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 추이와 시사점

글. 김동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육군사관학교에서 공학학사,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에서 전자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도무기 제어 시스템 설계와 뇌공학 기반 인공지능 모델 개발 등 첨단 국방기술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이후 방위사업청에서 정책 수립, 무기체계 획득 및 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국방과학기술 발전 전략, 국방획득 제도 개선, 방위산업 진흥 정책을 주요 연구 분야로 하고 있다.

그림1 전세계 지역별 국방예산 변화(1988-2024)


최근 글로벌 방위산업은 지정학적 긴장과 국제 안보 위기가 확대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내 분쟁 격화 등 전 세계적인 안보 불안 증가로 인해 주요 국가들의 국방예산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방위산업 수요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방산시장 규모는 약 2조 4,430억 달러(약 3,2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며, 특히 NATO 회원국들은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을 기존 2%에서 3~5%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어 향후 방위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방위산업의 구조와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에 방산시장을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방산 강국들이 공급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한국,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과 같은 신흥 방산 강국들의 진입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방위산업의 수요 구조 변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우주 및 위성 기술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은 단순한 군수품 생산 산업을 넘어 첨단기술 기반의 전략적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기술혁신 역량이 곧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림2 글로벌 방산시장 규모 전망(2024-2032)


또한, 방산 수출의 전략적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방산수출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수출국과의 전략적 군사 협력 및 동맹 강화로 이어지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도구로 인식된다. 최근 한국의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출국과의 협력을 통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군사훈련 및 유지보수(MRO) 등의 패키지형 수출 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방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는 한국 방위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국내 방위산업은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확대하고, 민군 기술 융합을 통해 첨단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출 전략을 국가별 맞춤형으로 구체화하고, 현지 생산, 공동개발, 금융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글로벌 방산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방산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전략적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꿈의 방산시장, 북미 진출을 위한 노력과 전략
북미 시장,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으로 한국 방산 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인 기회이다. 특히 최근 미국 해군은 노후 함정의 현대화와 신형 함정의 건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군용 함정 및 잠수함 건조 시장은 약 808억 8천만 달러로 추정되며, 2034년까지 1,268억 4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4년 미국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약 226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29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해군은 자국 내 조선소의 생산 능력 부족과 인력 문제로 인해 해외 조선소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조선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방산시장은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럽그루먼, RTX, 제너럴다이내믹스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주도하는 고도로 집중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외국 기업이 미국 국방부와 직접 계약하기 위해서는 시설 보안 인증(Facility Security Clearance, FCL)이 필수적인데, 이는 미국 내 자회사를 설립하고 외국 소유, 통제, 영향력(FOCI)을 엄격히 관리하여야만 취득할 수 있다. 미국 법률상 외국 소유 기업은 FCL을 직접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 독립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시민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미국 국방부와의 계약 참여 기회를 높일 수 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최근 방산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자 상호방위조달협정(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RDP)을 협상하고 있다. 이 협정은 양국의 방위산업 시장을 상호 개방하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방산시장에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특히 RDP 체결 이후 한국은 미국의 국방연방조달보충규정(DFARS, Defense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Supplement)에 따라 자격 국가(Qualifying Country)로 인정받아 미국 국방부 조달 시장에서 더 나은 접근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현지 생산시설 구축 및 미국 내 기업과의 전략적 합작 투자는 효과적인 시장 진출 방안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화오션과 같은 우리 기업들은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3년 미국 국방부와 한국은 공급망 보안 협정(Security of Supply Arrangement, SOSA)을 체결하여 양국 간 방산 공급망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급부상하는 방산시장, 유럽 진출을 위한 방산 협력 노력
최근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유럽은 전략적 핵심 지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의 안보 인식이 크게 전환되었고, 국방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은 기존의 GDP 대비 2% 수준의 국방비 목표를 3%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는 유럽 내 무기체계 수요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독일, 폴란드, 루마니아 등은 전력 공백을 신속히 메우기 위해 대규모 무기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외 방산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EU는 ‘유럽 방위산업전략(EDIS)’을 통해 역내 공급망 자립과 기술주권 강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EU 방산기금(EDF)과 공동조달 프로그램을 활용해 외국 기업의 직접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은 단순 수출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과 현지화를 중심으로 한 방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폴란드는 한국의 유럽 진출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한국과 폴란드는 약 7.6조 원 규모의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완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조립, 생산시설 설립 , 기술이전,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력 모델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은 ‘Made in Europe’ 조건을 충족하며 EU 공동조달 사업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 하였다. 
특히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국가들은 방산 기반이 약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있어 단기간내 무기체계 확보가 절실하다.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발트 3국 등은 재래식 무기, 포병 및 방공체계 수요가 높으며, 한국산 무기체계는 가격, 납기,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동유럽 선공략 전략은 실행 가능성 과 효과성이 높은 현실적 대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동유럽 기반을 서유럽 주요국과의 기술협력 및 공동개발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방위산업 자립에 민감하지만, 항공, 해상, 사이버전, 무인체계 등 분야에서 상호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 공동연구개발 및 생산기술 협력을 통해 한국은 단순 수출국을 넘어 유럽방산 공급망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의 전략적 자립 기조는 역외 국가에게 도전 요인이지만, ‘현지화’와 ‘파트너십’ 기반의 전략적 협력은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고, 유럽 현지에서는 조립 중심으로 진행하며 일반 부품은 현지 조달하는 방식은 기술주권과 이윤을 확보하는 동 시에 현지 기업과의 신뢰 기반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EU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지화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폴란드를 거점으로 동 유럽에 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유럽과의 공동개발로 확장해 나감으로써 유럽 내 입지를 점차 넓혀갈 수 있으며, 이는 수출 확대는 물론 방산 브랜드화, 생산기지 다변화, 기술 내재화 등 중장기 성장 전략과도 부합한다.




