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글로벌 R&D

ASEAN의 R&D 협력과 시사점

글. 윤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고려대학교에서 아세안의 통상 이슈와 관련하여 국제통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아세안의 산업 발전, 통상 정책 등이며 우리나라와의 협력 의제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이나 EU와 같은 선진국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연구 역량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첨단 시설을 공유하여 생산을 확대하고, 경제가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는 폴 로머(Paul Romer)의 내생적 성장 이론1)에도 부합한다. OECD의 연구2) 역시, 산업 R&D 투자가 증가하면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ASEAN 지역은 산업화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과학·기술·혁신(Science·Technology·Innovation, STI)의 발전이 ASEAN 지역의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ASEAN 정상회의에서는 지역 경제 통합과 성장을 위한 R&D의 중요성이 논의되었다.3) 특히 지역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R&D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글로벌 R&D 확대가 다소 주춤한 상황4)에서도 ASEAN R&D는 싱가포르를 필두로 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경제 규모, 산업구조, 정부 정책과 같은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ASEAN의 R&D 투자 확대는 기술 수출, 산업 생산성, 외국인 직접 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를 증가시켜 ASEAN 국가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다.5)


그림1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연구개발투자 비율(GERD)


연구개발(R&D) 투자는 글로벌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따라서 ASEAN은 회원국 간 협력을 포함하여,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공동 연구나 역량 강화 및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ASEAN 회원국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과학, 기술 및 혁신에 관한 ASEAN 행동 계획(ASEAN Plan of Action on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APASTI)’을 수립하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ASEAN 과학 기금(ASEAN Science Fund, ASF)도 조성하였다.
양자 간 협력에서는 ASEAN의 산업화를 돕고 협력을 증대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들이 R&D 협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EU(유럽연합)와 일본은 ASEAN 국가들과의 기술 이전 및 혁신 성과를 향상하는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 채널을 개발하여 진행해 오고 있다. EU는 EEN, SEA-EU-NET, FP7, Horizon 2020과 같은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SICP, J-RAPID, SICORP, e-ASIA, CHIRP, JASTIP, SATREPS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해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ASEAN과 선진 경제 협력의 다양한 성격을 반영하여 의료, 디지털 기술, 녹색 경제 등 핵심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표1 ASEAN 국가들의 주요 R&D 협력 프로그램


중국과 인도 역시 최근 ASEAN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중-ASEAN 기술이전센터(China-ASEAN TechnologyTransfer Center, CATTC)를 설립하고 장기적인 과학·기술·혁신(STI) 협력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는 1990년대 후반부터 STI 협력을 시작하였고, 과학기술개발기금의 설립을 통해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해양과학 및 기술, 소재 과학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역시 OECD 장관 회의 등을 통해 R&D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6), 최근 ASEAN과의 협력을 확대해 오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1989년 ASEAN과 대화 관계(Dialogue Partnership)를 수립한 이후 다양한 STI 협력을 추진해 왔다. 2019년 한-ASEAN 특별정상회의에서는 한-ASEAN 과학기술혁신 파트너십(ASEAN-Korea STI Partnership) 확대를 논의하였고,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친환경 기술, 에너지, 농업, 바이오, 의료 기술을 주요 협력 분야로 선정하여 해당 분야의 협력을 이어 왔다. 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는 주아세안 대표부와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한-ASEAN 과학기술협력센터를 개소(2019년)하였다. 산업기술 R&D 협력을 위하여 한-ASEAN 산업기술협력기구와 같은 국제기구 설립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또한 ASEAN-한국 협력 기금(ASEAN-Korea Cooperation Fund, AKCF)을 통해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 ASEAN의 R&D 협력은 첨단 기술 개발, 산업 협력, 기술 이전, 인재 양성 및 정책 조율을 중심으로 계속 강화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농업, 디지털 기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및 의료 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술 상용화 및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협력도 증가하고 있다.
양자, 다자를 아우르며 추진되어 온 ASEAN의 R&D 정책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 산업 고도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의료, 첨단 제조업에서 R&D 투자와 정책 지원이 경제적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협력을 통해 혁신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ASEAN 국가들은 기술 역량의 격차, 불충분한 연구 인프라,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연구 자금 확보의 어려움 등과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규제 개선과 함께 재정 지원 확대 및 연구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하다.
ASEAN이 기술 역량을 향상하고 내수화 및 생산성 확대에 필요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선진국들과의 협력 강화와 더불어 기술 이전 및 사업화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연구 인프라 및 자금의 부족 문제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투자를 증대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ASEAN의 경우 무엇보다 민간 분야의 자금 및 기술 유입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 R&D 분야의 협력이 중요하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기술 R&D는 응용 및 개발연구로써 기업의 생산 활동과 관련된 상업적 활용을 전제로 수행된다. 따라서 ASEAN이 중국의 생산 기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역시 기술 개발, 산업 협력, 기술 이전 등의 협력 확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01 Romer, Paul M.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98, no. 5, Part 2 (1990): S71-S102
02 OECD(2021), The Role of Innovation and Human Capital For The Productivity of Industries
03 201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31차 ASEAN 정삼회담에서 R&D의 중요성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으며, 이후의 정상회담에서도 수차례 언급됨
04 WIPO(2024), Global Innovation Index
05 Pawel Dobrzanski(2020), The Efficiency of R&D Expenditures in ASEAN Countries, Sustainability 12 (7), 2686
06 2015년 한국에서 개최된 OECD 장관회의를 통해 R&D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
07 2019년 한-ASEAN 특별정상회담 공동의장 성명 내용 중 경제 협력 내용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