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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왜 문해력인가? CEO를 위한 독서리더십

제79회 산기협 조찬세미나

연사. 신종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창의성학회 공동회장과 한국 교육심리학회 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과 독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서가 만드는 리더십
인공지능 시대에도 문해력은 필요할까? 이 시간에는 독서를 삶의 일부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실제로 미국 CEO들은 연평균 60권이 넘는 책을 읽는다. 스티브 잡스나 워런 버핏 같은 성공한 리더들 역시 독서를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창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지식서비스 SERICEO의 2025년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CEO들도 마찬가지로 독서가 기업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한 달 평균 3~4권의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독서는 투자처럼 우리의 능력을 복리로 키워준다. 먼저 조직 차원에서 독서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현재 우리를 둘러싼 업무 환경은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문서는 기업 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매개체다. 문서를 이해하고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는 문해력은 업무 수행의 기본기가 되었다. 문해력을 갖춘 인재가 많을수록 조직의 성장 잠재력이 커진다. 제조업 기반 기업인 GE 역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반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독서는 좋은 인성을 갖추는 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최근 리더십에서 강조되는 정서지능, 즉 EQ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소설이나 수필, 시 등 문학작품을 읽으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는 조직에서 협력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독서는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입지와 목적의식을 점검하게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며, 자기 정체성을 구체화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때문에 책읽는 개인이 모인 조직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독서 위기와 문해력 저하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성인 독서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모바일 기기 사용 증가에 있다.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많게는 5시간 넘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그중 대다수 시간은 단순 재미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영상 시청에 쓰인다. 한국인의 모바일 기기 사용 시간은 세계 평균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깐의 두뇌 휴식도 허용하지 않는 디지털 영상 시대는 우리의 집중력과 인내심,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약화시킨다. 가장 심각한 점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소비성 영상은 제3자가 만든 의미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많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으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독서는 읽는 이가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아날로그적경험을 선사한다. 독서의 실종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인 문해력에도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OECD에서는 문해력을 사회 참여와 목표 달성,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텍스트를 이해·평가·활용하는 능력으로 규정한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고 활용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는 개인은 도태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 역시 쇠퇴할 수밖에 없다.




문해력 회복을 위한 독서 전략
문해력을 회복하려면 문해 환경이 회복되어야 한다. 환경은 인간의 행동과 감정,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와 같다. 실제로 독서율이 높은 나라들은 독서가 생활의 일부다. 일례로 ‘북토피아’로 불릴 만큼 독서 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에서는 일 년 내내 독서 관련 행사와 활동이 이어진다. 덕분에 아이슬란드 국민은 한 달에 평균적으로 4권 이상 책을 읽는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기업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해도 좋다.
구성원들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사회적으로 교류하며 생각과 배움의 기회를 공유하는 것이다. 기업의 독서모임 운영은 회사가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며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회사 홈페이지에 권장 도서 목록을 정리해 두는 것도 추천한다. 이는 기업 철학과 조직 문화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임원을 선발할때도 사고력과 행동력의 지표로 후보자들의 독서 경험을 참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독서하면 좋을까? 과거에는 속독학원이 있었을 만큼 빨리 책을 읽고 다량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인공지능 시대인 지금은 깊이 있는 독서가 더 중요하다. 천천히 읽으며 의미를 음미하고, 주제에 몰입해 책을 읽는 경험을 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관점을 파악하는 한편, 대안적 관점은 무엇인지도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거듭 생각하며 사고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다 보면 자기만의 생각과 관점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창의적 사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한 기록을 남기며 독서하는 것도 좋다. 독서 기록을 정리하면서 질문을 덧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존 지식을 재생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꼽히지 않는다. 요약본을 많이 읽고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인공지능은 단순 정보 학습을 넘어 전문적 지식 학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개인과 조직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지식을 넘어 세상의 숨은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통찰에 도전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