중동시장 확대와 새로운 남미 시장 개척 전략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의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중동과 남미 지역이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군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며, 최근 들어 안보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무기 현대화와 방산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남미 지역은 경제적·정치적 안정성 확보 이후 군 현대화 수요가 새롭게 확대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방산기업들은 중동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남미라는 새로운 방산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중동 방산시장은 풍부한 재정적 자원과 지속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해 방위력 강화와 최신 무기 도입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 수입국으로 꼽히며, 막대한 국방예산을 책정하여 첨단 무기 도입과 방산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과거 중동지역 방산시장은 주로 미국, 유럽의 방산기업들이 장악해왔으나 최근 들어 한국산 무기체계의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기, 후속 지원 서비스의 우수성이 인정받으면서 한국 방산기업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UAE는 2022년 한국의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한데 이어 추가적인 방공체계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K2 전차, K9 자주포 등 지상 무기체계 도입과 현지 생산시설 건립추진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UAE와의 협력은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시설 구축과 기술이전을 포함한 ‘패키지형 방산 협력’의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모델은 다른 중동 국가와의 협력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과의 정부 간 협정체결과 기술협력 MOU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동 방산 전시회 참가 등 전략적 외교 활동을 통해 한국산 방산 제품의 현지 인지도를 제고하고 있다.
한편, 남미 방산시장은 아직 한국 방산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미개척지로 평가된다. 최근 들어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등 주요 남미 국가들이 군 현대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방산시장으로서의 매력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유럽 및 미국산 무기체계를 선호했으나, 최근 재정적 제약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민감성으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한국 방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은 특히 항공기 및 해상 전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국의 FA-50 경공격기와 다목적 군함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은 브라질과 방산 협력 논의를 통해 공동개발 및 현지 생산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내전 종식 이후 국방력 현대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여 군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상 장비와 드론 시스템 등 신기술을 결합한 첨단 무기체계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루는 최근 한국 방산기업들과의 포괄적인 방산 협력을 통해 좋은 방산진출 모델을 선보였으며 추가적으로 기술협력, 무기 도입 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남미 시장 진출에는 일정 부분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남미 국가들의 방산 조달은 정치적·외교적 고려가 크게 작용하며, 가격 경쟁력과 함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 방산기업은 남미 진출 시 단기적인 판매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이전, 현지 생산, 정비·훈련 지원 등 전방위적 협력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과 금융 지원 패키지 등을 통해 현지 국가들이 한국과의 협력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동 및 남미 지역 방산시장은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다. 중동시장에서는 패키지형 수출을 중심으로 기존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남미 시장은 전략 적 외교적 접근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활용한 신속한 진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중동과 남미의 국가들의 요구와 기술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표1 방산수출 대상국가별 분류에 따른 수출전략(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