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트럼프 2.0 시대, 신기술 Big Chance
탈탄소 항해의 미래: 선박연료의 다변화와 HD현대중공업의 플랫폼 전략
![]() | 글. 안성찬 HD현대중공업 엔진연구소장(상무)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및 부산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HD현대중공업에서 신뢰성연구실/최적설계연구실장, 가상제품개발연구실장을 거쳐 엔진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가상제품개발, 트라이볼로지, 내구(피로), 진동평가, 최적설계 등이다.
IMO·EU 규제가 탄생시킨 ‘신재생 연료 전환의 시작’
해운업계의 탈탄소 여정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가속 궤도에 들어섰다.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채택한 개정 온실가스 전략은 2050년까지 국제해운 배출 제로를 달성하도록 노력한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 전략은 2030년까지 해운 에너지의 최소 5%(권고치 10%)를 무(無)탄소·저탄소 연료로 대체하도록 요구하면서, 설계·운항 효율 규제(EEXI·CII)와 더불어
연료 전 주기의 배출을 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지침을 제도화했다. 또한, IMO는 2025년 9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탄소 요금제의 본격 시행을 확정하였다. 단순한 연소 배출 관리에서 벗어나, 연료 자체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신호다. EU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해운부문을 EU ETS(Emissions Trading System)에
편입하며 단계적 배출권 제출을 의무화했고, 동시에 FuelEU Maritime 규정을 통해 선박의 연간 평균 온실가스 강도를 2025년 2%에서 2050년 80%까지 줄이도록 했다. 여기에 OPS(Onshore Power Supply, 접안 전력 공급)와 인프라 의무화 규정(AFIR, Alternative Fuel Infrastructure Regulation)이 결합되면서, 선주·화주·항만 모두가 탈탄소 투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결국 IMO와 EU의 정책 삼박자는 해운 탈탄소화를 ‘효율 향상’에서 ‘연료 전환’ 중심으로 전환시켰고, 신재생 연료의 본격 도입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제도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트럼프 2.0의 새바람, 그러나 결국 환경규제: ‘그린 LNG’의 과제
2025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LNG를 둘러싼 규제와 시장의 지형을 단숨에 뒤바꿔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신규 LNG 수출 인가 보류 조치는 즉각 해제되었고, 미국 주요 프로젝트들이 다시 속도를 내며 대규모 증설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확대의 신호지만, 2026년 전후에는 글로벌 과잉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가격 변동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도 동반한다. 동시에 유럽은 LNG의 전주기 배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24년 5월 발효된 EU 메탄 규제는 가스 전반의 누출 감축을 의무화했고, 2027년 이후 수입 계약에도 동일한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요건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제 LNG는 단순히 공급량 확대의 단계가 아니라, 전 주기적 품질과 배출관리 수준을 입증해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최대 수출사 Cheniere는 화물 단위 전주기 배출 데이터를 담은 ‘CE Tags’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MiQ(Methane Intensity) 인증과 같은 제3자 검증체계도 LNG로 확대되고 있다. 카타르 역시 North Field 증설 과정에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와 재생 전력을 접목해 액화 과정의 배출을 줄이고 있다. 결국 LNG의 미래는 ‘그린 LNG’라는 이름으로만 그려갈 수 있으며, 이는 기술·계약·인증이 결합된 새로운 경쟁 무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5월 발효된 EU 메탄 규제는 가스 전반의 누출 감축을 의무화했고, 2027년 이후 수입 계약에도 동일한 MRV(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요건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제 LNG는 단순히 공급량 확대의 단계가 아니라, 전 주기적 품질과 배출관리 수준을 입증해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최대 수출사 Cheniere는 화물 단위 전주기 배출 데이터를 담은 ‘CE Tags’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MiQ(Methane Intensity) 인증과 같은 제3자 검증체계도 LNG로 확대되고 있다. 카타르 역시 North Field 증설 과정에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와 재생 전력을 접목해 액화 과정의 배출을 줄이고 있다. 결국 LNG의 미래는 ‘그린 LNG’라는 이름으로만 그려갈 수 있으며, 이는 기술·계약·인증이 결합된 새로운 경쟁 무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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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수소 HiMSEN 엔진 개발 예상도
HD현대중공업 수소 HiMSEN 엔진 개발 예상도2050 Net Zero를 향한 현실적 항로: LNG·메탄올·암모니아·수소의 공존
2050년을 향한 탈탄소 여정은 특정 연료의 독주가 아니라, LNG·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이 공존하는 다연료 체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 연료는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규제와 기술, 인프라 조건 속에서 서로의 빈 공간을 메워 나가야 한다. LNG는 무엇보다 즉시성과 공급 안정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그러나 실제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슬립은
비용·평판·규제 리스크를 동시에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메탄올은 상온 액체라는 점에서 기존 인프라와의 적합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화석 기반의 ‘회색 메탄올’은 전주기 관점에서 의미가 제한적이며, e-메탄올이나 바이오-메탄올과 같은 저탄소 대안이 확대될 때 비로소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이점을 지니고 있으나 독성과 더불어 NOx·N₂O 배출 관리, 그리고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며 이 또한 e-암모니아로 합성된 연료로 사용될 때 가능하다. 최근 암모니아운반선에 암모니아엔진이 탑재되기 시작했으며 선박 운항을 통한 엔진 실증과 IMO 지침 마련이 암모니아가 선박 연료로 확대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수소는 수소엔진과 수소연료전지 추진이 결합되어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시스템으로 적용될 경우, 최고의 무탄소 시나리오를 열 수 있다. 그러나 -253℃의 초저온 저장과 낮은 체적밀도라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인프라적 해답이 필요하다. 따라서 2050 Net Zero 항로는 규제 정합성, 엔진-연료 결합의 최적화, 항만 인프라 로드맵이라는 세 축에서
다연료 공존 전략으로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해답: ‘다연료 플랫폼’ 전략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다연료 공존의 복잡성을 단일 연료 해법이 아닌 ‘플랫폼’으로 풀어내고 있다. 즉, 엔진–선형–연료공급–안전–운영 데이터라는 다섯 축을 하나로 묶어, 선주가 선대운용 과정에서 연료 선택의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다.



