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 전략과 우리나라의 새로운 기회

글. 양찬
(사)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국방대학교에서 무기체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경기대학교 공공정책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방위사업청을 거쳐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방위산업전략(NDIS, RSF 등), RDP(한미국방상호조달협정), 함정 MRO(운영유지) 등 대미협력, 함정 분야 사업관리, 국방 핵심기술 개발 등이다.
21세기는 COVID-19, 러·우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을 주축으로 국제질서의 변화와 함께 지정학적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다.
미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본 틀로 삼아, 지역 내 안정과 번영을 도모함과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잠재적 경쟁 세력과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인도 태평양 전략의 주요 교차로이자 미국과 중국의 양국에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자 첨단 기술 강국으로 변화하는 지역 전략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입지를 위협받음과 동시에 재정립할 중요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과 연계하여 우리나라는 안보 협력강화, 방위산업 공급망 다변화를, 그리고 신남방 및 신북방 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방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얻을 수 있는 전략적·경제적 기회를 방위산업의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측면에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인도 - 태평양지역 억제력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정책
최근 지정학의 전환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기술, 산업, 공급망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전략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Indo-Pacific) 지역을 새로운 전략의 중추로 삼고 억제력과 회복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2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1)(National Security Strategy)’과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은 그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국에 기인하는 다영역의 위협에 대응,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을 억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도전과 유럽 내 러시아의 도전을 압도할 준비를 태세를 갖추는 등 이러한 것들을 위해 회복력을 갖춘 합동군과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데 군사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더불어 무기체계의 전방 분산배치를 위해선 작전 중단 없이 지속 가능한 유지보수 기반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미국은 우리나라,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의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MRO 기능을 전진 배치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미 국방부는 유사시 대응뿐 아니라 평시의 작전 지속성과 가동률 확보를 위해 동맹국 중심의 방위산업 생태계 회복력 강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MRO는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전력 유지의 핵심 자산으로 간주되며, 지역 내 정비 거점 확보는 전장 지속성과 억제력 자체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림1 미국 국가안보전략과 국가방위산업전략 관계




RSF 개념과 미국의 MRO 정책, 그리고 우리의 기회
RSF(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2)는 미국이 국가방위산업(NDIS)3)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된 군수지원 프레임워크로,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공급망에서 벗어나 분산형, 지역 기반의 군수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RSF의 핵심은 군수 거점을 미국 본토에서 인도-태평양지역 동맹국 전역으로 분산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파트너 국가들이 일정 수준의 정비 및 유지하는 능력을 자체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이러한 구조는 유사시 특정 거점에 의존하는 군수 체계의 리스크를 줄이고, 평시에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안정적 방위산업 공급망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미국의 MRO 정책은 이 RSF 개념에 따라 전개되며, 정비와 수리를 전략적 지역 거점에서 수행함으로써, 유사시 대응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민간 정비 인프라와 군 작전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구상이다. 나아가 RSF는 동맹국의 민간 산업에 국방 수요를 일부 이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군수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징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항공·조선·전자 등 복합 기술 기반을 가진 방위산업 생태계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다. 둘째, 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체계와 호환 가능한 정비 인프라가 오래전부터 갖추어져 있고,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실제적으로 검증도 되어있다. 셋째,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이전, 공동 운영, 실시간 연동이 가능한 국가라는 점에서 여타 동맹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넷째, 방산분야에서 축적된 사업관리, 운영 경험과 디지털 기반 정비체계로의 전환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RSF 내에서 통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미국 입장에서 우수한 파트너로 간주된다.
즉, 우리나라는 RSF의 운용유지 지역 거점으로서 미국 전략 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RSF 구조 완성의 핵심축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회를 산업적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정부 차원의 정책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림2 RSF의 개념과 진화




현재 진행 중인 MRO 사업과 그 성과
현재 진행 중인 MRO 사업은 항공, 해양, 방산을 아우르며 확장되고 있다. 특히 군수 분야뿐 아니라 민간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고도화된 정비 기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
첫째, 항공 MRO 부문에서는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주요 군용 항공기의 창정비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F-16 계열에 대해 미국 보잉사와의 협업을 통해 역량을 오랜 기간 동안 축적했다. KAI는 FA-50, T-50등 개발기체의 MRO를 통해 부품 국산화율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미국의 RSF 정책에 의해 미 군용기MRO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둘째, 해군 함정과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 조선소 기반의 정비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최첨단 및 고난도 시스템을 갖춘 해군 함정에 대한 정비와 개량사업이 시범사업으로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 중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해군이 정비인력의 감소와 함정의 첨단화 추세에 따라 민간자원을 활용한 운용유지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것이다. 또한, 미 해군 함정 MRO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한화오션은 미 쉬라함을 성공적으로 정비 완료하였고, 지금도 1척을 정비 중이다. 더불어 올해 5월에는 미 육군이 보유한 지원정들의 MRO 사업이 공지되어 우리나라의 중소 조선소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은 단순히 정비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고, △기술 역량 내재화 △디지털 기반 유지관리 시스템 도입 △정비공정 자동화 및 AI 기반 부품 예측 정비 △국산화율 향상 △MRO 인력 전문화 등 파생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정비 기술은 단순 교환형 부품 정비를 넘어 고난도 체계진단, 수명연장 분석, 복합모듈 수리 능력까지 포함하는 ‘통합 정비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림3 미 Wally Schirra함(한화오션 MRO 실시 : ’24.9.2.~’25.3.12.)




지속 가능한 MRO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준비
MRO는 이제 평시 및 유사시 작전 지속성 확보를 위한 핵심 산업이자 국가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RSF 체계 하에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 개념으로 작동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전략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제도적 기반 및 인증(품질보증 등) 체계 확보이다. 미국 국방부 및 동맹국과의 연동을 위해 국제 정비 인증(품질보증등) 체계 및 정비절차를 획득하고 이를 한국식으로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산 무기체계에 적용 중인 정비 매뉴얼과 미군의 정비 규격 간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표준 연계 작업도 필수적이다.
둘째, 전문인력 양성과 시스템 역량 제고가 중요하다. 단순 기능 인력 양성을 넘어 정비 설계, 분석, 품질관리, 실시간 진단 등이 가능한 복합형 인재풀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향후에는 기술 및 운영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요구된다. AI 기반 수명 예측,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비 시뮬레이션, 실시간 상태 점검 시스템, 정비 이력관리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MRO의 신뢰성과 작전 지속성 유지를 위한 대응 속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정비 예측 기술(PHM: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은 장비 운용률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함정 건조 시에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향후 미 함정 건조 획득 시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책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한미 간 연례 MRO 협력을 추진하고, 국내 중소 조선소의 MRO 분야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내 지역 거점 육성과 국가균형발전이 요구된다. 우리 해군의 작전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별 MRO 기반을 구축하고, 정부·지자체·군은 MRO 산업을 지역 방위산업 생태계 기반 구축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로써 주도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부응하는 억제력과 회복력 강화 정책은 우리나라에 단순한 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산업적 성장의 발판을 제공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RSF 및 MRO 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연계를 공고히 하고, 지역 내 다자 협력 강화를 병행함으로써 인도-태평양에서의 안정과 번영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림4 미 Yukon함(한화오션 MRO 실시 : ’24.11.15.~’25.5.21.)



01 미 국방부, 2022 National Defense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22.10.27.
02 미 국방부, 2024 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 2024.5.
03 미 국방부, The National Defense Idndustrial Startegy, 2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