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기술경영

FFE(3세대 품질)를 통한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및 예측경영 강화

글. 양인모
비즈이노 대표 컨설턴트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전자를 거쳐, 이후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능률협회 등에서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현재는 비즈이노에서 대표 컨설턴트를 역임하고 있다. 품질관리기술사, 공장관리기술사 자격을 바탕으로, 초기 5S, 공장합리화를 시작하여 제조업의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을 경험해 왔으며, 2000년도 이후에는 R&D를 중심으로, 특히 3세대 품질인 DFSS, DFR 및 FFE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DFSS와 DFR에 의한 올바른 설계를 통해 품질(목표 품질 달성 및 올바른 공차설계)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일 올바른 설계를 할 수 없는 경우, 이후 단계인 구매와 공정관리를 포함한 제반 관리체계가 형식적이 되어 올바른 제조업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신제품 기획인 FFE이다. 만일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품이나 성숙기, 쇠퇴기에 있는 제품을 기획할 경우,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결국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사업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선진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FFE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R&D 자원의 50% 이상을 FFE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9-10월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도 반응적 설계를 함으로써 올바른 설계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FFE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올바른 추진 방법을 몰라 암묵적, 개인적으로 추진하거나 또는 일부 프로세스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최근에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제품의 82.3%가 성숙기 및 쇠퇴기 제품으로 경쟁 우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DFSS/DFR을 통해 올바른 설계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FFE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을 통해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FFE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데 이 단계에서 혁신을 통해 제품/서비스의 실질적인 차별화와 이익이 결정된다. 그러나 FFE는 기업 경영의 최일선에 위치하며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FFE(Fuzzy Front End)라고 한다.



그림1 제조업의 프로세스


이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 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Fuzzy하기 때문에 제품 실패의 대부분 원인이 초기 기획 단계에 있음
•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실패할 경우, 막대한 개발 손실 비용 초래
• 선진사들의 고객 지향적 기획력에 대응 필요
• Time-to-Market 단축 및 혁신의 성공률 제고를 위해

FFE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PPM(Portfolio Pipeline Management)으로 이는 다음의 3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① Portfolio를 통해 R&D 자원을 신제품 개발, 기존 제품 개선, 플랫폼 구축 등에 균형 배분해야 함
② 배분된 자원을 사용하여 어떤 제품 또는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 Roadmap을 작성함
③ 일정에 따라 개발 Process에 진입한 Project에 대해 우선순위와 Go/Kill을 결정하기 위한 Gate Review를 운영함

우리나라 제품의 82.3%가 사양제품이라는 것은 PPM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PPM을 통해 매년 총매출액 대비 신제품 매출액 비율이 일정 이상이 되어야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그림2 국내 제조업 주력제품의 시장상황 인식과 주요 업종별 응답 비중




그림3 FFE의 주요 단계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Copy 위주로 제품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이 부분이 취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하고 이익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PPM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보다 혁신적인 설계 및 올바른 설계를 위해서는 Gate Review 프로세스를 Open Innovation과 예측적 설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FFE 단계에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또한 혁신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최고 경영자가 Vision을 제시하여 개인의 Vision을 일치시키는 한편, 최고 경영진이 운영규정 제정에 참여하고, Gate Review 마일스톤에 참여하여 팀을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암묵적인 지식(Tacit Knowledge)이 공유될 수 있도록 연구회나 발표회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암묵적 지식은 특성상 사람들 간의 친분과 접촉을 통해서만이 공유되는데, 이를 개인들에게만 맡길 경우 Sub Group 간에만 공유되어 혁신이 발생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주로 신제품 설계 단계에서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툴을 사용해 왔으나, 고객의 니즈 파악에서부터 컨셉 설계 및 경제성 평가에 이르는 FFE 단계에서 기존의 정성적 툴뿐만 아니라 이들 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니즈를 다변량 분석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STP를 실행할 수 있고, 통계적 분석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보다 체계적 과학적으로 우선순위화 할 수 있으며, 실험계획을 통해 중요 속성과 속성 조합을 파악함으로써 차별화된 컨셉 설계를 할 수 있다. 또한, 컨셉을 고객에게 체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예측 판매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Digital Twin과 AI를 활용할 경우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보다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표1 우리나라 제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통상 FFE는 상품기획을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왔으나 엔지니어 출신들이 고객의 니즈 파악에서부터 같이 참여하여 마케팅과 엔지니어링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신제품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즉, 이 부분을 품질에 포함시켜 수주에서 출하 이후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하나의 가치사슬(Value chain)로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빨리빨리 문화를 기반으로 Copy를 통한 Fast Follower 전략으로 전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반도체가 TSMC에 밀리고, 자동차의 ICCU 문제가 발생되며, 신뢰성 수준이 선진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의 발전 모델을 개선할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으로 ISO와 Six Sigma 도입에 실패함으로써 올바른 설계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바른 제조업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겪고 있으며, 결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20~30년 동안 시행착오를 해왔다고 할 수 있는 데, 이를 만회하고자 많은 기업들이 DT/AI를 도입하고 있다.


그림4 3세대 품질과 DT/AI와의 연계

그러나 FFE를 통한 혁신적인 개발, DFSS/DFR을 통한 올바른 설계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DT/AI의 도입은 또 다른 시행착오를 부를 뿐이며(즉, 아무리 좋은 시뮬레이션도 잘못된 설계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함) 여기에 다변량 분석 등을 통해 검증(Verification & Validation)이 수반되지 않는 DT/AI의 결과는 현실과의 괴리를 발생시켜 시스템의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운영을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원로 전문 경영인이 “정부가 스마트 팩토리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통계나 실험계획 교육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은 현 상황에 맞는 뼈아픈 지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의 덕(?)으로 고도 성장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국가 차원에서 산학연을 통해 품질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품질을 발전시킴으로써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3세대 품질을 통해서 혁신해야 하고, 공대는 품질과 설계 교육(PRP: Process Realization Process)을 도입해야 하며,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를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만으로부터 본받을 것은, 이제 제조업의 경쟁력은 단일 기법이나 단일 기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나라도 이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기술력은 떨어지나 가격 경쟁력은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2등 제품을 만드는 데 만족할 것인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설계품질 향상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