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Jevons Paradox와 음악 생산성의 역설

글. 이종필
㈜뉴튠 대표이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 과정 동안 국제음악정보검색학회(ISMIR) 2019·2020년 튜토리얼을 발표했으며, 연구 분야는 음악 검색 및 재조합을 위한 대규모 딥러닝 기술이다. 또한 Adobe Research, Naver 클로바AI, 뉴욕대학교(NYU)에서 음악 인공지능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AI·저작권·블록체인·비즈니스 전략을 결합하여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ISMIR, ICLR, NeurIPS, ICML, AAAI, IEEE ICASSP 등 주요 국제 학회 및 저널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AI는 음악 생산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제 텍스트 한 줄로 노래를 만들고, 보컬·편곡·마스터링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과거 수일이 걸리던 창작 과정이 몇 초 만에 완성된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적 증가는 역설적으로 과잉 생산을 초래했다. 이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 효율이 높아질수록 총소비가 늘어난다는 현상과 같다. 음악 생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며 창작의 진입장벽이 사라졌고, 음악은 희소한 창작물이 아닌 무한 복제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변했다.
Spotify에 따르면 하루 업로드 곡 수는 2018년 2만 곡에서 2023년 10만 곡으로 늘었으며, AI 음악의 확산으로 이 속도는 더 가속 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유통·정산 시스템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아무리 많은 음악이 만들어져도 스트리밍 구조에서는 청취자가 느끼는 가치가 거의 늘지 않는다. 결국 음악 산업은 생산성의 정점에 이르렀지만, 그 혜택이 청취자나 아티스트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 음악 산업의 첫 번째 역설적 딜레마다.




스트리밍 구조의 한계와 정산 시스템의 문제
AI는 음악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였지만, 스트리밍 산업은 여전히 Pool-based Settlement(수익 풀 기반 정산) 구조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이 모은 구독료나 광고 수익을 하나로 합산해 재생 비율에 따라 분배하기 때문에, AI로 늘어난 방대한 곡 수가 동일한 풀을 나누게 되면서 아티스트 1인당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Fraud(부정 청취 조작)이다. 풀 기반 정산 구조에서는 사용자의 실제 효용과 무관하게, 스트리밍 수만 인위적으로 늘려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림1 연도별 Spotify 일평균 업로드 곡 수 변화 그래프

이 틈을 악용해, AI로 대량 생성된 음원을 임의로 유통시키고 가짜 청취수를 만들어 스트리밍 수익을 편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곧 진짜 아티스트들의 몫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게다가, 엔드유저 입장에서 AI 음악이 제공하는 체감 가치(Value per Stream)가 크지 않다면, 산업 전체의 확장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음악 산업은 Usage-based Micro Payment(사용 기반 소액 정산)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음악의 일부 블록이 사용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정산되고, 기록이 표준화된 포맷(DDEX 등)으로 투명하게 공유되는 구조다. 이 방식은 Fraud를 원천 차단하며, AI가 만든 생산성의 확장을 실질적 경제 가치로 연결시킬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전환이 바로 Post-Streaming 시대의 핵심이며, AI 시대 음악 산업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다.




Music AI Agent의 등장 — 제작에서 플랫폼으로
AI는 이제 단순한 음악 제작 도구를 넘어, 음악 산업 전체를 재구성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의 AI 음악은 작곡·편곡·믹싱·마스터링을 자동화하는 프로덕션 툴에 머물렀지만, 오늘날의 중심은 제작에서 유통과 경험으로 이동했다.
Music AI Agent는 사용자의 취향·감정·상황에 따라 음악을 실시간으로 구성하고 변형한다. 음악은 더 이상 고정된 오디오 파일이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살아 있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핵심에는 Micro Payment 기반 경제 시스템이 있다. 사용자가 AI를 통해 리믹스나 변형을 만들면, 원본 음악의 블록(보컬·리듬·멜로디 등) 사용이 자동 추적되고, 그 비율에 따라 창작자에게 실시간 수익이 배분된다. 이 구조에서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참여형 크리에이터로 변모한다. 창작·유통·정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순환하며, AI는 음악 산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넘어 다시 인간 중심의 창작 구조로 되돌리고 있다.
결국 Music AI Agent는 Post-Streaming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자, 음악이 생성·유통·정산되는 모든 과정을 통합하는 새로운 음악 경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위에서 창작자, 팬, 산업 참여자 모두는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들으며, 보상받게 될 것이다. AI는 음악의 미래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산업의 구조를 다시 인간 중심으로 되돌리고 있다.


