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글로벌 사업 대응

헨리 체스브로가 주창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2003)¹⁾’의 핵심 개념은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조직이 내부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기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의 혁신성과 신규성을 향상하고, 제품·서비스의 시장 출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외부와의 협력과 비즈니스 창출의 시야를 세계로 확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개방형 혁신’은 글로벌 생태계에서 지식, 아이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을 촉진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말하고, 내부 지식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R&D 패러다임과는 달리 글로벌 스타트업, 대학, 공급업체, 고객,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쟁사와의 협업도 불사하여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전략은 이미 더 넓게 펼쳐진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수집, 구현하여 품질 및 시장 확장을 위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니레버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은 연구자와 기업가들이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테슬라는 개방형 특허 정책을 통해 슈퍼차저 기술과 배터리 관련 특허를 공개하여 전기차 가치사슬 전반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유도했다.
특히, 기술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AI, 생명공학 대체 에너지와 같은 산업에서는 한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폭넓은 전문 지식과 혁신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폐쇄적 R&D 방식을 넘어, 유연한 개발 체계와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서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T社의 글로벌 사업 강화와 R&D 혁신 방향

사례로 소개하고자 하는 T社는 스마트 팩토리, 교통안전 시스템 등에 소요되는 정밀부품, 센서류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 분야 및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는 등, 국내 및 중국 그리고 북미 일부 지역을 주요 시장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중반 이후 신제품 개발과 출시율 하락에 따른 매출 정체가 주요 경영 화두로 부각되면서, 현재의 시장을 동남아, 유럽, 북미 지역 및 BRICS 등 지역으로 넓히는 고도화 계획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전략적 방향에 따라 내부적으로 기술개발 리스크와 비용의 효율화를 위해 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연간 업무 계획과 목표(KPI)에 반영하여 실적을 성과(분기별)에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기 전략의 계획 종료시점(3년후)까지 개방형 혁신 활동에 대한 구체적 성과는 고사하고, 계획의 불명 확성과 추진 과정에서 지나친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에 집착하는 등 조직적 지원과 체계의 발전 없이 한정된 탐색으로 시간만 소비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에 전사적 개선 방안에 따라 전략을 총괄하는 사업전략팀을 중심으로 하고, R&D 부문은 본부 연구소장이 실무 추진 책임을 맡아 기술 로드맵을 전면 재수립·업데이트하였다. 또한 중장기 기술 확보 전략과 세부 실행 방안에 따라 목표를 구체화하고, 신기술 탐색·신시장 개척·현지형 신제품 개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전체 R&D 과제는 목적에 따라 4가지 전략 유형(그림 1)으로, 사업별 기술 탐색 및 확보 방안은 5가지(그림 2)로 분류하여 이에 부합하는 차별적 글로벌 운영 전략과 확보 체계를 마련하였다.



특히, 미래형 신기술 선점과 선행개발을 위한 차세대 사업 분야(그림 2의 에너지, 모빌리티 등)는 북미 R&D센터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새롭게 유럽(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의 연구소 및 대학과 연계한 위성연구소 운영을 통해 신성장 사업 및 태동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 확충, 신기술 탐색 및 가능성 검증 등 선행 R&D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였다.(그림 1의 A, 그림 2의 Ⅳ·Ⅴ)
두 번째는, 신제품 콘셉트가 확정된 이후 조기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 역량의 공백을 신속히 메우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 정보 네트워크의 활용, 기술 중개기업²⁾과의 공조를 통한 기술협력, 공동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카테고리, 신개념 및 신시장을 위한 제품 개발에 대응하도록하였다.(그림 1의 B, 그림 2의 Ⅲ, Ⅳ)
세 번째는, 현재 핵심사업 중 완성 단계에 있는 신제품에 대하여, 메이저 사용자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공급자 및 실사용자 중심으로 테스트와 현장시험을 추진할 수 있도록 대리점, 배급사 등으로 그룹을 구성하여 협력 대응체계를 마련하였다. 현재 사업 및 신사업인 에너지 분야의 일부 신제품이 이에 해당한다.(그림 1의 C, 그림 2의 Ⅰ, Ⅱ, Ⅲ).
네 번째는, 기존 제품군의 현지 시장 전파를 확고히 하고, 환경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현지형 제품 개발을 위한 특화 기술개발 및 확보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지리적 특성, 문화적 요구와 관련된 기능, 색상, 외관, 그리고 이에 필요한 기술을 현지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 전체 추진체계를 구축하였다. (그림 1의 D, 그림 2의 Ⅰ, Ⅱ)

개방형 혁신과 글로벌 R&D 추진의 고려 Point

기업은 R&D 환경이나 기술 확보 목적 그리고 운영을 위한 글로벌 조직 기능간 협력체계와 다양한 내부 의사소통 문화가 중요하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 다음의 몇 가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글로벌 R&D와 개방형 혁신은 중장기 사업 및 기술 전략 등 명확한 목적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기술 로드맵, 출시 기간(Time-to-market) 등 시장 중심적 전략에 따른 운영 계획과 일관성 있는 실행 계획이 면밀히 연계되어야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사업 및 기술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연구개발 과정에서 제기된 난관에 대한 해결책이나 혁신적 아이디어는 기존의 지식 카테고리를 벗어난 이종 산업 클러스터 간의 인적 네트워크 및 의사소통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 기술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³⁾에 주목하여 지역적 제한을 규정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방형 혁신 및 R&D 글로벌화는 각자 별도의 일과성 업무로 취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략적 목표에 따라 사전 기획되고, 역량의 확보, 성과 창출, 그리고 과정에서의 학습 기회 모색 등 글로벌 체계 내에서 통합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신사업 전개에 따른 R&D의 혁신 활동은 실행 과정에서 변화관리와 문화적 정착을 위한 다양한 조정과 참여를 통한 이해와 동화(Assimil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가능한 많은 구성원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때 개선 및 새로운 체계 도입의 성과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