




결언
철강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자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저탄소 철강생산과 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은 곧 ‘전기화(Electrification)’의 가속을 의미한다. 전기로 확대, 수소환원제철(HyREX) 도입은 모두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이 전력 에너지의 조달 방식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인자가 될 것이다.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은 철강산업의 전력화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몰론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원전, 수소 등)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이 선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여 국가경제의 단단한 받침돌 역할과 연관 제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 위한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