먼저 HiMSEN 엔진 플랫폼에서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이중 연료 엔진(H32DF-LM)의 상업적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LNG 이중연료 엔진도 출력 라인업을 이미 완료하여 메탄슬립저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암모니아 상용화 준비 측면에서는 15,300TEU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의 AiP(Approval in Principle)를 확보하고, 세계 최초 고압 직분사 방식의 HiMSEN 암모니아 엔진이 형식승인과 안전 솔루션 인증을 2023년에 통과하였다. 올해 9월에는 두번째 암모니아 엔진 모델도 출시되어 lineup 구성을 완료하는 등 기술·설계·운영 전반에 걸친 상용화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메탄올 선형 실적 역시 주목할 만하다.
HD현대미포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Laura Maersk’를 인도했으며, 대형 선박급에서도 메탄올 이중연료 발주가 확산되면서 조선·엔진·연료 공급의 삼각 고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수소·암모니아 인프라 기술 부문에서는 액화수소(LH₂) 저장기술, 암모니아-수소 엔진/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 개념까지 확보하여 연료 경로의 다양한 옵션을 장비·선형 차원에서 내장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운영 표준 내재화에서는 IMO 지침과 선급 규범을 제품 스펙 단계에서부터 반영하여, 선주가 선박 구매만으로도 규제 적합성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대체연료 상용화의 가장 큰 병목인 안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HD현대중공업의 경쟁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발맞춰 HD현대미포와 합병하여, 대형선–중소형선–특수선에 이르는 전 선종 대응력을 갖춘 조선사로 거듭나려 한다.
결국, HD현대중공업의 차별화는 ‘전 연료·선종 대응이 가능한 조선·엔진 통합사’라는 점이다. EU·IMO의 다연료 규제 환경과 트럼프 2.0 시대라는 양대 변수 속에서, 조선·엔진·연료 인프라 전 분야를 아우르는 준비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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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세계최초 고압 직분식 메탄올 HiMSEN 엔진(위: 모델명 H32DF-LM, 아래: 모델명: H22CDF-LA)
HD현대중공업 세계최초 고압 직분식 메탄올 HiMSEN 엔진(위: 모델명 H32DF-LM, 아래: 모델명: H22CDF-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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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2행정 메탄올 엔진(HD현대중공업에서 세계 최초 생산)
HD현대중공업 2행정 메탄올 엔진(HD현대중공업에서 세계 최초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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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LNG 이중연료 엔진
HD현대중공업 LNG 이중연료 엔진먼저 HiMSEN 엔진 플랫폼에서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이중 연료 엔진(H32DF-LM)의 상업적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LNG 이중연료 엔진도 출력 라인업을 이미 완료하여 메탄슬립저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암모니아 상용화 준비 측면에서는 15,300TEU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의 AiP(Approval in Principle)를 확보하고, 세계 최초 고압 직분사 방식의 HiMSEN 암모니아 엔진이 형식승인과 안전 솔루션 인증을 2023년에 통과하였다. 올해 9월에는 두번째 암모니아 엔진 모델도 출시되어 lineup 구성을 완료하는 등 기술·설계·운영 전반에 걸친 상용화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메탄올 선형 실적 역시 주목할 만하다.
HD현대미포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Laura Maersk’를 인도했으며, 대형 선박급에서도 메탄올 이중연료 발주가 확산되면서 조선·엔진·연료 공급의 삼각 고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수소·암모니아 인프라 기술 부문에서는 액화수소(LH₂) 저장기술, 암모니아-수소 엔진/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 개념까지 확보하여 연료 경로의 다양한 옵션을 장비·선형 차원에서 내장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운영 표준 내재화에서는 IMO 지침과 선급 규범을 제품 스펙 단계에서부터 반영하여, 선주가 선박 구매만으로도 규제 적합성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대체연료 상용화의 가장 큰 병목인 안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HD현대중공업의 경쟁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발맞춰 HD현대미포와 합병하여, 대형선–중소형선–특수선에 이르는 전 선종 대응력을 갖춘 조선사로 거듭나려 한다.
결국, HD현대중공업의 차별화는 ‘전 연료·선종 대응이 가능한 조선·엔진 통합사’라는 점이다. EU·IMO의 다연료 규제 환경과 트럼프 2.0 시대라는 양대 변수 속에서, 조선·엔진·연료 인프라 전 분야를 아우르는 준비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