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트럼프 2.0 시대, 신기술 Big Chance

트럼프 2.0 시대, 조선산업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글. 이호기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장(상무)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 친환경연구센터장으로 재직중이다. 선박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친환경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대체연료/원자력 활용 기술, GHG 저감기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등이다.
조선산업의 회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조선업은 장기 불황에 빠져들었으며, 국내외 조선소들은 설비 축소,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으로 해운사의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환경규제 강화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서 발표하는 신조 선가지수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2020년 대비 약 50% 상승하여, 역사상 최고점이었던 2008년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경우 과거의 저가 수주 물량을 해소하고 3.5년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함으로써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또한 LNG 운반선,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부유식 LNG 생산설비 (FLNG)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선박의 부상
국제무역 화물수송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며, 경제 성장 및 해상 물동량 증가에 따라 선박의 탄소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와 각국 정부는 해운업계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분야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위한 각종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2020년에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었다. 또한 선박의 에너지효율지수(EEXI/EEDI)와 탄소집약도지수(CII)를 도입하여 선박의 운영 효율성과 탄소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와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제 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승인된 중기조치에 따르면 총톤수 5,000톤 이상의 국제항해 선박은 온실가스 연료집약도 데이터를 수집하여 제출해야 하며, 강화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하는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해당 조치는 올해 10월 채택되면 2027년 3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해 ‘Fit for 55’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또한 ‘FuelEU Maritime’ 규제를 통해 해상운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규제는 2025년부터 시행되어 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 집약도를 2%에서 8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해양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조선 및 해운업계의 장기적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라 할 수 있다. 규제를 준수하지 못하는 선박의 대해서는 운항 제한 및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며,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선박을 도입함으로써 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경쟁력 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선박 기술
국내외 조선업계는 해운 분야 탄소중립 달성과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는 장기적인 제품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 기술로는 대체연료 활용 기술을 들 수 있다.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대체연료를 선박의 추진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추진 중이며, 기술 수준 및 시장·규제 상황에 따라 여러 대체연료가 순차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50년 선박의 연료 점유율은 석유 10%, LNG 24%, 메탄올 21%, 암모니아 24%, 수소 16%로 예측되고 있다. 그 외 친환경 기술로는 탄소포집 기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공기윤활시스템, 폐열회수시스템, 하이브리드 발전 추진, 풍력 보조 추진 등)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글로벌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로드맵을 수립하였으며, 단기적으로는 LNG,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 추진 기술의 고도화 및 탄소포집 기술개발 등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연료 추진 및 운송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대체연료인 LNG의 경우 석탄이나 석유보다 탄소배출량이 적고, 기술 성숙도가 높아 수소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효율적인 브릿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LNG의 수요와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LNG 운반선 및 추진선, FLNG의 발주도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LNG Value Chain 전 영역에 걸쳐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해양 통합 LNG 핵심기술 연구개발 실증설비를 구축하여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독보적인 FLNG 기술 및 수주 경쟁력을 보유하여 대형 FLNG 3기를 성공적으로 건조하였으며, 최근 신규 FLNG 2기를 수주하였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향후 전력 생산, 선박 연료, 수소 운반 수단 등으로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9월 세계 최초로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설비의 개념인증(Approval in Principle, AiP)을 미국선급(ABS)으로부터 획득하였다. 해당 설비는 모듈화된 구조로 해상 부유체에 설치됨으로써 탄소 배출의 획기적 감축, 부지 및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 건조 시간 단축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의 암모니아 연관 선박을 개발하여 다수의 선급들로부터 기술인증을 획득하였다. 특히 2024년 6월에는 암모니아 실증설비를 개소하여 암모니아 추진 기술의 상용화에 필요한 연료공급시스템, 증발가스 재액화시스템, 배출저감시스템 등의 개발품에 대한 성능과 신뢰성 검증을 수행하였다. 향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LNG, 암모니아, 액체 수소 등의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 허브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며, 유관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기술의 고도화와 핵심기자재의 국산화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림1 삼성중공업의 LNG Value Chain 핵심기술




디지털화와 자율운항 기술의 진보
디지털 기술은 선박의 운항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해운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핵심기술이다. 선박 관련 디지털 기술의 주요 내용으로는 스마트십 기술, 자율운항 기술 및 스마트야드 기술 등이 있다.
먼저 스마트십 기술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하여 선박의 모든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웹 기반 플랫폼인 SVESSEL Onshore 솔루션을 상용화하여 선박 상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안전, 경제성 및 환경규제 측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선내 솔루션인 SVESSEL Onboard를 통해 연료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항로 최적화, 연료소모량 및 주요 장비에 대한 상세 모니터링 솔루션, 항해 데이터의 자동 레포팅 기능 등을 제공한다. 스마트십 시스템 SVESSEL은 현재 200척 이상의 선박에 설치되었으며, 주요장비 대상 인공지능 고장진단 솔루션 개발 등의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자율운항 선박은 선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항해하는 선박으로, 운항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고를 줄이며 선박의 유지관리 비용 절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율운항 선박을 위한 핵심 기술로는 자동화 항법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항로 최적화 및 위험 요소 탐지, 원격 모니터링·진단·수리 등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대형 컨테이너선에 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적용하고 이를 활용하여 남중국해를 항해하였으며, 2024년에는 목포해양대 실습선을 이용하여 2,800km에 달하는 필리핀 항로에서 자율운항 기술의 실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또한 선원의 개입 없이 접안, 운항, 정박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완전자율운항 연구선박 ‘SHIFTAUTO’를 조선소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야드 기술은 조선소의 선박 건조 과정을 혁신하기 위한 기술로 로봇 및 자동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을 활용함으로써 인력난 해소와 생산 효율성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견적부터 제품 인도까지 선박 건조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확인하고 관제할 수 있는 전사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또한 CAD 시스템과 IT, AI 기술융합을 통해 설계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협동로봇을 이용한 로봇 용접 자동화, 배관 및 화물창 용접 자동화 등도 개발하였다. 2024년 10월부터는 모든 선박 건조 작업에 3D 디지털 생산도를 전면 적용함으로써 조선업계 최초 100% 무도면 조선소로 전환하였다. 향후 디지털 신기술 적용을 지속 확대함으로써 전사적인 스마트 통합 관리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림2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친환경 (LNG 및 암모니아) 실증설비




트럼프 2.0 시대가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국내외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광범위한 상호관세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물동량 감소 및 경기 침체가 우려되며, 이는 글로벌 선박 발주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축소하고 화석연료의 개발 및 사용을 확대하는 등 환경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친환경 선박의 도입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해양 지배력 유지를 위해 입항 수수료 부과 등 대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증가 및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긍정적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정책 완화 및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의 재개로 LNG 운반선의 발주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선 및 군함 분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 기조를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은 미국만의 정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유럽연합과 아시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선주사와 화주들도 ESG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미국의 일시적 정책 변화가 있더라도 친환경 선박 관련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3 삼성중공업의 완전자율운항 연구선박 ‘SHIFT-AUTO’ 및 3D 디지털 생산도




새로운 전환점: 위기로 만들 것인가, 기회로 삼을 것인가
트럼프 2.0 시대는 조선산업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해운사의 수익성 회복, 강화되는 환경규제, 친환경 선박의 수요 증가, 디지털 전환 등은 모두 국내 조선업계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조선사들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인 기술 투자와 친환경·디지털화 전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의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 탄소중립·자율운항·스마트야드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 및 제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 리더십과 친환경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