그림2 플랫폼화된 Music AI Agent 구조도




Vibe Producing & AI Remix
AI 시대의 음악 창작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결과물 중심에서, 맥락을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Vibe Producing, 즉 세션 기반의 대화형 음악생성 방식이다. Vibe Producing은 마치 코드를 짜듯 음악을 ‘바이브 코딩’하는 창작법으로, 사용자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사운드와 스템을 쌓아가며 자신만의 질감과 분위기를 만든다. 음악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진화하는 흐름이 된다.
예를 들어 “이 멜로디에 따뜻한 신스 베이스를 더해줘”라고 하면, AI는 이전 맥락을 기억해 새로운 요소를 자연스럽게 덧붙인다. 신스를 유지한 채 드럼 톤만 바꾸면, AI는 필요한 부분만 재합성하고 전체 밸런스를 맞춘다.
AI Remix는 이러한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기존 곡의 구조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운드를 더하거나 교체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낸다. 이때 AI는 단순한 생성기가 아닌 작곡 파트너로서 역할을 한다. 이 대화형 루프는 즉흥성과 일관성을 모두 갖추어, 한 세션 안에서 음악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창작 과정을 만든다. 음악은 이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생성·변형·공유되는 생태계로 변하고 있다.




음악 산업 및 경험의 진화 — Static에서 Adaptive로
AI는 단순히 음악을 더 많이 만드는 기술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음악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음악이 완성 후 변하지 않는 정적 카탈로그 형태로 존재했다면, 이제 Music AI Agent는 이를 Adaptive System, 즉 진화형 생태계로 바꾸고 있다. 음악은 AI와 사용자, 시장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적응한다. 사용자가 감정이나 상황(출근길, 운동, 집중 등)을 입력하면, AI가 리듬·악기·보컬 톤을 조정해 새로운 버전을 생성한다. 음악은 더 이상 고정된 소비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존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모델 학습에 반영되어 음악이 점점 정교하고 개인화된 형태로 진화한다. 한 번 만들어진 곡이 재사용·변형·보상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음악은 일회성 상품에서 지속적 자산으로 전환된다.
핵심은 AI 인프라의 효율성이다. 언어모델이 Reasoning 기반 에이전트로 발전했듯, 음악 생성도 Reasoning 기반 Music AI Agent로 진화해야 한다. Music AI Agent는 맥락과 기억을 이해해 감정·시간대·행동 패턴에 맞춘 초개인화된 음악 경험을 제공하며, 다른 에이전트와 연결되어 ChatGPT 같은 시스템에서 즉시 생성·재생도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음악 산업은 Static에서 Adaptive, 즉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진화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그림3 Music AI Agent 서비스 예시 화면




대한민국의 기회 — 팬덤과 2차 창작이 만들어낸 플랫폼 DNA
AI 시대의 음악 산업은 기술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음악의 핵심은 여전히 감정, 참여, 관계에 있으며,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의 정교함보다 참여 문화를 얼마나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독보적이다. K-POP 산업은 이미 참여형 창작 문화를 일상화했다. 팬들은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라, 커버영상·댄스 챌린지·리믹스·팬아트 등으로 음악을 재해석하고 확장시키는 창작자다. 이러한 2차 창작 문화가 AI와 결합하면, 팬의 참여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실질적 창작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제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usic AI Agent 시스템에서는 팬이 곡의 일부 블록(보컬, 코드 등)을 교체해 리믹스를 만들면, 해당 사용이 자동 추적되어 원저작자에게 실시간 정산된다. 이렇게 팬의 창작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참여형 음악 경제(Participatory Music Economy) 가 형성된다.
이는 기술 혁신이 아니라, 한국의 팬덤 DNA가 산업 구조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K-POP은 이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며, 이제 전 세계 팬들이 AI 도구를 통해 한국 음악을 직접 재구성하고 경험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Post-Streaming 시대의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다. AI 생성·정산·확산 구조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한국은 단순한 음악 수출국을 넘어 음악 산업의 플랫폼을 설계·운영하는 나라로 도약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사용자와 직접 맞닿는 미디어 플랫폼의 주도권이 필요하다. 창작·정산·데이터 흐름을 국내 생태계 안에 두지 못하면, 산업의 주권은 다시 글로벌 기업에 넘어간다. 따라서 AI 기업, 엔터테인먼트사, 저작권 단체, 정부가 협력해 Music AI Agent를 산업인프라로 발전시키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기술력과 팬덤이라는 두 축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 조합은 AI 시대에 한국을 글로벌 1등 Music AI Agent 플랫폼 국가로 이끌 핵심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